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킴 Dec 18. 2023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12월이 되니 주말마다 약속이 잡히고 은근 바빴다.

집에서 뒹굴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라,

연이은 주말 외출 덕에 월요일을 피로가 덜 풀린 채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나 자신을 알다가도 모르겠는게,

집에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밖으로 나가는게 어렵지, 막상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수다떨고 활동하면

활기찬 기운을 받는 느낌이고, 마음이 들뜨고 신난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이렇게 자주 나와야겠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순간 급 피곤해지며, 침대와 한 몸이 된다. 밖에서 너무 즐거웠지만, 주말에 쉬었다는 느낌은 안드는거다.

그렇다고 또 주말내내 한 것도 없이 집에서 빈둥대고 보내면, 몸은 쉰 것 같지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만 같아 그것도 아쉽다.

뭐 어쩌라는 거냐, 나 자신아.. ㅜㅠ




더군다나 나는 에너지 넘치는 아들이 있다.

외동이라 그런지 집에 있으면 혼자 너무 심심해해서 ”놀아줘“를 주문처럼 외고 다니기에 되도록 주말에 지인가족과 약속을 잡게 된다. 집에서 시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아이가 또래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하는게 낫다..


남편은 요즘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의 친구 V를 우리 집에 데려와 둘이 놀게 한다. 남편이 V의 엄마에게 매주 허락받고 데려와서 맥도날드에서 점심 먹이고 집으로 데려오면 둘이 깔깔 대며 게임하며 논다.

아이는 그 시간동안 엄마를 전혀 찾지 않는다. 마치 엄마는 기억에서 잠시 잊혀진 듯 하다... ^^;


아이 친구 V는 형과 동생이 있어 이미 집이 북적북적, 전혀 심심할 일이 없어 상대집에서는 플레이데이트가 전혀 아쉽지 않다. 상대집에선 한번도 플레이데이트를 한 적이 없지만, 아쉬운 건 우리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V를 매주 모셔온다ㅋㅋ


친구가 오면 아이가 너무 행복해해서 우리는 정말 그걸로 대만족이다. 타인에게 집 오픈하는 걸 불편해하는 나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자연스레 “학교 친구들도 초대하고 싶은 친구는 집으로 데려와도 돼. 우리집은 항상 열려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은 아이 친구 M의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그 친구랑은 만 3살에 데이케어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우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헤어진지 좀 됐지만, 고맙게도 M이 우리 아이를 기억하며 보고 싶어했던 모양이다.

그 집 부모가 데이케어에 우리집 연락처를 물어봐서 연락이 닿게 되었고 그렇게 그 아이친구 M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만나서 그런지 막상 만나도 둘이 수줍어서 잘 놀지는 않더라. 그리고 파티에 초대된 아이들은 다 M의 학교 친구들이라 아이가 아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어서 좀 겉돌았다.


파티에 온 사람들 중 M의 친척들도 꽤 있는 듯 했다.

알고보니 한 아파트 빌딩에서 온 가족 친인척들이 같이 모여산다고 한다. 예를 들면, 101호엔 조부모님이, 203호엔 사촌 가족이, 405호엔 형제/자매가족이 사는 거다.


우와, 그 얘길 듣는데 정말 너무 부러웠다.

우리는 주변에 친인척 하나 없이 캐나다에 우리 가족 뿐인데다, 가까이에 가족처럼 편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는데..

M은 같은 한 빌딩에 또래 사촌들이 살아서 언제든 만나서 어울릴 수가 있다. 정말 아이들 입장에선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정말 최고의 조건이다.

응급상황이거나 부득이한 상황일 땐, 서로 아이들을 봐준다거나 그 외에도 서로 도와주고 정신적으로도 힘이 돼 줄 수 있다. 게다가 큰 명절에도 북적북적 가족들이 모여 같이 저녁을 먹고 친목을 다지는게 너무 부럽다.


남편과 나는 응급 상황 자체가 있어선 안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우리 둘이서 헤쳐나가야 하는 거다.

여기에서 큰 명절인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끼리 조용히 보낸다.

공휴일이라 일을 쉬는 것 빼고는 여느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다. 아이를 위해 퍼레이드를 구경나간다던지, 이스터 에그 헌팅 등 오후에 외출을 하기는 하지만,

뭔가 온 가족들이 모여 시끌벅적 보내는 특별한 날의 느낌은 없다.




외국에서 가족, 친척, 친구들과 동떨어져서 사니,

처음엔 주변 의식 안하고 편하게 살아서 좋았지만,

외로움, 고립감 이라는 단점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이 큰 땅덩어리에 우리 셋 뿐이다.

우리 부부가 사교성, 친화력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사람을 사귀는데 노력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 같다.


내 경우엔 초면엔 수줍음을 많이 타는데다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사귀는데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레 천천히 알아가는 편이라 상대방도 나도 서로를 완전히 편하게 여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나의 인간관계에 회의가 든다.

내가 인생을 잘 못 살고 있는건가, 이런 생각까지 든다.

한국에서 한 때 영원할 것 같은 우정을 자랑하던 친구들은 점점 연락이 끊기고, 간신히 연락을 이어나가는 친구들과도 서로 공통 관심사가 없어지는지 점점 할말이 없다. 할말이 끊이질 않았던 친구들과 애꿎은 날씨 얘기만 하는 날이 오다니 ..ㅜㅠ




연말이 다가오니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들뜨면서도 괜시리 마음이 허한 가보다.

평소엔 바빠서 이런걸 잘 못 느끼고 지나가는데 연말되니 일도 별로 없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마음이 말랑해지고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이럴 땐 단순한게 최곤데..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다들 별 탈 없이 건강하고 잘 사는 것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생긴 시간적 여유를 즐겨야지.

괜한 고민에 쓰기엔 너무 소중한 여유다. ㅜㅠ


주변에 가족들이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데로, 단순 마인드로 지금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아야지.


작가의 이전글 바베이도스 가족 여행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