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서글프고 우울할 때가 있다. 심각하거나 걱정할 정도가 아니지만 번개처럼 번득 지나가는 순간의 이 우울감에는 분명 진정성이 있다.
내일이면 카페 센트리플랜트가 영업종료한 지 열흘이 된다. 그저께는 그 앞을 일부러 다녀왔다. 혹시 새 주인이 공사를 시작하려나 싶기도 하고, 만우절 이벤트가 끝난 듯이 카페 안이 다시 반짝반짝 빛을 내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셔터는 내려져 있고 어떤 아가씨 한 명은 애써 유리문 앞까지 뚜벅뚜벅 걸어가 문에 붙어있는 글귀를 확인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나 싶기도 하였지만, 나는 가게 문 앞까지 가지 않았다. 특별한 내용이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나, 일부러 외면하고 불 꺼진 카페만 확인하고 돌아온 셈이다.
센트리플랜트는 무딘 내가 유일하게 발견한 카페였다. 선인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이국적인 식물들이 높은 천장까지 올라가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었다.
고소한 동물성 지방을 품은 쿠키가 익어가는 냄새는 더없이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가끔 들러 이곳에서 지원이와 나는 옛날팥빙수와 음료를 마셨다. 가장 최근에 먹은 그릭요구르트와 바닐라우유도 최고였다.
진작 모든 메뉴를 섭렵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정도로. 마지막으로 주문한 딸기케이크는 마치 센트리와의 마지막 인사를 위해 주문한 듯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2층 계단으로 오르는 난간에 서 있는 나무가 특이해 사진을 찍어 물어보니, 바로 올리브나무라고 한다. 아, 스페인의 너른 들판에 끝없이 자라고 있던 그 올리브 나무라니! 그 외 듣도보도 못한 어려운 식물 이름을 줄줄 알려준다.
1층에는 금방 도착한 싱싱한 온갖 종류의 과일 상자가 줄을 이어있다. 여기가 과일가게인지 카페인지 궁금해지도록 과일이 가득가득하다. 음료도 케이크도 과일을 한가득 품고 있다. 그래서 딸기케이크는 묵직하고 크림은 고소하다.
젊은 사장님을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틈틈이 기회를 노려보지만 틈을 주지 않는다. 묻는 말에만 대답한 후 큰 눈망울로 바라보기만 한다. 더 이상 질문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도 우연히 바깥에서 만나게 될 때는 분명 우리들에게 반가움을 품고 아는 체를 한다. 원래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라 그렇지 불친절한 사람은 아니야! 지원이와 나는 이렇게 센트리와 센트리의 사장님을 알아가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구정 무렵에 지원이가 오면 크레프 딸기케이크를 주문할 생각이었다. 늦봄에 있는 친구의 생일에도 여기 케이크를 주문할 생각이었고...
"엄마, 큰일 났다!"
한밤중에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 지원이의 카톡은 바로 센트리의 영업종료에 관한 것이었다. 인스타에 올라온 소식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슬픔 말고 적립금도 사용할 겸 인사하러 오세요."
젊은 사장님은 이렇게 마지막 인사말을 올렸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며 돌아와서는 더 크게 일 한번 내겠노라고 마지막까지 열정을 갖고 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센트리플랜트 앤 힐, 선인장 카페의 사장님은 눈망울이 쏟아질 듯 크고 맑은 눈동자의 미인이다. 무엇보다 카페 안의 인테리어와 도서와 선인장을 비롯한 식물과 음료와 케이크와 쿠키 굽는 향기까지, 이 모든 것을 한 공간에 조화시키는 솜씨는 예술이다. 집 가까이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짧은 예고 한 마디와 함께 사라져 버려, 나는 문득문득 우울한 녀석과 대면하고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유튜브를 켜고, 딸기가 소복이 들어간 딸기케이크를 만드는 영상에 푹 빠져 우울 위에 행복을 덧바르고 있다.
#카페 #우울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