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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킴 Mar 10. 2024

운동을 시작했다

일년 중 제일 싫어하는 달이 1월, 2월이다.

추위에 약하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겨울 스포츠는 꿈도 안꾸고 주로 집콕하게 되는 겨울이다.

그래도 12월까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연말 휴가 때문에 즐겁게 보내지만, 새해를 지내고 나면 1, 2월엔 그 어떤 휴가도 없고 겨울 추위는 더 매서워진다.

나는 새해 첫 두 달을 암흑기라 부른다..

그 암흑기를 보내고 이제 드디어 3월이다.


재택근무 덕에 마트나 아이 학교에 드랍픽업하러 갈때말고는 집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다보니 몸이 너무 무거워진거다. 기계적으로 매일 해야할 의무와 책임만 이행하며 매일을 보내지만, 정작 나 자신이 즐거운 일은 없고 만사가 귀찮았다. 정신적으로도 의욕이 없이 바닥 아래도 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셜하는 자리에 오랜만에 나가게 됐는데, 기분전환되고 좋았지만 집에 오니 그 두시간 동안 나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기분이었다. 자려고 침대에 눕는데 온 몸이 저릿저릿 하더라.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집-가족-일의 틀 안에서만 지내다보니 내가 이정도로 비사회적인 인간이 되었단 말인가. 전혀 모르는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꽤 힘이 들고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 나를 반겨주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비로소 긴장에서 벗어나 편안한과 안도감이 밀려오는 거다.


두번째로는 평생 살이 잘 찌지 않는 마른 체질인 내가

살이 찐 거다. 급작스레 올라간 몸무게를 보니 머리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이 몸무게는 내가 임신했을때 말고는 평생 한번도 도달해본적이 없는 무게다. 어쩐지 예전에 입던 바지들이 허벅지에서 껴서 허리까지 올라가지를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 살이 쪄서 였구나.. ㅜㅠ

근데 아이러니 하게도 살이 찌자 그렇게 바라던 정상체중으로 들어섰다..ㅎㅎ 그동안은 비정상적으로 말랐던 거다.






이렇게 축 늘어진 몸과 마음에 다시 생기를 불러오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나는 평생 안하던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은 운동.


정상 범위에 들어온 이상, 살을 빼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에 근육을 만들고 싶다. 전체적으로 톤업이 된 단단한 몸을 만들고, 격렬히 움직임으로써 활력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초등아이를 둔 워킹맘은 운동할 시간이 도저히 아침 일찍 밖에는 없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아침먹이고 학교 보내고 집에 오자마자 원격 근무를 시작한다. 8시간 꽉꽉 채우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한 후, 저녁식사를 만든다.

저녁 먹고 치우고 아이 학교 숙제 및 공부 봐주고 나면 새 잘 시간이다.

오로지 새벽 운동이 답인데, 나는 그동안 여기서 운동에 대한 의지가 스러져 버렸다.

도저히 타의가 아닌 자의로는 새벽시간에 일어날 수가 없는거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잠에 대한 의지가 항상 이겨서 알람 끄고 자기 일쑤였다. ㅜㅠ


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이렇게 가다간 건강을 다 망쳐버릴 것 같아, 헬스장이라도 나가야겠다 싶었다.

주말 아침,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집 근처 헬스장들을 직접 둘러보기로 했다.


집에서 제일 가깝고 리뷰도 제법 좋았던 헬스장은 오프닝 시간이 8시 반이였는데, 그것도 클래스가 아닌 개인운동시간이라 운동 쌩초보인 나는 코치가 있어야 했고, 무엇보다 시간도 출근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차로 10분정도 거리의 Orange Theory에 갔는데 그룹 클래스로만 진행이 되고 시간대도 새벽 5시반부터 시작인거다. 운동 끝나고 집에 와도 아침 7시 전이라 와서 샤워하고 아이 학교 보낼 준비하면 딱인 시간이었다.


그렇게 오렌지 띠어리에서 나의 인생 첫 운동이 시작되었다. 클래스 등록하고 운동복 상하 세트로 두벌 사고 심박동 밴드도 사고 하니 운동 전부터 출혈이 심했기에, 건강뿐만이 아닌 돈 아까워서라도 무조건 열심히 운동 다녀야 하는 거다.


이제 일주일 됐지만 새벽 5시반에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놀랐고, 코치의 가이드에 따라 다같이 미친듯이 운동을 하니 뭔가 서로 동기부여도 되는 기분이었다. 뭔가 혼자가 아닌 느낌 ㅜㅠ ㅎㅎ

나같은 운동 쌩초보가 다니기엔 딱 이었다.


게다가 새벽 5시반부터 활동을 하니 하루가 너무 긴 것 같다. 그렇게 헉헉대며 운동하고 나왔는데 이제 새벽 6시반이라니.. 평소엔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다.


일주일 밖에 안되서 그런지 운동 가는 날은 활력이 솟아난다기 보단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출근했는데 벌써 피곤해서 머리 속에 안개가 뿌옇게 낀 느낌이고 일에 도무지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적응 과정이라고 계속 꾸준히 하다보면 몸도 적응될 것이고 나중에 운동없이는 하루가 개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일단 꾸준히 해보기로 한다.

그래도 의자에만 앉아 일하며 하루를 보내는 나에겐 운동이 꼭 필요하니까..


언젠가 근육 좀 만들어서 근육 자랑하는 사진을 찍어볼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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