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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Jul 28. 2021

터널의 끝에 빛이 없을지라도

우리가 가는 길은 터널이 아니다.

열심히 달려온 끝에 마주한 터널. 이번의 터널은 어떤 터널일까. 이 터널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터널을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까. 아니면 같은 터널이 반복이 될까. 나는 여기서 멈춰야 하는가, 아니면 지나가야 하는가. 



멈추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내가 지금껏 지나온 수많은 터널들. 어둠으로만 가득하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고, 빛은 보이나 가까워지질 않고, 그저 달려야만 했던 터널. 모두가 외치는 터널의 끝에는 참 슬프게도 별 다를 게 없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볼 수 없다면 여기서 모든 걸 멈추고 아무도 모른 채 잊혀지며 살아가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긴도 한다. 그런 생각을 지닌 채 멍하니 터널만을 바라본다. 이 터널의 끝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왜 많은 자들이 이 터널을 지나가는 것일까. 어둠 투성이인 이 터널을. 터널의 끝에 또 다른 터널이 있을 뿐인데 왜 지나가는 것일까.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터널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수많은 자들이 들어가고 나온다. 그들의 표정은 누군가가 같은 가면을 씌운 것 마냥 같아 보인다. 그런데 간혹 가다 다른 표정들이 발견된다. 들어가는 자의 표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기쁨, 찡그림, 체념, 슬픔 등 다양하다. 나오는 자의 표정은 생기가 느껴진다. 나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나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처음에 들어갈 때는 설레었다. 이 터널만 지나면 도착지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두 번째 터널, 세 번째 터널에 들어서면서 나의 기분은 설레임에서 찡그림으로 바뀌었다. 끝나지 않은 터널로 인해 짜증이 났다. 서서히 지쳐가지만 나는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그러다가 빛이 보였다. 기뻤다. 도착지가 가까워진다. 터널을 나온 뒤 얼마나 달렸을까. 또다시 터널이다. 몇 번의 짜증을 경험하고 나니 이젠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슬퍼진다. 그래도 어쨌든 들어는 간다. 빛이 보인다. 나온다. 이 짓을 반복하다 보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잠시 멈춰 선다.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한 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다시 터널을 탄다. 유독 어둠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두려움도, 슬픔도, 희망도, 좌절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계속 가야 한다. 이 안에 집중하여 어둠에 익숙해져야 한다. 음악도 한 곡 튼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로 한다. 유독 터널의 깊이가 길게 느껴진다. 이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세상이 나오는 걸까. 어쩌면 또 다른 터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 터널은 더 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터널의 끝에 다른 세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 세상은 듣도보도 못한 세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터널이 길수록, 터널의 수가 많을수록 더 큰 세상이 존재하고, 우리가 맞이한 다른 세상은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니 어둠의 끝에 또 다른 어둠이 존재할지라도,

어둠의 끝에 원하는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괜찮다.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살게 해 줄 테니까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상황은 끝도 없이 많다.

괴로움 속의 인간은 긴 터널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 끝에 있는 출구만이 유일한 탈출구로 보이듯
오직 자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이 될 때
인간은 잃어버린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해,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달리
그들이 가는 길은,
우리가 가는 길은
터널이 아니다

-닥터 프로스트 시즌 1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bSArnqBBk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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