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 읽어주는 여자’로 알려진 이상은 작가는 “매일이 축제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이 축제가 되면 얼마나 기쁠까. 희망찬 이야기라 내면화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받아들이고 싶다.
일상이 축제로 바뀌는, 버튼이 달린 리모컨이 있을까. 혹시 가지고 있다면 잠시 빌려 달라. 다시 돌려주기 어려울 수 있다.
불꽃놀이 축제 시즌이 되면 들뜬다. 하늘을 시끄럽게 수놓은 불꽃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모인다. 불꽃은 마치 꿈처럼 몇 초 동안 피었다가 이내 사그라진다. 그 모습을 보면 슬퍼질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알고 만나는 느낌이랄까. 지금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참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언젠가 그 친밀했던 관계도 마무리될 것이고, 끝으로 치달아간다고 생각하니 애틋하다.
축제와 헤어짐을 동시에 말하니 얄궂다는 생각이 들겠다. 헤어짐은 의미를 남긴다. 사진으로 순간을 담는 행위도 이 순간이 곧 끝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은, 반대로 매 순간 의미 있는 축제로 받아들일 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되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러니 지금만 생각하면 좋겠다. 쾌락과 유혹에 빠져 탕진하지 않는 삶도 의미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을 집중하자.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해 이별한 외할머니는 요양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곧 제사가 다가온다. 따뜻한 술잔을 올리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다. 함께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결혼은 인생에서 축제가 될 큰 사건이다. 날 바라볼 때면 그는 “결혼은 언제 할 거고?” 물었다. 손주도 원했다. 약속하지 않았지만, 괜스레 미안했다. 언젠가 친구에게 따뜻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축제로 바뀌는 마법은 우리에게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충실히 보내자. 다른 것들은 조금 내려놓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