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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06. 2019

이제 한국인의 영어를 하자.

핀란드 생활,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 조승연 작가 강연 리뷰

이는 약 6개월 전에 들었던 글에 대한 감상과 핀란드에 와서 느끼는 영어공부에 대한 감상을 추가적으로 더하는 글이다. 


전문 퀘스터로 "질문 있는 특강쇼 빅뱅"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좋은 강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번엔 조승연 작가의 강연을 듣고 왔다.

7개 국어를 하고 있다는 조승연 작가의 우리나라와 영어에 대한 강연이다.


이제 유명인이 된 조승연 작가와 작가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붙이고 싶어 하는 필자



0. ai가 발전하고 있는데, 영어공부 이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 한다.  이 질문이 나왔을 때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아마 다들 한 번씩은 생각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귀찮은 공부"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질문이다. 자기 계발에 3 대장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영어, 독서,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과 독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ai가 발전한다고 한들 운동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는 너무 하기 싫고 재미없는데,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이 드니 위와 같은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 많은 한국인 중 필자 역시 과거에는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1. 한국인이 영어를 싫어하는 이유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한국인은 유달리 영어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것일까? 우선 한국인의 기이한 영어 관련 순위를 살펴보면 읽기 순위는 35위, 말하기 순위는 121위이다. 자신이 영어로 말을 못 한다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알 수 있는 영어 실력 지표이다. 말하는 것을 못한다고 인지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더더욱 말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2009년 ETS에서 발표한 한국의 영어 말하기 순위)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이렇게 읽기 순위와 말하기 순위가 심하게 차이가 나는 나라는 없다. 이는 한국의 특이한 영어 공부 방법으로 때문이다. 유난히 R과 L 발음이나 한국인이 내기 어려운 발음부터 시작하고, 실질적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문장의 5 형식 등 어려운 문법 위주의 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특유의 틀리면 안 된다는 문화가 영어로 입을 떼기 어려워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2. 대한민국에서 영어공부가 어려운 이유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저렇게 비효율적이고 까다롭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현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디자인한 1950~60년도에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한국인들은 정말 많은 차별을 겪어야 했다. 그때는 미국 내에 "중년 중산층 백인 남성"만이 인간으로 취급을 받던 엄청난 차별이 있던 시기였다.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한지 얼마 안 된 시기이다. 당시에 반 일본 감정을 주입시키기 위해서 아시아인에 대한 엄청난 차별적 프로파간다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렇기에 외향상 일본인과 큰 차이가 없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아시아 인들이 어려워하는 R이나 L 발음 등으로 인한 멸시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와 자식들 만큼은 자신이 당한 설움을 절대로 받게 하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한국의 영어학습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래서 영어교육의 목표가 "원어민"처럼 보이기 위함이 되었다.


심지어 2019년의 필자조차도 발음이 좋지 않아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당히 서럽다. 인종차별이 창궐했던 그때는 오죽했겠는가.


둘째, 우리나라에서 영어교육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알아봐야 한다. 한국에서 영어교육은 사실 실제 외국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배우는 영어가 아니다. 바로 한국 내에서 계층을 나누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계층을 나누기 위해서 배우는 영어이니 아주 까다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주 까다로운 영어 교육 방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계층을 나누기 위한 영어를 하다 보니 아주 특이한 현상이 생긴다. 영어를 적당히 잘해야 한다. 오히려 외국을 다녀와서 영어 발음을 아주 유창하게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영어 발음에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래서 좋은 발음을 가진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발음을 하향시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하향 평준화시킨다. 그들의 유창한 영어 발음을 듣고 얼른 따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소중한 자산을 우리들 스스로 없애버린다.


 또한 영어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무시당한다. 참 한국에서의 영어공부는 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정말 진퇴양난이라고 할 수 있다.



3. 한국인의 영어

 

이제는 더 이상 "원어민"처럼 되기 위해 영어를 할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니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영어를 해야 한다. 


첫째, 이제 한국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무시당하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인 것이 장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한국인의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세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 악센트를 가지고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는 적어도 나의 경험으로는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그런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로 아주 무식한 사람이다. 그냥 무시해라.


(일부 사람들은 한국문화를 매우 사랑하고, 적어도 대부분은 K-pop을 들어는 봤다.)


둘째, 그놈의 "원어민"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대체 "원어민"이 누구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원어민은 미국의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발음이다. 억양이 거의 최소화된 한 남부지방의 사투리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삶을 살면서 그러한 발음을 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극히 드물다. 


영어는 이제 영어를 모국어로 가지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당연히 공용어는 영어이다.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들은 오히려 소수다.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은 프랑스 악센트로 영어를 하고, 독일에서 온 친구들은 독일 악센트 영어를 한다. 각지에서 온 친구들 모두 자신의 특유의 악센트를 가지고 영어를 한다. 심지어 영어가 모국어인 호주, 영국, 미국의 지방에 따라서 각자의 악센트가 각각 다 다르다.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zoo를 친구들이 zew라고 착각하면 제법 창피하다. 아무리 부엉이(owl)를 오울이라고 외쳐봐야 못 알아듣는다. 부엉이는 아울이다.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은 중요하다. 



4. 그래서 어쩌라고? 


자 그러면 이제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일단 관점을 바꾸자. 


영어의 목적은 시험 점수가 아니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필자가 영어를 지금껏 싫어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는 점수다. 모든 것이 점수로 표현된다. 점수로 표현되는 것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시험은 많은 경우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단어를 암기하는 것에는 시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문법과 일부로 헷갈리게 만들어진 보기 (a)와 (b)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도 아니다. 

헷갈리는 영어 문제 참 많이도 풀었다.

언어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다. 수동태와 현재 완료를 포함한 기본 시제 정도만 알면 사실 대부분의 기본적인 소통과 복잡하지 않은 아티클은 읽을만하다. 


정말 많은 한국의 학생들이 토플, 토익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정말로 토플과 토익이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오래 걸리겠지만 영어 공부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아티클을 읽는 게 어떨까. 

좋아하는 책을 영어로 읽어보면 어떨까. (단어는 외워야 한다.  단어는 공짜로 외워지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짧은 영어로도 많은 소통이 된다. 두꺼운 얼굴만 있으면 된다. 인간 사는 게 얼추 비슷하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연설문을 통째로 다 외우는 것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모두 어렵다면 영어 스터디 그룹에라도 들어가서 일단 영어를 써라. 


실제 논문과 아티클은 토플 지문처럼 애매한 정답을 고르라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토플보다는 명료하다. 

실제 외국인과의 대화는 리스닝 지문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교과서처럼 문법 완벽하게 지켜가면서 슬렁 하나 없이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5. 영어공부 몇 년 했어요?


사실 6개월 전의 필자는 교환학생을 위해 토플 점수가 필요했다. 당장 2주 뒤의 토플을 준비하느라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3~4년 뒤의 영어 실력보다는 3개월 뒤의 영어점수인 경우가 많다. 위의 방법론은 너무 이상적이고 느리지 않은가? 


돌아온 답은

혹시 영어공부 하신지 몇 년 하셨어요?

 

라는 질문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공부를 했다고 가정한다면 거의 15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다. 사실 그중에 대부분은 열심히 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말 긴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현재 대학생들이나 직장인 중에 영어로 읽는데 큰 무리가 없고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영어를 구사한다. 최소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한다. 단지 중고등학교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의 유사성과, 외국인을 쉽게 접하는 환경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https://brunch.co.kr/@geonahn/21 


그러나 확실히 영어를 대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소통을 위한 도구로 접근하는 것과 시험 점수로 접근하는 것.



6. 마치며


해외에서 영어를 매일 사용하며 살다 보니 영어의 필요성을 뼛속 깊이 느낀다. 매일 내가 원하는 표현을 할 수 없을 때마다 속상하다. 빠른 대화에서 알아듣지 못하고 알아듣는 척할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 


영어를 열심히 안 하기도 했지만 그나마도 시험 위주로 공부한 결과인 것 같다. 


적어도 앞으로는 영어에 대한 관점을 바꿀 것이다. 어려워도 더 많은 아티클을 읽어보려 노력할 것이다. 요령보다는 단어를 외우고 쉐도잉을 하고 글도 써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내게도 언젠가는 다시 필요할 토플 점수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6개월 뒤의 영어 점수보다는 3년 뒤의 유창한 영어 말하기와 읽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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