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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는 나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by 고요지안

군생활을 하셨던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지만 직장에서도 휴가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주말에도 충분한 휴식보장이 되는데 굳이 평일에도 쉬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주말과 평일의 휴가의 달콤함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주변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휴일 없이 매일매일 묵묵히 본업에 충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언컨대 자영업자 분들도 직장인들의 이런 휴가가 가장 큰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차휴가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눈치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은 그렇지가 않다. 물론 모든 직장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활하는 곳은 그러하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서로 황금연휴를 활용한 장기휴가를 보내기 위해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타인·조직보다 개인의 기준을 먼저 고려한다는 요즘 MZ세대들이라도 업무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분명하다.

그래서 업무에 지장이 있을 휴가를 피하기 위해 유사한 업무 담당자와 한꺼번에 휴가를 가는 일이 없도록 서로 조율을 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먼저 휴가 일자를 선점하는 직원이 휴가에 우위를 점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막 아직까지는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들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부여받은 연차휴가(1년 이상 근무 : 기본 15일 부여받고 이후 2년마다 1일이 가산되며 최대 25일 가능, 1년 미만 근무 : 1개월 만근시 1일을 부여)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새로운 팀을 맡게 된 후 팀원들과 정식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일 먼저 내게 달려온 팀원이 있었다.

처음엔 신상의 문제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을 했나 염려가 되었다.


"팀장님. 오는 연휴 때 휴가를 갈 예정입니다. 전임 팀장님께는 사전에 보고를 드렸었는데요.

미리 말씀을 드려야 될 거 같아 이렇게 왔습니다."


말끝을 흐리며 미안한 기색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장기간의 휴가라는 사소한 일로 첫인상을 망칠까 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네, 다녀오세요. 아직 휴가 일정도 한 달이나 남았는데요.

문제 될 일도 없거니와 있다면 그전에 정리를 하면 되죠."


사실이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은 휴가 때문에 저렇게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아마 본인에 대해 내게 비칠 선입견을 걱정해서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랑 둘이서 가기로 한 여행이라.. 업무에는 차질이 없게 준비하겠습니다."


차라리 그런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나에게는 연로하신 부모님과의 여행을 떠올릴 만한 추억이 거의 없지 않은가.


역시 휴가는 건강 회복을 위해서나 가족과의 추억을 위해서나 그리고 앞으로의 직장 생활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투자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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