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대청소를 하겠다!
.. 벼르고 있었다.
오전에 먼지 폴폴 날리는 집안 청소를 끝내고,
오후엔 장봐서 다음주 저녁 내내 먹을 비빔밥 재료를 만들어놓으려 했다.
비빔밥이 재료만 준비돼 있으면 일주일 저녁 준비가 쉬워지는 내 비장의 저녁 메뉴인데, 그 재료 준비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물 하나하나 만들고, 고기 재서 볶고, 양념장도 만들고, 이게 은근 손이 많이 간다.
그렇게 내 소중한 하루 일요일을 불사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결론은 아무것도 못(?)하고 어영부영 하루를 보냈다.
진심 주말이 되면 엉덩이가 침대나 소파에 딱 달라부터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전생에 난 침대 붙박이 요정(?)이었나..(•_•)\
그러다 그 날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올랐다.
사실 지난 주는 몸 컨디션도 너무 안좋아서 회사에 병가를 쓰고 싶은 유혹을 매일 아침마다 넘겨가며 버틴 한 주였다.
그런데 감기 증상이 살짝 살짝 보이던 아이가
일요일엔 급기야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저녁에 결국은 고열로 축 늘어지는 상태까지 갔다.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밤새 중간중간 깨서
아이 상태를 확인하면서
지난 주 내 병가 안쓰고 버틴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열 때문에 아이가 학교 가기는 글렀고,
여차하면 내가 아이를 돌봐야해서 회사를 하루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내 소중한 병가를 하루 푹 쉬는데 쓰는 대신,
아이 간호하며 써야 함이 속이 좀 쓰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아플때 쓸 수 있게 아껴두어서 다행이다.
나도 감기에 걸려 목이 따끔하고 콧물이 나지만 다행히 아직까진 열은 없다.
엄마는 아파도 절대 아파서는 안된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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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멀티가 어렵다.
나는 나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다. 그 다양한 역할을 매일 한꺼번에 소화해 내는게 어쩔 땐 참 버겁다.
회사 일을 하면서 아이 학교 문제, 다양한 병원 정기 검진 예약, 방과후 액티비티 등등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스케줄 체크해야 하고,
한 주의 식사메뉴를 고민하고
생활 용품 및 식품이 비지 않게 점검해서 채워야하고,
그 와중에 세금 및 다양한 고지서, 집 관리, 차 관리 등도 계속 신경써야 한다.
점심 시간에는 세탁기도 돌리고 필요한 집안일을 한다. (다행이 재택이라 이게 가능하다)
하루가 아침에 눈 뜨고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다보니, 아이는 아이대로 나에게 서운한가보다.
“엄마는 나랑 노는게 싫어? 왜 나랑 놀아주지 않아?“
(일 중간에 쉬거나 주말에 침대와 한 몸이 될 때 아이의 놀아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ㅜㅠ)
“엄마, 지금 내 얘기 듣고 있어?“ (아이는 신나게 나에게 뭔가를 얘기하는데, 나는 저녁준비를 하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느라 제대로 눈을 마주보며 듣지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ㅜㅠ)
내 나름, 없는 에너지 쥐어 짜내며
매일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자책과 죄책감, 미안한 마음도 함께 한다.
특히 아이에게 소리라도 지른 날은 더더욱....
‘아이가 대학갈 때 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인가’,
생각하면 앞이 까마득하다.
너무 지칠 땐 노년의 삶으로 시간 점프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바라는 은퇴 이후의 삶을 상상하며 지친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아이 키우는 엄마들도 삶의 형태가 다를 뿐이지 다들 이렇게 매일을 치열하게 살더라.
어떻게 저걸 다 소화해내지, 싶을 정도로 더 치열하게 사는 엄마들도 있었다.
’나만 이런게 아니다, 다들 이렇게 산다‘
우습게도 여기에서 혼자가 아니다, 라는게 묘하게 위안이 된다.
또 다행인 것은 이런 일상도 습관처럼 자리잡아 점점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는 엄마 바라기를 얻었으니 이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