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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의 글 Oct 20. 2024

글쓰기 모임에도 SNS 계정이 필요할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단절에 대하여

SNS에 게시글을 올렸다. 글쓰기 모임 모집이라는 글자만 담백하게 적은 이미지였다. 활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만 올린 게시물을 더 좋아할 거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냥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본문에는 글쓰기 모임 소개와 신청 방법을 적었다. 일 분, 이 분, 십 분, 삼십 분. 매달 반복하는 일이지만 울리지 않는 휴대폰만 바라보는 이 시간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화려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글쓰기를 함께 하자는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리기는 할까. 그냥 취미 모임일 뿐인데 뭐, 하고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애써 준비한 모임에 참여자가 없으면 허탈한 것도 역시 당연한 감정일 테다. 휴대폰 화면을 안 보려고 책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노트북을 켜고 밀린 본업무를 시작했다. 






모임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참여자 모집을 고민한 적이 없었다. SNS가 아니라 동호회 어플에서 자리를 잡은 덕분이었다. 잘 갖춰진 플랫폼의 시스템에 기대서 어려움 없이 운영할 수 있었던 것. 지역 오프라인 모임이었음에도 참여자는 대기자가 생길 만큼 늘 넘쳤고, 오히려 모임을 더 열지 못하는 현실을 미안하게 여겨야 했다.  


그러다 상황이 뒤집어진 것은 역시 코로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순항하던 모임은 순식간에 사회의 적이 되었고, 잠시만 만나지 말자던 약속은 마스크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는 동안 잊혀져 갔다. 모임의 명맥을 이어가려고 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온라인 모임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처음 몇 번만 잠시 반짝할 뿐 사람들은 화면 너머의 인간과 교감한다는 사실을 아직 어색해했다. 함께 글을 써 보자고 동호회 어플에 나홀로 목청을 높이는 날만 이어지면서, 이제 글쓰기 모임의 수명이 다 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시기에 우연히 김미경 강사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김미경 강사는 코로나로 강연 시장이 사실상 사라져버리자,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고 한다.  


강연 시장이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내가 돌아가지 않을 거야.  


김미경 강사는 그렇게 과거와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시작을 자기 자신에게 강제했다. 그렇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MKYU라는 자신만의 무대를 스스로 만들었다.  






어떤 단절은 시작을 의미한다. 아니, 단절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오랫동안 자격증 시험 공부를 했던 시절에, 내가 해내지 못한 것도 단절이었다. 과감하게 지금까지 해온 것을 포기하겠다는 선언. 과거를 붙드느라 미래가 없었던 시기였다. 그때 어머니가 거리에서 과로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한 두해 더 포기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휴식을 보장하고자 장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개인사업자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도,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나도, 누군가의 남편이 된 나도 없었을 테다.


생각이 여기에 미쳤을 때, 글쓰기 모임에서도 단절을 선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회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동호회 어플에서 빠져 나왔다. 익숙하고 편안했던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채널을 가지고자 SNS 계정을 개설했다.


여전히 게시물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정확히는 잘 만든 게시물을 올리는 일이 어렵다.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SNS 세계에서 차분히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자는 지극히 심심한 메시지가 퍼지기는 쉽지 않으니까. 덮어놓은 휴대폰을 다시 들춰보았다. 2024년 10월은 그렇게 70명의 사람과 함께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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