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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Apr 02. 2021

빛과 어둠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 길의 끝에는 에메랄드 빛깔이 존재했다

우연히 걷게 된 길에서 입꼬리를 서서히 올라가며 마음이 충만해진다.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 나는 태어났구나', '세상은 역시 행복한 곳이구나', '살아갈만한 곳이구나'와 같은 생각이 나의 마음을 채우면서 굽은 어깨가 피어진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내가 살아왔던 세상은 힘들었던 세상뿐이기에 속임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행복과 의심 사이에서 밀당을 한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과거의 경험들이 나에게 다가온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한다. 이제는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걸까? 진짜 행복이 맞는 걸까? 이제는 꽃길을 걸을 수 있는 걸까? 날 배신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행복을 밀어낸다. 나의 여러 시험에 행복이 용케도 통과했다. 이제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온전히 행복에게 맡겨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행복과 함께하면 할수록 행복과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어두운 부분이 느껴진다. 행복과 함께하면 밝은 것만 가득해야 하는데 어두운 부분이 보인다. 이 아이는 행복이 아닌 걸까? 행복을 가장한 불행인 걸까? 행복이 변할 걸까? 혼란스럽다. 신경 쓰지 않고 행복과 가까이하고 싶은데 행복과 가까이하면 할수록 어두움이 짙어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더 강해진다는 것을. 그 사실을 모른 채로 행복을 오해하며 결국 행복에게서 떠나고 말았다.




이번에는 반대 길로 들어갔다. 뭔가 이상하다. 어두컴컴한 곳이고, 무언가가 자꾸 걸리는데 곳곳에 보석 같은 곳이 박혀있다. 궁금해서 더 들어가 보았다. 굴곡이 장난 아니다. 저 끝에 희미하게 어떤 빛이 보인다. 이 길의 끝인가 보다. 가보고 싶어 졌다. 걸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다쳤다. 이렇게 다쳐가면서까지 가야 하나 라는 생각에 뒤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왜 저렇게 하면서까지 걸어가나 싶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한 상태로 그저 그 사람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 사람이 보이는 순간은 일어섰을 때, 움직일 때뿐이다. 빛과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드디어 그 사람이 넘어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얼마 안가 그 사람이 만세를 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 환호성은 온 동굴에 울러 퍼져 벽에 박혀있는 보석까지 반짝이게 한다. 신기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길을 나와보았다.




행복으로만 가득해 보였던 길, 장애물들로만 가득해 보였던 길. 갈래길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같아 보였다.




다시 행복을 느꼈던 길로 들어가 보았다. 이번에는 온전히 행복을 느껴보았다. 여전히 어두운 부분이 느껴졌다. 그래서 같이 느껴보았다. 나의 시야는 어두워졌고, 반대 길을 보는 것만 같았다. 벽에 박힌 보석을 바라보며 나아가고자 했다. 넘어졌다. 일어섰다. 나아갔다. 유독 빛나는 보석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시야가 또다시 밝아졌다. 뭘까. 분명 다른 길인데 같은 길인 걸까? 일단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이 길의 끝이 보였다. 행복의 길에서는 끝이 파란색으로 보였고, 어둠의 길에서는 끝이 하얀색으로 보였다. 열심히 걸어간 끝에 맞이한 풍경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에메랄드 빛깔로 반짝이는 바다였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이게 그 환호성이었나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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