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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nbae Lee Dec 20. 2018

성장을 위한 디자이너의 자세

모두의 경험과 생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배울 것도 많다.

얼마 전, 브런치에 개제했던 이 글이 상당히 많은 디자이너 분들께 전달되었나 보다. 

페이스북 포스팅과 브런치 글에 직접 댓글들도 달아주시고, 메신저와 카톡으로 메시지도 보내주셨다. 현재 살고 있는 미국 시애틀에서도 알게 된 한국인 디자이너분들과도 오프라인에서 같은 토픽에 대한 얘기를 더 이어 나 기기도 했다. 많은 친구들, 후배들 그리고 무엇보다 선배들께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해 주셨다. 몇 주 동안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생각도 해보고 고민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함과 동시에, 그로 인해 이 글을 또 쓰게 되었다.


일단, 그 글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그래 맞아, 디자인 비전공자와 전공자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사실 이것은, 디자인이라는 전공뿐만 아니라 어떤 전공이든 간에, 더 나아가 전공을 막론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과 노하우를 증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그 뒷받침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능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흑과 백으로 분명하게 나뉘었다기보다는, 서로가 겪어온 길과 경험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디자이너로써의 하루하루가 (프로젝트, 팀 등) 다양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 동일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B2C에서 디자인하는 사람과 B2B에서 디자인하는 사람의 매일매일 겪는 경험과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테고, 앱이나 웹인 제품의 디자이너와 AR/VR 그리고 IoT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노하우와 툴도 매우 다양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능력에 대한 다른 의견들을 더 파헤쳐 보는 것보단, 한 발자국 살짝 물러나, 더 큰 그림에 대한 생각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매우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최근에 내가 배우고 느낀 점을 좀 더 써보고 싶었다. 나 또한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있기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보게 되는 것 같다.



내 생각엔...


디자이너마다 다른 자신만의 살아남는 방식, 발전하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디자인 방식과 제품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존중하며 때때로 그 방법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자신이 현재 겪는 디자인의 방식이나 디자이너로써의 필요한 능력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어떤 능력을 더 발전시켜야 할지 끊임없이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특정 부분에 매료된 것이지 그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상황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다르고 그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이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것 같다. 때론, 툴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나 코딩을 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부럽고 때론 발표를 효과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순간순간 자극이 되는 부분들이 지금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능력이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히 떨쳐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Imposter syndrome을 겪게되거나 남들이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며 "내가 여기 어떻게 있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필요한 스킬과 지금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스킬들을 잘 prioritizing 하는 것이 자신의 길고 긴 커리어를 디자인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혼란이 생기면 근처에 있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하다가도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고유의 내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며 남들에게서는 자신이 현재 또는 곧 다가올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능력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 건강한 방법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는 3D나 AR/VR에 관한 툴을 잘 사용할 줄도 모를뿐더러 다른 시각적, 공간적 요소도 그 분야에 있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턱 없이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Adobe MAX 컨퍼런스에서 그 분야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발표하는 멋있는 제품과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땐, "나도 해야 되나...? 지금부터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기도 했다. 심지어 비슷한 경우에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식들이 지금 당장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진 않을뿐더러 배울 시간도 없다 (흐엉). 차라리 그 시간에 직접적으로 내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많이 찾고 배우려고 한다. 


(나는 광고 제품에서 디자인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의 관점을 많이 찾아보고 그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경쟁회사의 툴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feature들이 있는지 등 을 연구한다. 그리고 대부분 마케터들은 광고 툴을 컴퓨터로 사용하기 때문에 앱 디자인보다는 웹을 많이 보고 배운다)


하지만 시간이 넘쳐난다면 뭐든... 배우고 싶다. 흑



디자인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경험에 따라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것 같다.


어느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들이 1년이라는 긴 시간 또는 더 길게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AR/VR 같은 미래지향적인 제품일 수도 있지만 예전에 waterfall과 같은 프로세스를 거치는 프로젝트들을 맡을 때도 있다. 0에서 1로 만드는 새로운 제품이 될 수도 있으며 세상에 나오기까지 베일에 싸인 비밀의 제품일 수도 있다. 대부분 엔지니어와 같이 다른 직종들도 참여해 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때론, 디자이너들끼리만 먼저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디자이너들이 핸들을 쥐고 끼리끼리 서로와 경쟁하며 앞다투어 더 창의적이고 시각적, 감성적 그리고 효과적인 디자인을 위해 매일 툴을 켜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때론, 아직까진 제품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퍼포먼스는 그 프로세스와 중간중간 craft 된 결과물에 따라 판단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써의 눈과 손 그리고 툴을 다룰 줄 아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하드 스킬들은 더 발전될 수 있으며 제품이 세상에 공개 됐을 때의 그 뿌듯함이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이너로써의 삶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분야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잘 된 디자인은, 평가 가치가 있는 디자인은 다른 분야와 방식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와는 다를 것이다. 


반대로, 제품을 0에서 1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1에서 2로 그리고 3으로 진화시키는 자리에 있는 디자이너도 많다. 제품의 Growth를 책임지며 매우 빠른 iteration을 거치면서 data driven approach를 하는 디자이너들은 때론 제품에 크고 작은 살을 더 붙이고 새로운 사용자들을 더 끌어모으며 앞으로 현재의 사용자들이 더 많이 자주 들어와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매일이 agile process인 이런 비슷한 일 환경은 실제로 많은 대기업의 디자이너들이 경험하는 것 같다. 실시간 또는 매주 데이터를 보면서 회의하고 한 UI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줘서 A/B 테스팅을 한 후, 제일 효과가 좋은 해결책으로 방향을 잡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는 data-driven 또는 data-informed 디자인이라고도 하며, 많은 곳에서 실제로 이것이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미래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고 데이터에 의존하기 보다는 유저와의 직접 인터렉션을 통해 시그널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의 비즈니스적인 metrics를 움직였다는 것에 뿌듯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만 집착하며 craft에 더 열정을 쏟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반응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이해를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각자 디자이너로써 느끼는 fulfillment 종류에 따라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하며 다양한 불출구를 찾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더 나아가, 어떤 곳은 팀 내에 자신이 혼자 디자이너일 수도 있으며 오너십을 가지며 자기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쳐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차, 계급 또는 경험에 따라 아이디어가 묵살되거나 같은 아이디어도 다른 사람이 말하는 방식과 그 사람의 입지에 따라 안타깝게도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회사는 디자인을 쉽게 짜집기 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내의 도구들이 즐비한 반면에 특정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만들어야 할 경우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어떤 제품은 클라이언트의 돈 씀씀이에 따라 다른 수많은 다른 클라이언트들을 배제해야 할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곳은 디자이너의 그동안 쌓아온 직관력과 판단력에 따라 제품의 성패가 갈리기도 하고 그것이 시대의 흐름과 타이밍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도 우리는 많이 보았다. 


계속 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이 수많은 다양한 제품과, 프로젝트, 팀 그리고 회사의 문화와 색깔 속에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 개개인의 경험은 분명,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쌓여, 자신만이 생각하는 "잘하는 디자이너", "참된 디자이너" 또는 "현명한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은 매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역시 의견조차 다를 것이다. 공감하는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며 다른 경험으로 자신만의 잘된 디자인을 판단하는 디자이너들은 또 반대의 의견을 내며 반박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오히려 더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올바른 발전의 자세가 아닐까...)



도대체 "저 사람은 잘하는 디자이너야"라는 말, 어떤 능력을 보고 하는 말일까?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에라도 평소에 많은 제품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생각을 나눈다. 디자이너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어떤 특정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100 대 0으로 동의하는 것은 드물 뿐만 아니라 그게 좋은 것도 더더욱 아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제일 중요한 "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고 그 토론의 장이 디자인이라는 필드의 꽃과 같은 것 같다. 


그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 사람은 잘하는 디자이너야" 혹은, "이 앱은 정말 디자인이 잘됬어"라고 하는 말은,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혹시 최근에 이런 말을 동료들과 했다면, 어떤 이유로 이런 말을 했는지 다시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혹여나 대기업에 유명한 디자이너를 그저 잘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앱스토어에 10위안에 드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앱이 잘 됐다고 쉽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아니면 우리 근처에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고 포트폴리오에서 보이는 시각적인 또는 프로토타입을 통해 보이는 실력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지 말이다. 더 나아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나, 그 전의 회사 또는 디자인을 입문하게 된 경로 또는 연차를 보고만 쉽게 코멘트를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짧은 예로, 우리가 다른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할 때 또는, 근처에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의 경험에 대해 궁금할 때,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제일 먼저 찾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도, 몇 달 동안 같이 일을 해본 적도 없지만 포트폴리오를 스크롤하면서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사람은 좀 잘하는 것 같아" 또는, "이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네." 


판단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는 포트폴리오의 랜딩페이지와 다른 세부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결과물들이 일단 처음 눈에 들어온다. 또한, 프로젝트마다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나열된 방식,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레이아웃, 내비게이션, UX 등의 결과물을 보며 각자 서로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에 빗대어 잘하고 못하는 디자이너들을 판단하게 된다. 실제로 인턴 채용을 할 때 랜딩페이지를 켜보고 지원자가 디자인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해 10초 만에 웹사이트를 끄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프로젝트가 중요하긴 하지만 디자이너로써 어느 정도는 시각적으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일지도...)


또는, 결과물로만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허영만 만화가가 이말년 만화가의 만화에 대해 말한 것이 기억이 난다. (매우 유명한 짤)



이 짧은 짤에서 볼 수 있듯이, 허영만 만화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만화가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만화가라면 내용은 고사하고 일단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점이 예전에 만화를 그릴 때부터 정해져 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 이말년 만화가의 결과물을 봤을 때 아마 같은 만화가로서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독자로써 모두 이 두 만화가의 이름을 많이 접해봤고 만화도 읽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두 분의 만화를 둘 다 사랑하고 재밌게 읽었을 수도 있다.


내가 이 짤을 통해 생각한 것은, 디자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경력을 쌓고 디자인은 해온 분들은 디자이너라면 작업에 대한 투철한 정신과 마지막에 대중 눈에 보이는 그 결과물의 퀄리티가, 바로 디자이너가 가져야 하는 제일 중요한 능력과 사명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요새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은 "사용자가 먼저예요" 등의 말을 던지면서 "시각적인 게 다가 아니에요" 또는 "난 UX 디자이너지 비주얼 디자이너가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사이에 텐션이 존재하는 것을 많이 보았고 겪었다. 비록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모르지만, 요새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끼고 있다, 디자인은 많이 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그리고 필요한 스킬들이 하드 스킬들 뿐만 아니라 소프트 스킬들도 더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서로를 존중해요!)


비록 이말년 만화가는 허영만 만화가보다 그림은 더 못 그릴 수도 있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을 받았듯이,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기본기를 가지고 자신의 강점을 더 부각하며 일을 열심히 한다면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꼭 모든 것들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하는 것 같다. 각기 다른 많은 방법들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키우고 내세우고 치명적인 단점이나 발전하고픈 분야를 알고 개선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며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너무 다양한 지금,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면 되는 것 같다. 근처에 다른 디자이너들이, 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팀원들이 곁에 있다면 이런 것들을 계속 인지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짤에서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허영만 만화가 같은 분이 기반을 잘 닦아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이말년 같은 만화가도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렇게 까지 디자인 산업 발전에 기여한 분들을 잊지 말고 오히려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가진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접하다 보면 정말 배울 것이 많고 깨닫는 것도 많기 때문에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마음 속 깊이 있는 생각과 서로의 디자인 철학을 나누는 것이 정말 멋지다. 



그럼, 남들이 판단하는 것 말고 "내가"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하게도 최근에 나의 글에 대해 많은 고민도 해주시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주신 분이 계신다. 그분의 말을 잠시 빌려 보자면 이렇다.

"내 생각엔, 디자이너는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결과물로 보여줘야 하며 그 결과물이 곧, 자신의 얼굴이야."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디자이너로써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기여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결과물이란 것이 꼭 제품 런칭 때 보이는 그 결과물만은 아닌 것 같다. 디자인 크리틱을 할 때, 팀 전체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문서 도큐 멘팅을 할 때 그리고 유저 테스팅을 거칠 때마다 필요한 요소요소들이 다르다. 그런 중간중간의 디자인 과정들도 매우 중요한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팀원들과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사용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디자이너로써,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마 그런 작은 순간순간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고 배움을 실천하는 디자이너가 더 성장하는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 Self-awareness가 중요하듯, 적재적소에 깨닫고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이 더 효율적인 것 같다. 


나는 매일,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을 보며, 일하는 방식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살고 있다. 롤모델도 있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친구들도 되게 많이 나에게 영감을 주곤 한다. 따라서 그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꼭,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많이 지식을 습득하며 디자인에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들을 더 배워서 실제로 적용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가끔은 툴을 다룰 줄 아는 능력에 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시각 디자인의 기본기에 대한 것일 때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발표를 정말 효과적으로 하는 디자이너들이 부럽고 글을 잘 쓰는 사람 또는 매니징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 그런 능력을 키우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든다. 때마다, 나에게 리마인드 되는 것들이 있지만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그저 제자리에 남기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쪼개서 노력해보려고 한다. 



마치며...


우리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디자이너로써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길,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경험하며 각자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품는다. 


어떤 디자이너에게는 어려운 툴을 사용해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것이 보람찰 수도 있다. 그리고 코딩을 하며 남들은 쉽게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데이터를 사랑하며 그 데이터에 따라 자신이 디자인해야 할 결과물의 방향성을 알고 효율적으로 때론 기계적으로 iteration 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유저와 매일 만나며 그들의 고충을 더 잘 알려고 할 수 도있다. 남들 앞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거나 발표를 통해 소통하며 공유하는 것을 통해 성장하려고 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계속 말하는 거지만 디자이너마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들 또한 다양하다.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우려고 해야하는 것 같다. 밋업, 세미나, 컨퍼런스, 팟캐스트 같은 곳에서 많이 배우고 접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학생 때도 이런 venue에 가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언젠간 꼭 디자인 해보고 싶은 분야나 제품이 하나 둘 씩 생기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아직은 갈 길도 멀고 배울 것도 산더미다.


자신이 맡은 위치와 필요한 능력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효율성, 그리고 디자이너를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회사의 문화가 다 모여 한 디자이너를 끊임없이 성장케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믿고 있다.  하지만 절대로 끝이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디자이너로써 일을 하는 동안엔 :)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가끔, 심한 자극을 받을 땐 밤 잠을 설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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