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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May 23. 2021

너의 상처를 안아줘

고생했어

너의 안에는 어떤 상처가 있니



여기에서 상처를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네가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모든 상처들을 생각해보아. 그 상처들로 인해 지금은 어떠니. 쳐다도 보기 싫을 거야. 외면하고 싶을 거야. 끔찍하게는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거야.



사람이 살아가면서 상처를 안 받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넘어지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트라우마 하나 없이 자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어떻게 된 게 겪을 때마다 아프고, 겪을 때마다 이리도 새로운 건지. 이 상처는 적응이 안돼서 그만 좀 아프고 싶을 때가 참 많아.



꽃이 왜 아름다울까? 경험이 많은 사람이 왜 단단해 보일까? 완벽하지 않은 작품이 왜 사람들의 관광대상이 되는 걸까? 나는 그 모든 것이 상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해.



꽃은 그냥 피어나지 않아. 온 힘을 다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뜨거운 태양과 거센 빗바람을 맞으며 피어나지. 경험도 절로 많아지는 게 아니야.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일들을 겪었다는 거야. 작품들을 보다 보면 완벽하게 되어있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흐트러져 있는 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건 누군가의 아픔이라는 거야.



그런데 이 아픔을 토닥여주지 않고 방치하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해. 내가 아픔을 겪었으니 너도 겪어봐라는 마음가짐,  내 안의 아픔이 곯아서 장애로 표출되어 주변이 입는 피해,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해서 내리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아픔을 바라보면 많이 아플 거야.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올 거야. 죽을 것만 같을 거야. 죽고 싶을 수도 있어. 그만큼 너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도 않은데 그걸 바라보라니 참 너무한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바라봐달라고 부탁하는 건 너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을 이해하라는 뜻이 아니야. 그때 당시에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충격받아서 경험하지 못한 네 안의 아이가 부르짖는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이야기야. 그 아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 좀 봐달라고 소리치며 너를 상처 내고 있어. 너무나도 아프다고, 너무나도 쓰라리라고,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고, 너무나도 슬프다고, 너무나도 끔찍하다고 수도 없이 소리치고 있어. 



이제 그 아이를 만나러 가보는 거야. 너무나도 어려서 대처하지 못했던 아이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를, 자신이 무능하다고 자책하는 아이를,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아이를, 하지만 너무나도 안기고 싶어 하고 울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만나러 가보는 거야. 처음에는 너를 밀어낼 거야. 왜 이제야 왔냐며,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며, 정말 못됐다면서, 그냥 달래주기만 하면 끝이냐면서 너를 수도 없이 밀어내며 또다시 그렇게 너를 상처 낼 거야. 자신이 상처를 받았기에 할 수 있는 게 상처를 내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말아 줘. 그렇게 너를 밀어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아파 죽겠다는 거야. 너무 아프니까 못 다가오게 하는 거야. 우리가 화가 나고 울분이 터지면 다 집어던지잖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아픈 아이를 우리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이미 너는 답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따스하게 안아줘. 너의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안아줘. 함께 울어줘. 함께 아파해줘.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며 토닥여줘. 너를 쳐서 밀어내려고 하면 더 강하게 끌어안아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감싸 안아줘. 그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안아줘. 얼마나 아팠냐며, 얼마나 힘들었냐며, 얼마나 외로웠냐며, 얼마나 죽고 싶었냐며,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냐면서 토닥여줘.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며 울 거야. 안심을 하고 맘 놓고 울고 있는 거니 고생했다면서 안아주고 이뻐해 주고 토닥여줘. 한참을 목이 나가도록 울고 나면 그 아이는 잠이 들 거야. 그대로 나가지 말고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함께 있어줘. 그렇게 진심으로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줘. 깨어나면 고생 많았다는 의미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노래도 틀어주고, 함께 산책도 나가보아.



아이는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답변할 거야.

상처내서 미안하고, 안아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렇게 멋지게 성장해줘서 고맙다고.



그러면 너는 이렇게 답하면 돼

사랑해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살아내줘서 고마워. 아픔을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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