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안 좋아서(사실 투자 실력이 부족해서) 손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오늘은 몇 달 동안 고민해오던 종목의 손실을 확정 지었습니다. 종목은 미국 FANG을 중심으로 10개 기업을 편입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 FNGU이며, -55%의 상태에서 전량 매도했습니다. 첫 레버리지 투자 도전기는 처절한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FNGU와 같이 3배 레버리지인 TQQQ, SOXL과 같은 상품들은 서학 개미의 매수 상위 탑 10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상승도 하락도 3배인 만큼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안겨주는데, 시장이 좋으면 그만큼 큰 수익이 나기에 매수세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위험성은 있지만 투입한 자원 대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레버리지라고 해서 마냥 멀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투자책을 통해 접한 무한매수법을 테스트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자가 수년간 실전 투자를 통해 검증한 로직을 공개하면서 이를 추종하며 수익을 인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책을 읽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살펴봤습니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데 따라 해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게 용감하게 매수를 결정했습니다.
무한매수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일정 기간 동안 매일 기계적으로 매수 및 매도(예약)하는 방법입니다. 손실이 나면 계속 매수하면서 평단가를 낮추고, 그러다 일정 수준의 수익이 나면 수익을 실현합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수익을 볼 수도 있고, 미리 정한 기간 안에 수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수익을 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저자가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였죠.(무한매수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별도로 검색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여러 상품들 가운데 FNGU를 선택한 것은 테스트용으로 책정한 예산을 고려했을 때 매수하기에 가장 적절한 가격대였기 때문입니다. 큰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메타와 넷플릭스의 주가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곤두박질치면서 FNGU 역시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처음 매수할 당시 30달러 초반이었던 주가는 10달러 선까지 빠집니다. 그래도 끝까지 완수해보자는 생각에 매수를 이어간 결과 첫 투자 사이클을 마무리했을 때의 수익률은 -60% 가량. 팔자니 마음이 아프기에 홀딩하며 지켜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는 더더 흘러내려가 4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사람의 심리가 참 이상한 게 -80%대의 수익률이 되고 나니 해탈의 경지에 이르더군요. 손실이 나면 마음이 아파야 하는데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더랍니다. 존버는 결국 승리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방치 모드에 돌입했고, 그 후 약 4개월 만에 주가는 다시 11달러까지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평단가인 20달러대까지는 길이 보이지 않았고, 연말에 다시 하락장이 올거란 전망들도 있는 만큼 이쯤 해서 정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강남 고급 오마카세를 몇십 인분은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내다 버린 3배 레버리지 투자 스토리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습니다.
손실은 언제나 뼈아프지만 제 결정에 후회를 남기지는 않고자 합니다. 이 역시 좋은 배움이었고, 나중에 성공한 투자자가 되었을 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 남겼다며 스스로 위로를 해봅니다. 한 마디로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죠. 주식투자엔 정신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멘털이 약하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투자로 3배 레버리지의 매력과 무서움을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레버리지는 잘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 슈퍼개미분들 역시 큰돈을 번 시기에는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첫 투자에 실패했지만 "난 이제 레버리지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라고 말하진 않으려 합니다. 더 공부하고 더 경험을 쌓아서 다음 레버리지 투자에선 꼭 좋은 성과를 내보겠습니다. 대신 FNGU 말고 다른 상품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