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휴양섬, 바베이도스로!
사실 남편이 그곳에서 워크샵을 하게 되서
나와 아이도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나에겐 생소한 곳이었지만,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휴양섬이라는 정보와
구글에 돌아다니는 쨍하고 알록달록한 색깔의 빌딩들, 푸른 바다 사진들을 보고 마음이 혹 했더랬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해외로 가족여행이라고 들떠 있었다.
아 간만에 해변가에 앉아 아이 노는 거 보면서 책도 보고 푹 늘어지다 와야겠다,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아이도 학교 일주일을 빠져야 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비행기 타고 그 좋아하는 호텔에서 일주일이나 머문다고 엄청 신이 났다.
아이는 아직도 바베이도스를 잊지 못하고 종종 바베이도스 여행을 얘기한다.
캐나다는 5월에도 서늘한 편이고 일교차도 심한 편이라 긴팔, 긴바지와 가벼운 자켓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기내 안은 보통 추운 편이라 잘 입고 옷 덕분에 무난한 비행이 되었지만, 바베이도스 공항에 도착해 내리는 순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후덥지근함!!
그동안 캐나다와 미국에 오래 있었는지 일교차 큰 건조한 여름 날씨에 익숙해져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우나와 버금가는 한국의 여름 같은 날씨였다.
그래도 바베이도스는 바다에 둘러쌓인 섬이라 그런지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택시를 타고 남편 워크샵 근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워크샵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남편과 같은 워크샵을 오게 된 직장 동료를 만났다.
그녀는 9살짜리 딸을 데리고 와서 워크샵 숙소가 아닌 우리와 같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워크샵 참가자들이 머무는 숙소는 비용은 싸지만, 에어컨도 없고(!!) 침대도 싱글 사이즈로 두개, 작은 책상 두개가 있는 사이즈도 작은 방이라 가족들이 와서 머물기엔 좀 열악했다.
게다가 나중에 워크샵 구경갔다가 더러운 공용 욕실 상태 보고 여기 안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머무는 호텔 방은 공간이 널찍하고 부엌과 거실과 베드룸이 나뉘어져 있었다. 바깥 테라스는 밤에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얼굴팩을 붙이고 맥주를 마시기 딱 좋은 곳이었다. 다행이도 방에 에어콘도 있었다.
여기서 에어콘 없었음 잠 못 잘 뻔했다.
샤워하고 나와도, 5분도 안되서 땀이 주룩주룩 나는 곳 이었으니까.
체크인하고 나오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간다.
해변가에 위치한 Zaccios라는 레스토랑이 평점이 좋아서 가보기로 한다.
확실히 뷰는 끝내줬다.
해가 지는 바닷가를 구경하며 생선 요리를 먹었다.
캐나다에서는 잘 못 먹는 싱싱한 해산물을 여기서 실컷 먹어보겠노라고 벼르고 있었다.
이곳은 사실 음식맛보다 경치가 다 한 것 같다.
음식맛은 그냥 보통이었다. 음식값에 비해 양이 좀 적은 편이었다.
바베이도스에서는 미국 달러도 쓸 수 있었는데,
처음에 가격표 보니 막 음식값이 1인당 $50이 넘어가서 캐나다에서 온 우리는 기겁을 했다.
‘잠깐, USD가 CAD보다 환율이 높은데, 그럼 이거 하나에 캐나다달러로 얼마야 대체?? ㄷㄷ..’
이미 들어왔으니 이번 금액은 감당하고, 앞으론 외식 자주하지 말고 호텔에서 조리해 먹어야 겠다 ㅜㅠ..하고 서글펐는데..!
나중에 서버한테 물어보니 이 가격은 바베이도스 달러라고 해서 안도했다. (바베이도스 달러는 미국달러의 절반 가치이다.)
그래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인당 $25이 넘는건데,
그걸 캐나다 달러로 다시 환산하면......
여기 음식이 절대 싼 편은 아니였다.
실제로 1주일간 지내보면서 느낀게 전체적으로 물가가 꽤 비쌌다.
이게 외국인 관광객한테만 비싼건지, 현지인도 다들 이 정도 물가를 감당하며 사는건지 아리송 하더라.
저녁 먹고 식당 근처의 마켓에 들러 간단하게 아침거리랑 스낵, 물, 맥주를 사기로 한다.
생수 박스랑 맥주 박스때문에 이미 장바구니가 꽤 무거웠지만 차가 없으니,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면서 남편이랑 무거운 장바구니 나눠들고 20분거리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간만에 뚜벅이 시절, 장바구니 이고지고 다녔던 때가 생각났다.
호텔 도착하니 뭐, 새로 입고 나간 뽀송한 옷이 땀으로 절여져 있었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얼굴에 차가운 팩을 붙이고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 병 마시며 첫 날을 마무리 했다.
둘째 날은 이곳의 수도인 브릿지 타운에 나가보기로 했다. 나라가 워낙 작다보니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브릿지 타운까지 버스로 2-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바베이도스 여행에서 내가 제일 즐거웠던 경험은 바로 이 공공버스를 타는 것 이었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이곳에 머물 동안 주로 버스를 이용했는데, 매번 탈 때마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ㅋㅋ
우리가 처음에 버스 정류장을 못찾아 헤매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서 우리가 타야하는 번호의 버스가 지나가는 거다. 남편에게 손가락으로 버스를 가르키며 우리 저거 타야하는데 저건 놓쳤다, 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나의 손가락을 그새 캐치 했나보다.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버스를 세우고, 건너 편에 서 있는 나에게 어디가냐고 소리 높여 묻는거다.
우린 브릿지 타운에 갈 거라고 했더니, 손짓하며 이지금 와서 타라는 거다.! 헉!
우리가 그 대화를 하는 동안 버스 뒤에 있던 차들 다 멈추고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가 부랴부랴 길 건너 타려고 하자 맞은편 차선의 차들까지 다 정차했다.
우리 때문에 양 도로의 차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올 스탑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바베이도스에 있는 동안 횡단보도와 보행자용 신호등을 본 기억이 없다. 도로엔 차가 정말 쌩쌩 달리는데, 사람들이 눈치껏 길을 건너거나, 달리던 차들이 멈춰서서 기다려준다.
버스에는 에어콘이 없는 대신, 달릴 때 문이 덜컹 거리면서 열렸다 닫혔다 한다. 문과 온 창문이 다 열려있으니 달릴 때 바람이 사방팔방에서 불어들어와 에어콘보다 시원하다.
버스 운행 속도도 엄청 빠르다.
의자에 팔걸이가 없고 안전벨트도 없어서 버스가 휙휙 턴 할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 발에 온 힘을 주고 버텼다. 어째 급격한 턴인데도 속도를 줄이는 법이 없다. ㅋㅋ
음악은 또 어찌나 크게 트는지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었다. 바베이도스는 유명한 미국가수 리아나가 나고 자란 곳이라 리아나 음악만 줄구장창 틀어준다.
버스타며 또 놀랐던 건 버스정류장의 승객을 보고 속도를 줄이지만 멈추지는 않고 천천히 지나가는데,
절대 닫히지 않는 열린 문으로 승객이 점프해서 들어오는 걸 보고 진짜 속으로 박수를 쳤다.
그래서 바베이도스에 있는 동안, 나는 버스 타는게 제일 재밌었다 ㅋㅋ 중독성있는 아주 매력 터지는 바베이도스의 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