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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의 플레이리스트

4. 옥상달빛_달리기

by 글쟁이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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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뒤집기의 순간을 지나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두 다리로 몸을 일으켜 세워 결국 한 발짝 내딛는 그 과정을 우리 모두 겪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 나가고 있다.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달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했을 때 박수와 환대를 받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결승선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것, 그것이 달리기라는 경주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달려서 손등에 ‘1등’ 도장을 받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아마 대부분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은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목적지는 너무나 유동적이고, 불확실하며, 무엇보다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자신이 믿는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 나간다.


그런 우리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달리기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이 지겨운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되뇐다.


'나는 잘하고 있나?'

'괜히 시작했나?'


이 노래는 그런 우리에게 뼈를 때리는 한 문장을 던진다.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결국 선택은 우리가 한 것이고, 이 방향이 아니면 또다시 엄청난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우리는 결국 그 길을 열심히 달려간다. 물론, 수없이 유턴, 좌회전, 우회전하며 우리의 길을 찾아 헤맬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힘들어서, 고통스러워서 발을 돌린다면 정말 셀 수 없이 긴 거리를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노래는 지쳐 넘어지려고 하는 나의 마음을 향해 '정신 차려!'라고 이야기하는, 마치 '코치'와 같은 노래다.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초등학교 6학년, 나는 '택견'이라는 운동을 했다. 1년간 운동을 하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체력 훈련'이었다. '하드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체력 훈련은 6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의 나를 미친 듯이 괴롭혔다. 4~5명이 한 조로 묶여, 순서대로 미션을 수행한다. 간단한 달리기부터, 앞구르기, 뒤구르기, 버피 테스트, 네발로 기어가기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체력 단련을 위한 미션을 줬다. 정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훈련이 끝나고 그대로 드러누웠을 때 느끼는 꿀맛 같은 휴식을 생각하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힘이 솟아난다. 이를 노린 관장님은 우리에게 항상 이렇게 소리쳤다.


'좀만 버티면 돼! 이것만 하면 쉴 수 있어!'

'끝나면 집에 가기 전까지 누워서 쉬면 돼!'


그렇다.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끝나면, 참으로 달콤한 시간이, 아니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 정도의 긴 휴식 시간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의 이 시간이 끝났을 때 우리가 느낄 그 달콤함의 시간, 오랜 휴식의 시간이 있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참으로 열심히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어쩌면 우리 달리기의 목적이 곧 '지루함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1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


우리의 달리기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경제적인 어려움', '신체적인 아픔' 등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달리기를 '중단'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달리더라도, 세상에서 박수받는 존재는 '1등'이라는 것을 참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긍'의 자세와 '어쩌라고' 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누군가에 의해 상처를 받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급한 목돈이 필요하고, 갑자기 찾아온 질병의 아픔은 온전히 '나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온 마음 다해서, 온 정성 다해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에 집중하고, 스스로 박수를 쳐 줄 필요가 있다. 박수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동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자극제다. 이 자극제는 상대방에게도 줄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도 선물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1등'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준이 굳이 나에게도 적용되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다. 내가 꿈꾸는 목표를 향해,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향해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혹시나 남들이 그런 나를 향해 손가락질해도,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나의 레이스 관중도, 심판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향해 박수를 치고, '나'라는 관객을 위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진정한 '러너'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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