색비름, 요셉의 색동옷을 입은 잎

9월 28일 탄생화

by 가야

나는 색비름, 요셉의 색동옷을 입은 잎


나는 색비름(Amaranthus tricolor).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도 지치지 않고, 가을이 오기 전까지 초록에서 노랑, 붉은빛으로 스스로의 팔레트를 바꾸며 계절을 물들이는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삼색비름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잎마다 다른 색을 담았으니 그 이름이 틀린 것도 아니랍니다.

요셉의 색동옷, 내 또 하나의 이름


영어권에서 나를 부르는 또 다른 별칭이 있습니다. “Joseph’s coat”, 바로 요셉의 색동옷.
이 이름은 성경 속 전설에서 비롯되었지요.


창세기 37장에는 야곱이 가장 사랑한 아들 요셉이 등장합니다.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상징하는 채색옷(다색 옷)을 입은 요셉은
형제들의 질투를 사 노예로 팔려가지만, 결국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가족을 구하고 새로운 운명을 열어 갑니다.


화려한 색동옷은 희망과 축복, 역경을 이겨낸 운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내 잎이 한 식물 안에서 붉고 초록, 노란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마치 그 옷을 닮았다 하여 사람들은 나를 “Joseph’s coat”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맨드라미와 나는 닮은 듯 다르다


나를 보고 어떤 이는 맨드라미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우리 둘 다 비름과(Amaranthaceae)에 속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Amaranthus 속, 맨드라미는 Celosia 속—핏줄이 다릅니다.


나는 잎이 주인공인 식물.
붉은 꽃 대신, 내 잎이 스스로 꽃이 되어 화려함을 뽐냅니다.


맨드라미는 닭 볏을 닮은 꽃차례가 시선을 사로잡지요.
우리 둘 다 오래도록 빛을 간직하지만, 보여 주는 방식은 다릅니다.

먹을 수 있는 나의 몸


내 잎은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에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어린잎을 데치거나 볶아 먹습니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해 ‘아시아의 시금치’라 불리죠.
심지어 내 씨앗을 곡물로 즐기는 품종도 있답니다.


맨드라미도 어린잎을 먹을 수는 있지만,
이 땅에서는 주로 관상용으로만 심어지지요.
그래서 식탁 위에서는 나만큼 자주 만나기 어렵습니다.

불멸을 품은 이름


내 학명은 Amaranthus tricolor.
‘Amaranthus’는 그리스어 amarantos, “시들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에게 불멸,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주었지요.
계절이 바뀌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내 빛처럼,
사람들의 마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겠지요.

가을 햇살 속에서


당신이 아파트 화단을 거닐며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붉은 잎에 가을 햇살이 스며 있었습니다.


나는 작은 불꽃처럼 빛났고,
그 순간 당신 마음속에도 변치 않는 색 하나가 남았을 겁니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계절의 끝을 물들입니다.
요셉이 끝내 사랑과 가족을 지켜낸 것처럼,
시들지 않는 빛으로 당신 마음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


https://youtu.be/f-G1oWrhguI?si=Qwu-3gdohKBu6Q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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