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드니

나는 성당에서 이것이 불편합니다 (2)사제관 식복사

by 글방구리

오늘 자원봉사를 갔다가 '골수 가톨릭 신자'인 한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생님은 자원봉사 외에도 성당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한다. 성당 활동뿐 아니라 재속회 회원으로 자신의 신앙 성장에도 열심한 분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사제관 식복사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식복사'는 미사 전례 때 사제를 돕는 '복사'라는 말 앞에 '먹을 식'자를 붙여, 사제들의 생활을 돕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 주로 식사 준비, 빨래, 청소 등 집에서는 주부가 하던 가사노동을 주로 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식복사를 개인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 또 필요에 의해 식복사를 두더라도 사제관에 상주시키지 않고 가사도우미(옛날 말로 파출부)처럼 출퇴근을 하며 사제의 개인 생활을 도와준다. 식복사 대신 사제의 어머니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솔직히 나는 식복사 자체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남자는 부엌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던 '옛날 고리고짝'도 아니고, 육아휴직이나 집안 일도 남녀 구분 없이 하고 사는 마당에, 자식 키울 일도 없는 사제가 자기 한 몸 건사할 줄은 알아야 하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물론 늙고 병들어 수발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사제 아니라 사제 할아버지라 할지라도 간병인이나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으나, 나는 그것 역시 개인이 아니라 교구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 동료 선생님이 한 얘기는 대충 이런 거였다. 자기가 알던 모 사제가 은퇴를 하며 사제 생활 초기부터 내내 같이 살았던 식복사를 위해 집을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 식복사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사제와 함께 사제관에서 지냈다고 했다. 사제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당연히 따라갔고, 이제 사제가 늙어 은퇴 사제들의 거주지로 가자 거기까지는 따라갈 수 없는 식복사를 위해 집을 마련해 주었다는 건데.


내가 충격을 받은 건 집을 사줬다는 게 아니다. 그 식복사를 처음 채용할 때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내걸었다는 거다. 팩트 체크가 된 것도 아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카더라' 통신이기에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지 않을 테니, 뭔가 그런 말이 돌 빌미를 제공했음에는 틀림없다. 솔직히 음란마귀가 씐 나는 미닫이 문 하나가 있다고 해서 사제관 안에서 둘 사이에 온전한 분리가 이루어졌을지도 의심하지만, 무슨 박해시대 때 동정부부도 아니고 식복사를 하려면 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내걸었다는 조건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헐! 이게 머선 일이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우리 동료 선생님이 사실 관계를 잘못 안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만에 하나 진짜 그런 분이 있었다고 해도,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임에 틀림없다. 하느님 앞에 정결과 가난과 순명을 약속한 사제들이 그렇게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며, 기도하고 희생하며 하루하루 봉헌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 애쓰고 있음을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추잡한 상상을 아예 하지 않게 방지하려면 개인 식복사를 두지 않으면 된다. 집에서는 오냐오냐 대접받으며 자랐을지라도 신학교에서 제 한 몸 입고 먹을 수 있는 기본적인 가사 노동을 우선적으로 가르치면 된다.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고 섬기러 오신 예수님을 본받는 가장 최소한의 태도는 자기가 먹은 밥그릇 자기가 씻고, 자기가 입었던 옷 제 손으로 빨아 입는 데서부터 시작하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