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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Mar 05. 2020

03.04.2020

 그는 꽤나 짠돌이여서 회사 사람들의 험담 대상이 되곤 했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곧 잘했던 그는 파일럿을 꿈꿨다. 피나는 노력 끝에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마을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며 그를 방방 띄웠다. 그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멋들어진 레이벤 선글라스를 끼고 넓은 활주로를 거니는 생각 했을까? 아님 하늘 위에서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았을까? 행복한 꿈에 젖어있던 그는 얼마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먼 친적이 빨갱이로 낙인찍혀, 연좌제로 인해 입학이 취소됐단다. 죽고 싶었다. 아니, 죽이고 싶었다. 연좌제가 뭔지도 몰랐던 그는 안면도 없는 먼 친척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찼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설득 끝에 한국외대 중국어과에 입학했다. 평소에 한자를 좋아했던지라 다녀보니 중어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졸업을 한 그는 대기업에 취업했고, 대학시절 만났던 여자 친구와 결혼도 했다. 크고 작은 곡절도 있었지만, 나름 잘 헤쳐나가며 평탄한 삶을 보내던 그는 돌연 카페 사업을 해보겠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고난 길의 시작이었다. 꽃길만 걸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업은 생각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빚만 늘어갔다. 결국 시작한지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빚만 떠안은 채 사업을 접어야헀다. 그 후 그는 지금의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현장 생산직에서 일하다 지금은 지게차 운전을 하며 출고 관리를 한다. 


 사람들은 뒤에서 그에게 짠돌이다. 깐깐하다. 짜증난다. 왜 그렇게 고지식한지 모르겠다라며 온갖 나쁜 말을 쏟아내지만 나는 그가 멋있다.


 그는 성악을 즐긴다. 지게차를 운전하며 혼자 심취해서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다. 아내와 결혼기념일이라며 들에 핀 꽃들을 모아 꽃다발을 만들어 집에 가져가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등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시도 곧잘 쓴다. 슬하에 딸 둘,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딸들은 성악, 무용을 전공했고 아들도 미술을 전공한 예체능 집안이다.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며, 자식들에겐 주름진 삶을 주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는 365일 중에 360일은 소주 한 병씩 마신다고 한다. 남들이 뒤에서 욕하면 어떠하리. 고된 일과 끝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소주 한 잔에 두부김치 한 점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지금은 퇴사하셨지만, 예전에 같이 일하시던 반장님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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