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팀 이동이 있은 뒤, 새롭게 맡게 된 팀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가능하다면 기존 팀의 운영 방식과 분위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사결정 사항들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팀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면서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는데, 문제는 업무 외적 상황에는 어떤 접근 방식이 적절한지 혼란스러웠다.
발령 직후에는 관례대로 다 함께 차를 마시며 상견례를 진행했었다. 이후에 저녁 시간을 활용해 술자리를 마련할지 고민을 하였는데, 팀 구성원들이 예상보다 젊은 편임을 알게 되었다. 자칫 나만의 접근 방식이 팀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특별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기회가 있을 때 함께 식사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다행히 구성원을 두루 챙기는 팀원이 있어 매번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만의 생각일 수 있겠지만 팀원들도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개인 일정이 있는 팀원은 자연스럽게 참여하지 않았지만, 우리 팀은 거의 매일같이 함께 식사를 하였고 함께하는 식사에는 식대와 커피가 무상 제공되어 팀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덕분에 배정 예산을 상당 부분 집행하게 되었지만, 우리 팀만의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기 시작했고 팀원들과도 가까워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보고서 작성이나 휴가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팀원들의 표정이 처음보다 한결 가벼워졌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팀원들이 저녁 술자리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팀에 합류한 이후 한 번도 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팀원이 입사하거나(또는 나처럼 합류하는 경우), 혹은 팀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할 때 대다수 조직은 술을 곁들인 회식을 선호한다.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조직의 결속력을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고, 개인 간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신뢰 형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선뜻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개인의 시간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회식이 불필요한 부담이나 강제적 참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칫 의도와 달리 팀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팀원의 제안으로 성사된 그날 저녁 모임은 식사와 함께 가벼운 맥주를 곁들이며 수다를 떠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에서는 종종 인사불성이 된 일화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가벼운 회식 덕분에 과음으로 인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는 생기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이 변한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 술자리, 소위 ‘회식’은 매우 큰 의미를 지녔었다.(물론 지금은 그런 중요한 측면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회식은 공적 공간이 아닌 사적 공간에서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 조직만의 문화를 전수받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인내를 요구하는 감정노동의 시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녁 술자리를 중심으로 회식을 선호하는 기존 세대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 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대가 필요해 보였지만, 사실상 모든 것을 만족하는 해법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과제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팀은 금요일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팀 식사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형성되었다. 물론 금요일 특성상 개인 일정 등으로 모두가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전에 돌발 일정으로 나의 불참이 예정되었던 그날 금요일은 공교롭게도 팀원 전원 참석하였다.
"맛있게 잘 먹고 왔습니다.
하필 팀장님이 안 계실 때 모두 참석하긴 했는데..
물론 팀장님 뒷담화는 없었으니 안심하십시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팀원은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록 함께하지 못했으나 그 웃음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