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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Apr 09. 2021

눈물이 그린 바다를 항해한다

아이호

오늘도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오늘은 또 무엇이 눈물을 만들었을까. 끊임없이 샘솟는 눈물로 인해 나의 마음은 호수가 되어간다. 이쯤 되면 마를 법도 한데, 이쯤 되면 무뎌질 만도 한데, 이쯤 되면 털어낼 만도 한데, 나의 마음은 매번 건드려져 눈에 샘을 만든다. 작은 일에도 아파하고 기뻐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나의 마음판에서 뛰어놀며 자신을 봐 달라고 수없이 외친다.




그 아이는 무엇이 그리고 즐겁고, 아프고, 슬프고, 어려운 것일까. 그 아이가 만들어낸 눈물로 나의 마음판은 어느새 강이 되었고, 여러 강들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었다. 눈물 몇 방울로 헤엄치던 아이는 정신 차려보니 바다가 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눈물이 스스로를 빠뜨린다. 눈물의 바닷속에서 수도 없이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지만, 눈길 주는 이 하나 없다. 때마침 찾아온 겨울은 바다를 얼음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갑자기 난데없이 겨울은 왜 찾아온 것일까. 여름이 찾아와 바다를 마르게 해 줘도 모자랄 판에 겨울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눈물을 흘리게 만든 세상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더 견고하게 만드는 차가움이라니. 참 세상 한번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는 세상이 나를 오롯이 도와줬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나를 쓰러뜨렸고, 나를 찔렀고, 나를 아프게 했고, 눈물을 나오게 했고,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했고, 나 스스로 나와야만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 아이를 꺼내 옷을 따뜻하게 입힌 뒤 스케이트화를 신겼다. 바닷속에서 허우적 거리던 아이는 어디로 가 금세 스케이트 장이 되어버린 얼음바다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정말 작은 일에도 아파하고,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는 순수하고 귀엽고 대단한 존재다.




누구 하나 보는 사람 없는 얼음바다에서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탄다. 쳐다보는 사람도, 따뜻한 햇살도, 함께 즐기는 사람도 없다. 혼자 스케이트를 탄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생각하니 아이는 신기할 만한 행동들을 한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얼음 속을 즐긴다. 내 안의 존재하는 아이이지만, 처음 보는 모습들이 많다. 실제로 내 안에 존재하는 아이가 맞는 걸까. 스스로 만들어진 아이가 아닐까. 그 아이는 누가 만들었을까. 저 아이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행복해 보이는 저 아이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저 아이를 향한 나의 마음이 반응한 것일까? 얼음바다가 단순한 얼음바다에서 무대로 꾸며진다.




무대에서 마음껏 자신의 잠재력을 뽐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번쩍거리는 배 한 척이 온다. 이상하다. 배는 얼음이 녹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얼음바다에서 배가 움직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 설마 얼음이 녹고 있는 걸까. 그런 거라면 아이는 위험하다. 얼음바다를 유심히 둘러본다. 너무나도 단단한 얼음에 오히려 놀란다. 그렇다면 저 배의 정체는 무엇일까. 배의 정체부터 파악해야겠다. 또 이상하다. 나는 처음 보는 저 배가 아이를 알고 있다. 배 주변에 온통 아이를 향한 응원문구다. 내 일생동안 아이와 떨어진 적이 없는데 저 배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저 배는 아이를 어떻게 아는 것일까. 아이는 그저 번쩍거리는 배가 오니 신나고,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또 신났다. 나는 혼란스럽다. 상황을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되는 걸까. 무엇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행복해하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그 아이가 배에 오르자 주변이 따뜻해지면서 얼음바다가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완전히 녹아버린 바다에서 아이호는 반짝거리며 항해를 하고 세상은 그 아이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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