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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May 09. 2021

물고기들로부터 너를 지키는 방법

단단한 자아 속 세계

오늘 너의 속을 갉아먹고 있는 물고기들의 정체를 한번 들여다보자.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끊임없이 너를 갉아먹고 있는지 말이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난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은데 그들은 나의 속을 계속 갉아먹어. 그래서 그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낯설지가 않아.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물고기들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게 돼. 왜냐하면 듣도보도 못한 물고기라면 마주치게 될 확률이 낮지만, 흔한 물고기라면 자주 마주치게 될 테니까. 그렇게 계속해서 너의 속을 갉아먹을 테니까. 



이제 좀 너를 떠나 스스로에게 맞는 먹잇감을 구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면 좋으련만, 너를 갉아먹는 것이 제 역할인 것 마냥 멈추질 않네. 떨어뜨리면 달라붙고, 떨어진 거 같으면 어느새 옆에 있고, 다른 세계로 가버리면 또 나타나버리는 그들로 인해 얼마나 괴롭니. 절벽 위에서 떨어뜨려 그들을 죽이고 싶지만, 그런 살인은 저지르고 싶지 않을 거야. 가면을 쓰거나 다른 사람으로 둔갑해도 네 안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기에 철석같이 잘 찾아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로 인해 네 안이 남아나질 않아서 참 많이 괴롭겠구나. 



넌 너를 지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니? 난 잠시 그들을 막기 위해 나를 철망에 가둔 채로 저 깊은 심해 속으로 들어가. 너무나도 어두워서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아주 깊고 깊은 심해 속으로 들어가지. 하지만 물고기들은 감각이 발달에서 생각보다 날 잘 찾아내. 그래서 일부러 내가 그나마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철망 안에 나를 가둬. 더 다가오면 찌르겠다는 기세로 철망에는 곳곳에 가시를 박아두지. 그 철망을 열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야. 너무나도 단단하게 되어있어서 아무리 강한 상어라도 부술 수가 없거든. 나만 그 안에서 자물쇠를 풀었을 때 그 철망을 나올 수 있어. 내가 그 철망을 나오는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을 때야. 아주 고요할 때. 죽은 듯이 고요하게 있다 보면 물고기들은 지쳐서 다른 곳에 가 버리고, 철망은 천천히 빛을 향해 나아가지.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 답답한 마음에 철망의 문을 열고 나오면 어여쁜 생명체들이 나를 반기고 있어. 그렇게 잠시 숨을 쉬곤 해.



물고기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수많은 화초와 바위로 둘러싼 곳에 들어가 그들을 즐기는 네가 참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다행스럽게 여겨져. 또다시 들이닥쳐 위협에 빠질 수 있는 너를 위해 철망을 모래에 박아두고 조용히 너의 시간을 즐기는 건 어떨까. 그들이 나타나면 너는 다시 철망 속으로 들어가 죽은 척을 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라도 너를 지켜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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