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깨우려면 내가 먼저 일어나야지
뭐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을 것처럼 동안거에 들어가더니, 얼마나 오랫동안 잤는지 얼굴만 더 포동포동해졌어. 그간 당분간 글을 쓰지 않겠다고 한 건, 억지로 밥 한 끼 차리기 위해 빈 쌀독을 박박 긁어내서 쓰는 찝찝한 기분 때문이었지. 새벽녘 장독대에 떠다 바치는 정한수처럼 맑고 깨끗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쥐어짜듯 쓰는 내 글은 지저분하고 탁하게만 느껴졌지. 그런 내 글이 세상에 소음을 더한다는 생각을 더는 참아주기 힘들었어. 한동안 퍼내지 말고 모아두면 자연스레 흘러넘치는 글이 되길 바라며 잠시 다 덮어 두었더랬지.
예전에 아이들 방에 깔았던 온수 매트가 생각나. 일정 정도의 물을 넣으면 그 물이 따뜻하게 데워지고 돌면서 장판을 따습게 만들어 주었어. 가끔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가습기처럼 그 물이 모두 증발해 버리는 것은 아니더라. 어쩌면 내가 쓰는 글쓰기도 그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늘 그 글이 그 글, 그 소재가 그 소재, 그 실력이 그 실력 같아도 그래도 계속 돌게 하다 보면, 누군가 잠시 앉아 쉬기에 적당한 따뜻함이 유지될지도 모르겠다는. 늘 새 물로 바꿔주지 않아도 된다는.
그래서 일어나려고.
경칩이 되어 개구리도 깨우러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아이들한테 글쓰기 하자고 해놓고 내가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