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자리잡고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면서,
언젠가는 미국 영화에서 보던 주택에서 살아야지, 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집 앞뒤로 넓직한 야드에 꽃을 심고 채소나 과일을 키우고 싶었고,
백야드의 덱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이와 커다란 개가 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을 상상했다.
집 실내도 잡지에서나 보던 것처럼 따뜻하고 세련되게 꾸며주고, 지하 공간에는 작은 홈시어터를 만들어 주말에는 가족이 모여앉아 같이 영화를 봐야지.
넓직한 부엌에서는 저녁에 밥 짓는 냄새,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고,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빵과 쿠키를 구울거다.
하루일과를 끝내고 밤에는 남편과 같이 침대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가 잠드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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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택에서 사는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창궐 시기.
아파트 렌트를 전전하던 우리 가족은
에너지 넘치는 토들러 남자 아이와 좁디 좁은 아파트에 갇혀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 감염 때문에 외출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장보러 가거나 생활에 필수적인 볼일을 보러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당시 나는 온라인으로 전환된 학교 수업을 듣고 있었고, 남편은 재택, 아이는 데이케어가 닫는 바람에,
온 가족이 매일매일 하루종일을 함께 해야했다..
나는 매일 5시간 수업과 과제에 시달리고 남편은 우리집 생계를 책임지다보니, 아이는 당시 거의 방치 수준이었고, 이 생활에 지친 우리 부부는 싸움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땐 우리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던 시기였다.
모든 학교와 대부분의 직장이 백프로 비대면 수업, 재택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근교에 주택을 사서 이사하기 시작했다.
좁디 좁은 아파트에 갇혀 사느니 차라리 백야드가 딸린 주택에서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다들 하게 된 것 같다.
게다가 어차피 재택이니 다운타운의 작은 콘도에 비싼 모기지/렌트비를 내며 사느니, 도시에서 떨어진 집 값이 싼 동네에 집을 사는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의 주택 구입에 불을 지폈던 또 다른 요인 낮은 이자!! 그때 이자가 심하게 떨어져서 매달 내야하는 모기지의 부담이 훅 줄어들면서 주변에 너도 나도 주택을 사서 이사를 나갔다.
이러한 주변 분위기와 함께 코로나 반강제 감금 생활이 길어지자, 남편은 큰 결단을 한다.
“우리도 집을 사자!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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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주말마다 리얼터와 근교의 집들을 보러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의 우리 집을 만났다.
그때 받았던 강렬한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남편도 나도 첫 눈에 “이 집이다!”하는 느낌이 왔다.
집의 외관은 알록달록 다양한 꽃들이 집 둘레를 에워싸며 만개해 있었다. 당시 집주인이 가드닝에 진심인 분이셨는지, 애지중지 화초들을 키우신 것 같았다.
집 안도 거의 레노베이션을 해놓고 깔끔하고 모던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벾에는 여기저기 밝은 색채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집안 곳곳에 이 분의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보통 창고와 가라지는 다양한 잡동사니들이 정신없이 쌓여있는데, 이 집은 집안 곳곳이 깔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 동안 여러 집들을 둘러봤고 대부분 쇼잉을 할땐 집을 깔끔히 청소하고 꾸며놓는다.
그런데 이 집은 뭐랄까, 그냥 찐이었다.
신기하게도 오래된 집인데도 집주인의 사랑과 정성을 듬뿍 받은 사랑스러운 집으로 느껴졌다. 집이 주는 그런 기운이라는게 있나보다.
남편과 나는 이 집을 간절히 우리 집으로 만들고 싶었고, 리얼터에게 바로 그 자리에서 오퍼를 넣겠다고 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집을 원하는 다른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너무도 운이 좋게 우리 오퍼가 선택이 되서 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리얼터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하며,
전주인이 애지중지 소중히 보살핀 이 집을 우리가 이어받아 그 정성 그대로 집을 잘 케어하겠다고.
그렇게 이 집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주택에서 산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는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딛히며 살게 된다.
돈 먹는 하마가 된 우리 집,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우리 집,
그래도 사랑스러운 우리 집,
그리고 전 주인처럼 알뜰살뜰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한 우리 집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