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_grow 세 번째 책 이야기
답을 찾기 위해서
2020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화려한 소개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접했다. 책을 다 읽고 알게 된 사실은 이 책은 사전에 스포일러에 노출되지 않고 읽어야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도입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매료되어 책에 빠져들었다. 과학 서적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섬세한 개인적인 서사와 공감할만한 인생에 대한 질문들은 나를 한껏 책 속으로 깊게 밀어 넣었다.
'이 세상은 우주의 한 점 먼지보다 작고,
인간은 그 한 점 먼지 속에 사는 미세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너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자인 아버지는 작가인 룰루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버지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진리지만, 정작 룰루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자, 이것으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음을 느낀다. 더 이상 삶을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감에 빠졌을 때, 인간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룰루의 머릿속은 이 질문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계속 나아가는 힘'에 대해 몰두하던 작가는 그 답을 1900년대 초 생물분류학자로 활약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의 태도에서 찾게 된다.
삶에 더 절박할수록,
더 그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을수록,
룰루는 더욱 치열하게 그를 연구하고
그의 흔적을 좇아나간다.
모두 좋거나,
모두 나쁜 것은 없다
'숨어있는 보잘것없는 것'을 사랑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년. 물고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분류하는 어류 분류학자가 된 남자. 삶이 끊임없이 자신의 연구물과 가족을 빼앗아가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강인한 의지의 인간.
이것이 처음 룰루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인생의 답을 갈구하며 빠져들었던 모습이다. 그는 인생의 지혜를 발견한 사람처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는 학자로 그려진다. 나 또한 '음, 저런 태도로 살아야겠구나.'라며 그의 꺾이지 않는 삶의 태도에 감탄할 때쯤, 그의 또 다른 얼굴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어류를 연구하며 고등생물과 하등생물로 그 분류를 하던 그는 자연에 계층적 사다리가 있다고 믿게 된다. 그의 무서운 신념은 결국 인간도 '적격자와 비적합자'로 나눌 수 있다는 우생학에 대한 옹호로 이어진다. 유연성 없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행동력을 갖추고, 그에 맞는 시대적 상황에 주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책은 아주 신랄하게 보여준다.
너무도 주관적인 기준으로 '비적합자'로 구분되어 인생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책이 픽션이라고 믿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일부 학자들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판단으로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불임시술을 한 사실은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로 남아있다.
나중에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는 데이비드가 단순한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더 깊게 빠져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악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데이비드도 자연의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던 소년이었다. 다만 인간의 무서울 정도의 확신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왜 우리가 지나친 신념을 경계해야 하는지 너무 생생하게 보여준다.
10년의 치유 과정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룰루 밀러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 숨은 이야기들을 다양한 문체와 시점을 오고 가며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독특했고, 글을 이끌어가는 흡입력이 정말 강했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바로 하나였다.
"도대체 작가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책을 썼을까?"
놀랍게도 이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인 룰루 밀러의 첫 번째 책이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나는 이런저런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그중 그의 말 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이 있었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날들이
나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줬죠.
독자들도 그런 나날들에서
걸어 나오길 바라요."
무려 10년에 걸친 집필 시간을 거쳐서 나온 작품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며 밤을 지새웠을까, 그 시간을 거쳐 내 손에 오게 된 이 책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지난 10년 글을 쓰며 치유의 시간을 보내온 작가는 훨씬 편해 보였고, 더 단단해져 보였다. 그 단단해진 마음이 나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 책은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만나 길을 잃었던 작가가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앞이 보이지 않아 헤매던 그 순간조차도, 어쩌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던 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할 수 있음을,
그리고 이미 그 길 위에 있음을 알려주는 위안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