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킴 May 26. 2024

영어는 평생의 고민

캐나다에서 10년이 넘게 살고 있지만, 언어에는 영 소질이 없는지 영어는 여전히 내게 편한 언어는 아니다.


캐나다에서 산 햇수가 늘어갈 수록 1년이라도 줄여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한국 지인들이나 친구들인 경우엔 더더욱. ㅜㅠ


안그래도 편하지 않은 영어,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 앞에서 할 때 더 긴장이 되고 버벅이게 된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10년 이상 살았으면 네이티브 처럼 영어를 구사하겠지, 하는 상대의 무언의 기대감(?)에 부응하려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이에 관련된 기억나는 일화를 적어보자면,


예전에 캐나다에서 첫 1년 어학연수를 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가족 친척 친구들 대부분이 (아마 반장난 반진심으로)

 “캐나다에 1년 있었음 이제 네이티브 처럼 영어 하겠네? 영어 좀 해봐~”

하는 얘기를 질리게 들었다.

그때마다 1년 산 걸로 원어민처럼 영어 구사는 안된다고 손사래 치며 은근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그 친구들 중 몇몇이 1년 어학연수 갔을 때, 나도 원어민 처럼 영어 좀 해보라고 소소한 복수(?)를 해줬더랬지..ㅎㅎ


한번은 외국인 남자친구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친구들을 같이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남자친구와 친구들 사이에서 통역하는 나를 보며 한 친구가 깔깔 웃으며,

“야 넌 캐나다에서 몇 년을 있었는데 아직도 무슨 한국말 하는 것 처럼 영어를 하냐 ㅋㅋㅋ”

얘기하는데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빴던 기억도 난다.


요즘은 한국에 외국인들도 많이 살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영어에 대한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을테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확실히 언어 능력이 특히나 뛰어난 사람들도 있었다.

어학연수 1년차 인데, 꽤 높은 수준의 어휘를 쓰고, 발음도 너무 좋고, 외국인들과 프리토킹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


혹시 여기 오기전에 타국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는데 해외로 나온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우와, 이런 분들은 대부분 외향적이고

말할 때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영어 발음과 강세를 들은 그대로 모방해서 쓰고,

영단어/영문장 등 배우고 들은 것들은 금새 다시 아웃풋으로 사용해내는 뛰어난 능력자 들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언어 쪽으로는 뇌가 발달이 안됐는지..ㅎㅎ 확실히 영어 향상 속도도 더뎠다.

그래서 영어환경에 노출된 시간이 나의 영어를 그나마 이만큼 끌어올려 준 것 같다.


나는 학생때부터 악착같이 영어 공부를 한 편은 아니었지만, 또 공부를 아예 안하면서 능력 부족이라고 한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학교 수업 진도 열심히 따라가고 평소에좋아하는 미드 보다가 유용한 영어표현이나 새로운 단어는 따로 노트북에 적어놓고 틈틈히 복습하는 정도 였다.


나는 룸메들이 다 외국인, 전남친이자 남편도 외국인이라 일단 영어를 끊임없이 써야하는 환경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실력이 유창한 편은 아니었다.


영어가 나름 크게 향상이 되었던 때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서비스 직종에서 시작한지라 같이 일하는 외국인 동료들, 손님들과 대화를 해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강제적으로 스피킹이 트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제일 자신없던 리스닝은 시간이 해결해 준 케이스이고 특히 제일 피하고 싶던 전화영어는 회사에 다니면서 주로 쓰게 된 전화업무 덕분에 강제적으로 귀가 뚫리게 되었다.

처음 몇 주는 회사에서 고객들과 전화할 때마다 달달달 떨고, 회사 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럴수록 더 부딪치고 깨져야 실력이 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영어환경에 노출된 세월과 다양한 일 경험들이 그나마 이곳에서 내 앞가림은 하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만들어 주었다. 적어도 부당한 일을 당할 땐 목소리를 내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회사에서 일하고 소통하는 것에도 불편함은 없다. 업무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언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언어에도 권태기라는 것이 있는 건지,

가끔 내 영어가 주기적으로 한번씩 바닥을 찍을 때가 있다. 말문이 잘 안트이고 쉬운 단어조차도 생각이 잘 안나 버벅인다. 그럴 땐 스스로가 어이가 없고 한심해서 견딜 수 없다.


또 영어가 트일땐 정말 알고 있던 다양한 영어표현들과 새로운 어휘들을 구사하며 술술 나올 때가 있다.

그땐 또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말이 많아진다 ㅎㅎ


문제는 영어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들쑥날쑥 한다는 거다. 이젠 이만큼 살았으면 이렇게 하늘로 솟았다가 바닥을 찍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 정말 영어 안정기로 들어서고 싶다.


남편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지만, 정말 한결같이 유창하고 안정된 영어를 구사한다.


나는 도데체 언제쯤 영어 고민 1도 안하고 살수 있을까. 10년은 더 살아야 하는건지..ㅜㅠ

영어는 이제 됐다, 하고 잊을만 하면, 권태기가 와서 정신을 한번씩 번뜩 뜨게 하는 것 같다. ㅎㅎ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과의 첫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