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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Nov 07. 2018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정적을 깨는 알람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어 켜는 찰나, 그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잊고 지내던 것들이 홍수처럼 부풀어올라 기억의 댐을 부수고 흘러넘치는 날이 있다.


 손뜨개질한 목도리를 평생 살면서 처음 받아봤다. 항상 받아보고 싶었던 선물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긴 했으나, 집에 와서 옷장을 뒤져보니 좀처럼 어울리는 색의 옷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울리는 옷이 없다는 핑계로 선물 받은 그 해 겨울도, 그 이후에도, 헤어지는 날까지 한 번도 목도리 한 걸 보여준 적이 없다. 얼마나 서운했을까? 뜨개질이라는 건 한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라던데,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만들어준 그 따뜻함에 대한 답례를 표현하지도 돌려주지도 못했다. 나도 참 멍청하고 미련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쓰나 보다. 다 사라지고 돌이킬 수도 없는 마음과 시간에 대해,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미안한 감정이 든다.


 오늘은 출근길에 그 목도리를 둘렀다. 하루게 다르게 차가워지는 공기 탓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들이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마음과 손길이 남아있어서인지, 유독 오늘 아침은 따뜻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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