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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아나 May 31. 2022

기억공장 1945

순천을 향긋하게 채우던 꽃향기는 지고, 짙어만 가는 녹음 덕분에 문화가 마려워지는 오늘의 6월. 그럴 때마다 나는 장천동에 있는 ‘기억공장1945’로 향한다.     


이곳이 구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눈앞에 놓인 골목들은 발 디딜틈 하나 없이 자동차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주차금지 표지판 아래에도 보란 듯 차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저 쪼 아래 주차를 하고, 신발에 들러붙은 쾌청한 6월의 햇살과 더불어 그곳으로 힘차게 나아간다.     


좁다란 골목을 위태롭게 걷는 나의 어깨를 스쳐가는 오토바이. 덕분에 골목 깊숙이에 몽우리져 있던 시큼한 커피향기가 흙먼지와 어우러져 나에게 밀려온다. 자연스레 눈을 질끈 감는다. 바람에 쓸려 다니는 쓰레기들이 춤을 춘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멀리서 희미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골목의 귀퉁이를 돌아선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빛바랜 살구색 벽 위에 초록색과 붉은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휘갈겨진 어떤 이의 흔적이 아로 새겨져 있다. 바로 이곳에 오늘의 종착지 ‘기억공장1945’다.     



잠시 잠깐 문 앞에 머물러 햇살에 붉힌 코를 긁적이다, 묵직한 철문을 힘껏 밀치고 건물로 들어선다. 테이블 위를 채우고 있는 많은 전시 팜플릿들이 나를 반긴다. 무엇 무엇이 있나 한번 스윽 둘러보고, 은근한 조명이 쏟아지는 곳으로 서둘러 빠져들어 보자. 고개를 쑥 들이 밀어 전시관에 들어서니 앞서 보았던 빼곡함과는 대조되게 모든 공간이 시원스럽게 낭낭하다.      



한쪽 벽에는 액자들이 한가로이 매달려 있고, 여러 선들과 문양들은 자신만의 색과 질감을 뽐내며 어우러져 있다. 신발소리조차 매력적으로 속삭일 것 같은 지금의 공간은 녹음 가득한 문화로 잔뜩 채워져 있었다. 귓가에 번지는 음악 소리에 매료된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작품이 전하려는 작은 균열의 감성을 느껴보려 손가락을 내밀었으나, 마주친 큐레이터분의 섬세한 눈빛에 조심스레 손을 숨긴다.   

  

이 장소는 1945년 광복이 되던 해부터 1982년까지 37년간 간장공장이었다. 그러다 간장공장이 산업단지로 이전하게 되면서 빈 창고로 방치되었으나, 건축물과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고 새로운 용도로 다시 활용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인 공간 업사이클링(Up-cycli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태와 재생, 공존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인 ‘기억공장1945’로 재탄생되었다.          


이 공간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순천의 대표 격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예술가들에게는 작업공간을 제공, 재료를 연구하며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였고, 수공업이 이루어졌던 이곳의 의미를 살려 각종 수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을 위해 19년 7월 10일 무료로 관람 가능한 첫 상설 전시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40여회의 전시를 진행하였다. 또한 2020년부터 진행해온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통해 다양한 예술적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였고, 덕분에 순천 시민은 물론 순천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22년 문화가 있는 날은 순천 시민들이 직접적인 문화 예술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고 하니 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     


- ‘기억공장1945’ 운영시간-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모든 날 

오전 10시~18시까지 운영

전화번호 0507-1372-7705


상시 전시 일정 및 문화가 있는 날 행사 관련 사항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 디투문화공동체를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emoryfactory1945/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d9904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mUpbe7rCNSglkgCklRST_Q     


‘기억공장1945’의 한 관계자는 공장의 최초 설립년도인 1945년을 기념하고자 ‘기억공장1945’라고 이름 붙인 만큼, 순천 시민들이 이 장소를 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하고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루하루 쌓이는 시간과 그 안의 이야기가 거대한 공장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되듯, ‘기억공장1945’가 문화와 예술에 목말라 있는 순천 시민들에게 오아시스의 역할을 감당하고, 잊혀지지 않는 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더욱 성장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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