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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Apr 11. 2024

영국에 돌아가고 싶은 이유

영국에 돌아가기까지 11일이 남았다. 영국에 돌아가고 싶기도, 돌아가기 싫기도 하다. 한국에 오면 기대되는 점으로 배달음식, 벚꽃, 그리고 콘서트와 뮤지컬을 꼽은 적이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배달음식은 질리도록 먹었고 벚꽃 구경은 어제로 끝이 났으며 지난달에 콘서트만 3차례 관람하고 다음 주 뮤지컬 헤드윅도 보러 간다. 





한국 오기 전, 얼마나 마음이 근질근질했는지 모른다. 당장 5시간 뒤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바꾸려다가 가방 싸는 사이에 티켓이 마감되어 좌절한 적도 있다. 당장 헤엄쳐서라도 가고 싶었다. 26년간 살았던 한국을 마치 거기만 가면 천국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천국 같았던 기간은 2주에서 3주 남짓이었다. 3주쯤 지나자, 더 이상 배달음식 시킬 때마다 '이야 역시 한국'이라면서 설레지 않았다.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어차피 맨날 먹는 거 돌려가며 먹는 건 똑같았다. 할머니랑 작년, 재작년처럼 벚꽃 구경하며 한복 입고 사진 찍기를 기다려왔는데, 지난주에는 할머니가 아프셔서, 이번주에는 시간이 안 되신다고 결국 못 갔다. 또 더 이상 한국에 만날 사람도 별로 남지 않자 슬슬 영국에 있을 때 좋았던 점이 생각났다.



1.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는 베프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할지라도 한 달에 한 번 만나면 정말 친한 친구였다. 지금은 그런 친구도 한국에 없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베프가 바쁘지 않으면 일주일에 두 번, 이 친구가 과제 때문에 바쁘다한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 몇 달 뒤, 나는 더 이상 사우스햄튼에 살지 않고 이 친구도 본머스에 살지 않게 되어 멀리 떨어진다면 이 시기를 그리워할 것이다. 한국 오기 전엔 다소 당연시 여겼던 그 친구와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하려 한다.



2. 바다

사람은 역시 환경에 익숙해진다고, 바다가 얼마나 나에게 '힐링 치트키'였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항구를, 집에서 나와 1시간이면 본머스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날씨 좋은 날 그 집 앞 바닷가가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했다.



3. sorry와 thank you

영국에선 한 번 외출하면 수도 없이 sorry와 thank you를 하고 듣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오는 따뜻함이 있었다. 문을 잡아주는 매너, 눈 마주치면 웃는 것 등을 통해 내 가슴이 매일 따스함으로 소소하게 채워졌단 걸 깨달았다. 그런 걸 육 개월 동안 경험하고 나니, 서울은 갑자기 내게 삭막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4. 나의 루틴

현재 유학생 신분으로 서울에서 머무는 이 시간은 방학이다. 그런데 휴가가 한 달이 넘어가니 슬슬 아침에 눈 뜨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외로워졌다. 그럼 갑자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렇게 사는 게 맞나'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에 돌아가면 나의 루틴이 있다. 학기가 남아서, 매주 학교 가는 것이 소중하고 시원섭섭할 거다. 6월부터 수업이 없어도 똑같이 3회는 연습실과 수영장을 가기 위해 학교에 예정이다.



5. 일상 풍경

서울과 다르게 영국은 일단 집 밖에 나가서 걸으면 눈이 즐거웠다. 그래서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좋으면 그냥 목적지도 없이 나가곤 했다. 학교 캠퍼스 주위만 걸어도 기분이 좋았다. 3월 초 잔디에 서서히 꽃이 피는 것도 보고 왔으니 얼마나 예쁠까. 





한국에서의 휴가가 마냥 천국 같지 않았듯, 영국 기숙사로 돌아간다 한들 마냥 고통이지 않을 거다.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감은 감정의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키곤 했다. '현재'를 충분히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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