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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Oct 30. 2023

패알못 애둘맘이 매일 옷장 패션쇼를 하는 이유

일상이야기

어릴때부터 그다지 옷에는 관심도 없고 옷입기에는 센스가 영 없었던 나였다. 어른들이 사주면 사주는 대로 입었던 나에 비해 한 살 어린 여동생은 옷 사고 입는데는 선수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중학교 시절 용돈을 모아 버스로 2시간 거리인 부산에 있는 밀리오레인가 하는 대형쇼핑센터까지 가서 옷을 사오는 아이였다. 물론 교복까지 리폼해서 입는 아이였기에 선생님 눈에 띄기도 일쑤였지만 그런 그녀와 반대로 나는 치맛단이 어디까지 와야 예쁜지 그런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그저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흔한 시골소녀였다.


옷 잘 입고 센스가 좋은 동생은 스무살이 되자마자 상경하여 옷가게에 취직을 했다. 역시나 손도 빠르고 눈치도 빠른 그녀는 손님 응대를 잘하여 입사하자마자 매출을 엄청 올렸다 한다. 시골에서 온 아이가 실력을 인정받으니 텃세 부리고 시기 질투하는 동료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노력하여 결국엔 동료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하는 스토리를 종종 듣곤 했다.


내 동생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존경스러웠다. 이십대는 각자 객지생활로 바빠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내 생일이 되면 옷선물을 보내주기도 하고 혹은 자기가 입는 옷 중에 안 입는 것들을 정리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나는 동생이 옷을 보내줘서 고맙기도 하고 보내 준 옷들이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나는 그 옷들을 어떻게 입어야 할 지 몰라 옷장속에서만 보관하기 일쑤였다. 옷을 어울리게 입는 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성인이 되고 나서 명절이나 가족행사에서 친척들을 만나면 나는 그나마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왔음에도 “너는 옷이 그게 뭐냐? 옷 좀 제대로 된 거 사입지. 촌빨 날리는 그런 옷을 입고 다니냐. 솔직히 너한테 안 어울린다” 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그래서인지 동생 뿐 아니라 고모나 숙모들도 자신들이 입던 옷 중에 예쁘지만 작아져서 못 입는 옷을 주곤 했다. 나는 일단 옷이라는 건 입어서 맞으면 다 되는 건 줄 알았기에 어른들이 옷을 주면 무조건 다 받아왔다.


대체로 어른들 옷은 다 비싼 브랜드였고 오래 되어도 고급진 느낌이 있었기에 나는 그런 옷들이 너무 좋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내 돈 주고 백화점이나 브랜드 옷을 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릴땐 돈도 많진 않았지만 딱히 옷에 돈을 쓰는 걸 해본적이 없었기에 그 가치를 몰랐던 것 같다.


하여튼 나는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누가 됐든 나에게 옷을 많이 주기도 해서 돈 주고 옷 살일이 거의 없었다. 남편은 첫 만남에서 나의 그 수수한 촌스러움이 좋아서 결혼 했다고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그날 꾸안꾸로 나간거였는데 지금 와서 다시 내 착장을 돌아보면 음.. 내가 봐도 정말 촌스러웠는데 그걸 좋게 본 남편이 대단할 뿐이다.


그리고 결혼 후에는 어지간하면 나보다는 옷 잘 입는 남편이 옷을 골라주고 사주는대로 입곤 했다. 남편이 “이게 예쁘네, 이건 별로다” 하면 그런가보다 했다. 실은 별로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사주는 거니까 내 취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골라봐야 다 촌스러울게 뻔하니까.


그런데 어쩐지 그렇게 사는게 좀 답답하고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언제까지 옷 하나도 내 취향껏 내 소신대로 못 고르고 남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건지, 왜 남이 늘 주는 옷을 입어야 하는건지 (사실 싫으면 안 받으면 되지만) 그런 것 하나 거절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구제나 빈티지를 좋아하는 취향이긴 하지만 내가 직접 골라서 입는 것과 주는 걸 받는건 다른 문제였다. 사실 거절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까봐 이때까지는 거절을 못했는데 이제는  주면 받긴 하되 안 입을만한 옷들은 바로 정리해버린다.


그리고 알바를 시작한 후로 이제는 내 돈으로 옷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패알못으로서 아무거나 샀다가 망할 수 있으니 가장 기본아이템에 무채색 컬러 위주로 사니 그나마 매치하기 편했다. 요즘은 유투브로 매일 공부하듯 패션에 관한 영상들을 보고 있다.


한 유투브의 말이 자신이 가진 옷들을 다양하게 매치해보는 옷장 패션쇼를 자주 하란다. 그래야 옷 입는 감각이 생긴다고..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원피스면 원피스, 셋업을 사면 딱 그 셋업으로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니 옷이 늘 단조로울 수 밖에.


또 치마에는 구두, 청바지에는 운동화 이런 신발코디 조차도 딱 정해져 있다 생각했는데 믹스매치라는 것이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 색깔 조합은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비율을 좋아보기에 하려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등등 친절한 유투버님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제품 추천까지 해주니 유투브는 아무튼 뭔갈 배우는데 있어서도 정말 좋은 플래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패션은 사실은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그저 꾸미기 좋아하고 치장하는 건 사치를 부리는 거라 나쁘다고까지 생각해서 멋을 부리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꾸민다고 꾸며봤자 촌스럽다거나 안 어울린다는 평가를 들었기에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애를 둘이나 낳고 아줌마가 된 지금에와서 굳이 패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밀라논나’ 할머니나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중년 분들을 보면서 멋지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패션이란 다양한 연령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시대의 흐름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적절한 요소를 가미해 밸런스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맞춰갈 때 패셔니스타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나는 패알못이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옷 잘입는다, 세련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나도 패피 김나영처럼 멋지고 쿨한 아들둘맘이 되고 싶어서 그녀의 인스타도 팔로우 했다. 어쩜 그녀는 옷도 옷이지만 그녀 특유의 환한 미소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그녀처럼 늘 소녀스러움을 유지하고 싶은게 내 꿈이다.


<최근 나의 OOTD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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