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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Mar 27. 2021

감정의 항해

항해는 계속된다

정체모를 감정의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매 순간이 새로운 세계다. 설렘으로 시작된 배의 여정은 머지않아 알 수 없는 바다의 생명체들에 의해 공격을 받기도 하고, 잠시 잠을 청한 사이 폭풍을 만나 배가 뒤집혀 겨우 살아남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배에 올라타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쁘지많은 한다. 뱃속에서 함께 했던 추억들, 일출을 바라보며 만끽했던 행복감,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울컥하기도 한다. 그런 울컥함을 지닌 채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며 또 다른 감정의 배에 올라탄다.




처음 만나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선가 경험해본 사람들도 있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의 시기심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한 순간에 이렇게 많은 경험들을 경험하는 나 자신이 잠시 잠깐 정상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때 느끼는 감정도, 그 생각도 그 순간뿐이다. 결국 상황은 바뀌고 항해는 계속된다.




이전에는 잠결에 폭풍을 맞이했지만, 이번에는 정신이 말짱할 때 폭풍이 보인다. 하지만 보인다고 해서 해결방안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가 그 폭풍의 방향이나 강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바다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폭풍이 우리를 피해 갈 수도 있고, 스쳐갈 수도 있고, 직견탄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저 폭풍우는 거세다는 것이다. 감정의 폭풍우가 우리에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배의 모든 사람들은 비상사태가 된다. 모두가 우왕좌왕이다. 그나마 가장 이성적인 사람은 그 배를 지위하는 선장뿐이다. 선장을 도와주는 자들이 있다면, 선장의 무게는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배의 힘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폭풍우가 들이닥쳤다. 배에 물이 흘러넘치려 한다. 내부가 흔들린다. 사람들이 넘어진다. 누군가는 기둥을 단디 잡고 있다. 누군가는 폭풍우를 지켜본다. 선장이 열심히 지위를 하지만 듣는 사람은 소수다. 힘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언제나 그 예상을 뛰어넘는다. 온몸이 부딪치고, 물바다가 되고, 난장판이 된다. 이쯤 되면 끝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폭풍우가 지나가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가 죽을 것만 같다.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제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폭풍우는 지나갔고, 사람들은 기절했다.




바다의 끝에서 해가 뜨면서 사람들도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폭풍우를 만나기 전 다투었던 관계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난 것에 대해 부등켜 안고 운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다투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이해했던 그 과정들이 없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계속해서 항해를 할 것이다. 여전히 다투기도 할 것이고, 거센 폭풍우가 지나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단단해지고, 나중에는 폭풍우 친구 먹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 존재하는 모든 자들을 감정으로 생각하고 읽으시면, 색다르게 다가오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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