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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nbae Lee Jul 30. 2017

페이스북 프로덕트 디자인 인턴 체험기 #2

2017년 5월 ~ 2017년 8월, 난 17명 중 한 명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사실 처음에 나의 인턴 경험에 대해서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에는 이것이 시리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페이스북 (Facebook)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간략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려고 했으나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 더니 설명충이 돼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첫 화 때 "이건 절대로 한 번에 못쓰겠다. 만약에 쓴다 하더라도 길어서 아무도 안 읽겠지..."라고 생각해서 나뉘어서 쓰자고 마음먹었다. 감사하게도 첫 화의 반응이 매우 좋아서 여러 편으로 나뉘어서 발행하는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나의 뜻깊은 경험과 도전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기만 한다면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겠지...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처음 디자인 크리틱을 들어갔을 때와 중요 팀원들과 만났을 때에 대한 얘기를 써보려고 한다. 사정상 너무 세세히 설명을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민감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 한에서, 그리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선에서 설명을 해보겠다. 항상 그랬듯이, 난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점들을 최대한 많이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 첫 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공유해 주신 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나의 인턴 매니저와의 만남


캘리포니아에서의 첫 대면.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Facebook HQ)에서 디자인 오리엔테이션 및 교육을 받고 막바지쯤 나의 인턴 매니저가 시애틀에서 날 보러 왔다. (*인턴 매니저는 말 그대로 매니저가 아니라 정직원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같이 사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캘리포니아에서의 우리 팀 멤버들을 소개시켜 줬다 (시애틀 멤버들은 가서 보게 될 테니까). 솔직히 매우 긴장되었고 정신도 최대한 바짝 차려서 매니저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한해 지고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거의 두 시간 동안 같이 페이스북 캠퍼스를 걷고, 벤치에도 앉아서 음료수도 마시고, 서로에 대해 캐주얼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오히려 나의 매니저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나의 삶과 배경 그리고 나의 포부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도 매니저의 배경이 궁금했고 곧 그가 10년 넘은 베테랑임을 알게 되었다. 


매니저와는 그전에 메신저나 이메일로 얘기를 나누어봤지만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하니, 진짜 나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턴쉽이 시작된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매니저는 날 보자마자 비행기에 올라타 다시 시애틀로 돌아갔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매니저는 나에게 또다시 도전과 열정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우리 같이 네가 보람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라고 말하고 떠는 나의 인턴 매니저, 지금 인턴쉽이 두 달이나 지금 이 순간, 난 페이스북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해 준 나의 매니저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항상 나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몸소 느끼게 해 준 실력이 뛰어난 나의 매니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확인사살을 해주었다. 


다시 시애틀에서의 만남.


시애틀 오피스에서 첫 출근을 한날 회사에 다른 디자이너들이 우리 디자인 인턴 4명을 투어 시켜줬다. 투어가 끝나고는 각 팀에 데려다 주기도 하였다. 난 그때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나의 매니저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마치고 매니저가 시애틀 팀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앉아서 열심히 피와 땀을 흘리게 될 나의 책상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에는 같이 미팅룸에 들어가 좀 더 구체적인 일에 대해 얘기를 드디어 하기 시작했다. 


나의 매니저는 내가 맡을 프로젝트에 대해서 되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처음 듣고 도큐멘팅 되어있는 문서를 봤을 때는 이해 안 가는 점도 많고 궁금한 점들도 많았다. 매니저도 Advertisement (광고)라는 쪽에서 배경 지식이 없이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매우 힘든 점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궁금해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일하는 팀은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나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광고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Advertiser (광고주)나 회사들이 자신들의 광고 Performance 같은 현황들에 대한 정보를 그래프, 차트 그리고 테이블 등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약간 B2B 형식인 것 같다. 


첫 주에는 매일같이 매니저와 최소 한 시간씩 만나면서 내가 맡은 메인 프로젝트 말고도 좀 더 쉬운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팀의 역할과 전반적인 Ads에 대해 지식을 쌓는 방안을 꾸렸다. 그래서 사실 인턴으로써 제일 중요한 메인 프로젝트를 하기 전, 한 가지 작은 프로젝트를 부여받았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작다고 해서 쉬운 문제를 푸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분명 이 작은 프로젝트가 나에게 디자인 크리틱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엔지니어와 컨텐트 스트래티스트와 간단히 협업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항상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작점


넌 인턴이 아니야. 그냥 디자이너지.


첫 화에서 잠시 얘기하였듯이 페이스북 인턴은 무늬만 인턴이지 따지고 보면 정직원이나 다름없다. 나에게 부여되는 프로젝트나 일에 필요한 정보나 툴들 그리고 혜택까지 인턴이라고 덜 받는 것도 없고 차별받는 것도 없는 게 페이스북이다. 게다가 나는 현재 Ads (광고)라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갓 정직원이 된 사람보다 힘들었고 더 발 빨리 움직였다. 정직원으로 채용이 되면 기본적인 연수를 2주간 받은 후에도 ramp up period라고 해서 기본적인 새로운 팀이나 분야에 대한 지식도 쌓고 팀원들도 하나둘씩 만나가며 적응해가는 비교적 긴 반면에 디자인 인턴은 이 모든 것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인 발랜스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빨리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느냐도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솔직히 팀원들을 만나고 친해지는 것도 일을 수월하게 하는 데 중요하지만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완전히 숙지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인턴쉽은 정확이 12주(3달)이지만 첫 2주는 교육, 마지막 2주는 마무리라고 생각하면 가운데 있는 8주가 핵심이니, (나의 플레이그라운드) 처음에 따라잡는 속도가 더뎌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처음에 광고라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할 때 시간이 매우 촉박하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메신저나 인스타그램에 배정된 다른 인턴보다 내가 디자인해야 할 분야와 Facebook Ads Manager라는 제품, 그리고 광고에 대한 단어와 지식들을 추가로 공부했다. 누가 딱히 하라고 한 건 절대 아니었지만 하지 않으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욕심이 났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것들이 문서로 많이 기록돼 있었고, 유튜브나 구글에서도 비디오 강의나 글들을 쉽게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처음에 매니저를 만나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 들었을 때에는 진짜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매니저가 최대한 쉽게 여러 번 설명을 해주어도 10%에서 100%를 알아듣는 게 아니라 10%에서 12%, 15%, 18% 이렇게 단계적으로 알아듣기 시작했기 때문에 미팅이 끝나고도 많이 아쉬웠다. 이따금씩 매니저가 광고 관련 단어를 쓰면서 설명하다 보면 또 그 광고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얘기해야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에 프로젝트에 대해 시간이 없어 설명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페이스북에 들어와서 죽여주는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고 당당히 정직원 오퍼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매시간이 지날 때마다 혼자 걱정하곤 했던 것이 생각난다. 엄청난 경쟁률의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뚫고 한숨 돌린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앞에는 더 큰 챌린지가 있는 것 같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나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잖아.


얼마 전에 매니저랑 미드 포인트 리뷰를 했을 때 매니저가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 그때 초반에 기억나? 따라잡아야 할 내용도 많았고 알아야 하려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도 직접 만났어야 했는데 솔직히 그때 넌 엄청 힘들었을 거야. 그리고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였어. 한 가지는 그냥 설렁설렁, 대충대충 인턴쉽을 보내거나 아니면 진짜 미친 듯이 노력해서 따라잡고 멋진 아이디어와 솔루션들을 만들어 내던가. 하지만 날 놀라게 했던 건 네가 두 번째 옵션을 택한 것도 그렇지만 넌 누구보다 빨리 따라잡았어. 그건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잘하고 있어." 

영어를 한국말로 해석해서 약간 오그라들고 100% 전달은 되지 않지만 단 둘이 그 미팅룸에 앉아서 매니저가 나에게 이 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초반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문서들을 다 읽고 실제로 광고도 직접 해보고 (지금도 Design Spectrum 광고를 해주고 있다. 기회를 준 지홍 님께 매우 감사하다) 내가 일하는 것들에 대한 관련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씩 숙지하기 시작했다. 무수히 모르는 것들은 다 적어놓고 하나하나씩 미팅도 잡아가면서 해결해 나아갔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진심을 다해 "내가 인턴쉽 때 너무나도 좋은 경험을 하고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은데 도와주세요"라고 터놓고 얘기도 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relationship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끼어들 수 있게 되었고 내가 맡은 메인 프로젝트 외에 매니저가 준 간단한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내서인지 (진짜 열심히 했다) 메인 프로젝트와 평행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주기도 하였다 (일은 끝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조그만 베이스 프로젝트들이 광고 쪽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자신감과 나를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다른 디자이너들이나 팀원들에게 발표를 하면서 디자이너로써의 일의 순환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그런 경험과 나의 performance들이 쌓이면 정직원 전환 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김칫국도 시원하게 마셔보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매니저는 그런 것 까지 미리 다 생각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나를 잘 가이드해주었고 지금도 나를 많이 도와준다. 이제는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친해진 사이가 되어서 매우 뿌듯하다. 


디자인 크리틱을 체험해보다.


몇 주가 지나자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많이 익숙해졌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들도 슬슬 발동이 걸렸으며 궁금한 점이나 상담해야 할 점들이 있으면 매니저나 다른 필요한 팀원들에게 미팅을 요구하는 등 그냥 무작정 찾아가는 등 디자이너의 typical 한 삶에 적응해갔다. 우리 팀은 매주 디자인 크리틱이 있는데 프로덕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컨텐트 스트래티지스트, 프로덕트 매니저, 유엑스 리서쳐 등 디자인 관련 팀원들 전부가 모여서 길게는 한 시간 반까지 한다. 크리틱이 필요하면 미리 신청을 해서 자리를 확보하는데 나의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나 리서쳐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매우 유익한 미팅이다. 가끔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태클이 들어오면 defensive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느낀 것은 정말 캐주얼하고 친근하고 농담 따먹기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정말로 진지하고 직설적인 미팅이라는 것이다. 크리틱을 하는 사람과 발표를 하는 사람, 두 쪽다 매우 긴장감 넘치지만 웃으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디자인을 처음 접하고 프로젝트들을 할 때 "디자인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해 가냐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회사와 팀원들에게 조금 익숙해진 이때 자극제로 크리틱에서 발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니저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흐뭇하게 웃었던 것이 기억난다. 100%의 준비가 안 돼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발표 날짜가 정해지면 그래도 긴장감속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에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손을 들어하고 싶다고 했다. 전쟁터에 선봉을 시켜달라는 조자룡처럼 늠름하게 보이지는 않았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새로 들어온 신참의 패기를 보았으리라... 여하튼 결국 일을 저지르고 나서 나의 매니저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 크리틱 가이드라인과 방식 그리고 내가 숙지해야 할 점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Problem Statement의 중요성.


사실 인턴을 시작한 지 3주,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며칠 안됫을 때여서 딱히 어떤 디자인을 보여줄 순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Problem Statement를 피드백받고 싶었다. 예를 들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적절한지, 내가 왜 이 문제 (problem)를 풀어야 하고 누구를 위해서 풀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발표를 하는 것이 중점이었다. 디자이너로써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나의 매니저가 충고를 해주었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페이스북 디자이너라면 이것은 항상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Problem Statement에 대해서는 내가 배우고 공부한 것을 토대로 Medium에 "디자이너의 중요한 스킬 중 하나: Problem Statement를 잘 쓰는 법"이라는 글을 발행하기도 했다. 당연히 나의 매니저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공유를 하였고 잘했다는 Thumbs up (엄치척)도 받았다. 매우 뿌듯한 점은 새로 들어온 프로덕트 디자인 정직원들이 나의 글을 보고 나에게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도와달라며. 미팅 invite가 들어왔을 때는 진짜 부끄러웠지만 아까 말했듯이 저지르고 나면 항상 발전은 있지 않을까,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고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았다. 


나의 첫 번째 디자인 크리틱.


드디어 그날이 왔다. 많은 경험 있고 연륜 있는 팀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당일, 솔직히 매우 떨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리 작성한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을 수없이 연습하고 농담 있는 부분에서도 어떻게 지루한 발표 중에 확! 시선을 사로잡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지만 막상 미팅룸 안에서 앉아, 하나둘 씩 들어오는 팀원들을 보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물을 마시는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처음 말을 떼고 나서는 다행히 순조롭게 발표를 끝낼 수가 있었다. 발표를 다 끝내고 질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발표 중간중간에도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팀원들은 내게 서슴치 않고 물어보았다. 솔직히 모든 것을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내에서 설명할 순 없었고 그때그때의 대처가 미흡한 건 사실이었지만 (게다가 나의 매니저도 그때 출강을 갔다), 그런 것들이 다 자극이 되고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모든 질문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나에게 물어보아도 다른 사람이 알고 있으면 대신 대답하기도 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팀원 모두 합심해서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를 하고 싶어 했고 도와주고 싶어 했으며 내가 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조언도 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으며 흔히 머릿속으로 아는 Problem과 User등에 대해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누구에게도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첫 크리틱을 하고 나니, 크리틱에 대한 부담도 많이 없어지고 흔히 드라마에서 나오는 정장 입고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느낌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웃으면서 조크도 날리고 흥겹게 대화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그 와중에도 나의 노트에 빼곡히 적혀있는 피드백들은 정말 하나하나가 탑 클래스 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말 날카롭게 훅 들어올 때가 많았다. 미팅이 끝나고 내 자리를 돌아가는 길에는 아쉬운 마음에 다음에는 더 열심히 준비하리라 다짐, 또 다짐했다. 


엔지니어들과의 만남


현재 내 근처에는 5명의 엔지니어가 앉아있는데 자주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한다. 대부분의 얘기들은 코드와 관련된 전문적인 얘기들이어서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그럴 때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아는 척할 게 있으면 하기도 하고 정말 지겨울 때는... 글쎄... 화제를 돌리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을 때는 디자인 패턴이나 스케치 쓰는 법, 프로토타이핑 등 재미있어서 눈이 반짝거리지만 뭔가 엔지니어들과 밥을 먹을 때는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뭐.. 딱히 매일 일에 대해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주중 언젠간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는 얘기도 하고 또 가끔은 내가 포함된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할 것들이 있으면 이때 얘기를 하기도 한다. 


사실 처음 시애틀 오피스에 와서 각 엔지니어들과 1:1 미팅들을 가졌을 때에는 (특히 내가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될 엔지니어들) 그 사람들이 하는 역할들을 숙지해야 했고 과거에 디자이너들과 일을 해보았는지, 또 일을 해보았다면 어떤 것이 잘 맞았고 어떤 것들이 싫었는지를 알고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후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엔지니어들이 편하게 나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쉽고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추가로 물어보면서 최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난 널 도와주는 살마이고 엔지니어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줄 아는 신세대 디자이너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주 좋은 첫인상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신승리!) 게다가 코딩을 조금 해봤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보려는 제스처도 취해보았다 (이건 정말로 성공했는지는 모른다. 실제로 나도 코드를 써서 프로덕트를 개선했으니... 후후). 


나에게 핵심은 엔지니어마다 일을 하는 방식과 디자이너랑 소통하는 방식이 매우 달라서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확실히 엔지니어도 사람이기에 사람마다 성격이 달랐을뿐더러 일을 할 때 자신만의 방식과 철학이 꼭 있는 것 같다. 디자인을 툭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rough 한 와이어프레임이나 아이디어를 얘기할 때에도 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열정에 부풀어 있는 인턴이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난 이것이 일의 일부이자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고 효율적인 협업의 방법의 첫 단추라고 생각했다. 딱히 세세하게 하나하나씩 따져가면서 조심스럽게 스텝을 밟아 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것들이 있어서 만족했다. 예를 들어서 내가 가깝게 일을 같이 했던 엔지니어 중 한 명이 엄청나게 좋은 리뷰를 써준 것? 


추가로 나의 프로젝트가 주로 Data Visualization 관련 디자인들이다 보니, 내가 디자인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도 많이 엔지니어와 상담했던 것 같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도 엔지니어기에). 디자인 안에 있는 그래프들이 계산이 되고 화면에 출력되기까지 오래 걸리는지, 전박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기존에 있는 빌트인 컴포넌트인지 아니면 시간을 투자해서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회의와 타협도 필요했다. 디자인이 환상적이라고 하더라 해도 MVP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거나 "굳이 이렇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에는 나도 또 다른 새로운 방법들을 창조하고 아이디어들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했다. 정말 욕심이 나는 부분들은 왜 그런 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유들을 종합해 pitch(발표) 하기도 했고 가끔은 엔지니어가 대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물어봤던 것 같다. 정말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고독히 발 벗고 최선을 다하는 군인처럼 수많은 미팅에서 수많은 문장들을 입 밖으로 뱉었다. 


컨텐츠 스트래티지스트와의 만남


아마존과 구글에 UX Writer라는 직종이 있다면 페이스북에는 Content Strategist라는 직업이 있다. 말 그대로 프로덕트들에 대한 이름, 내용 및 다양한 메시지들을 (content) 디자인하는 사람들인데 실제로 프로덕트 디자인, 유엑스 리서쳐 뿐만아니라 엔지니어들과도 매우 가깝게 일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미팅을 갖는 만큼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글이 쓰여있는 것들은 다 도와준다. 아무리 디자이너가 화려한 디자인을 가지고 와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내용이 쓸데없이 길거나 뒤죽박죽이라면 좋은 사용자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Product focus인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매우 중요한 팀원이다. 사실 디자인 학교를 나오거나 HCI프로그램을 나오고도 디자인이 아니라 컨텐트 스트래티지스트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저널리즘이나 다른 인문학 전공자도 많다). 직접 디자인을 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이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디자이너다. 


페이스북에서 디자이너들에게 강조하는 것들 중 하나가 효율적인 협업인데 여기서 협업이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다 끝내고 컨텐츠 스트레티지스트한테 "디자인은 끝냈으니 컨텐트를 써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 같이 한걸음씩 나아 가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Problem Statement를 쓰고 idea scoping이나 와이어프레임을 만들고 디자인 시안을 몇가지 해볼 때 항상 컨텐트 스트레티지스트와 만나서 크리틱을 하고 토론을 하곤 한다. 게다가 어떨 때에는 Sketch 파일을 직접 보내달라고 해서 추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간단히 만들어 보거나 필요한 컨텐츠를 넣을 공간을 마크해 주기도 한다. 특히, 그래프나 차트가 어떻게 계산되고 metric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 유저들이 쉽게 도움말에서 처럼 프로덕트를 이해할 수 있게끔 신경 쓰기도 한다. 결국 모든 프로덕트들의 UI에는 끊임없는 디자인과 컨텐츠 스트래티지스트와의 조율과 협동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디자이너도 프로덕트나 팀, 더 크게는 Organization (나 같은 경우에는 Ads & Busines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처럼 컨텐츠 스트래티지스트 또한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프로덕트를 완벽히 이해해서 컨텐츠를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만큼 많은 미팅과 시간을 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분들은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붙진 않았지만 이 분들 또한 디자이너들이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앱과 웹사이트들에 있는 글들이 하나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써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직업이 아닐 수가 없다. 잘 쓰인 글은 물 흐르듯 잘 읽히고 설명이 쉽게 와 닿지만 그렇지 않은 글은 우리가 쉽게 찾아내고 비판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사내 해커톤


최근에 회사에서 주최한 해커톤에 참가했다. 각 오피스마다 동시에 해커톤을 진행하는데 그전에 직원들끼리 모여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팀원들을 구한다. 미리 팀을 구한 사람들은 신청만 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같은 팀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서 나를 포함한 다른 엔지니어들에게 같이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얼떨결에 내가 일하는 팀 그대로 해커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원래는 다른 인턴들이나 다른 팀에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할 계획이었지만 생각해보니 팀과 더 가까워지고 나의 creativity를 팀원들 앞에서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자세히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는 회사 기밀이어서 얘기를 할 순 없지만 미래에 만약에 만들어지고 론칭이 된다면 좋겠다. 


해커톤은 회사 내에서 3일 동안 진행됐는데 (평일) 업무 때를 포함하는 것이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회사일과 번갈아가면서 했다. 학교와 매우 달랐던 점은 학교에서 해커톤을 하면 대부분 디자인이나 기본적인 프로토타이핑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엔지니어를 구하는 게 귀찮을뿐더러 필요도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사내 해커톤에서는 실제로 3명의 엔지니어가 뚝딱뚝딱 내가 디자인한 것을 눈앞에서 초고속으로 만들어내니 너무 신기했다. 진짜로 학교와 회사의 차이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엔지니어 중 한 명은 스탠퍼드를 졸업했는데 그렇게 단축키를 활발히 쓰면서 물 흐르듯이 코딩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처음 봤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임요환을 보는 것처럼... 


사실 페이스북에서는 사내 해커톤이 매우 활발한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프로젝트가 흥미로울 경우에는 마크 주커버그한테 직접 보여주는 기회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해커톤을 하는 이유가 마크에게 데모를 보여주는 게 나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하나의 좋은 인센티브가 되긴 했다. 팀원들도 각자의 원래 일이 있는 터라 퇴근 후에 같이 큰 미팅룸에 모여서 밥을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열심히 해킹을 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음식과 칵테일도 마시면서 때로는 장난도 치고 신나는 음악도 듣고... 야외 테라스에 나가서 수많은 배들이 보이는 South Lake Union 호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고 팀원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결과는 어땠냐고? 운이 좋게도 사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했던 프로젝트 1위에 뽑혔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동료 회사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너무나도 좋은 성적을 거둔 데다가 이 소식이 시애틀 오피스 전체에 퍼지자 나의 매니저가 매우 흐뭇해했다. 향후 어떻게 되는지는 결과를 종합해봐야 안대서 아직은 잘 모르지만 매우 행복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 경험은 더욱더 큰 자신감을 주었을뿐더러 팀원들과 매니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른 3명의 시애틀 디자인 인턴들은 해커톤을 나가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애틀 디자인을 represent 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역시 해커톤은 지치고 힘들다. 그 주에는 목이 매우 아팠던 것 같다. 


이만 줄이며...


인턴 시작한 지 2달 후에 글을 쓰자니 여러 가지 기억들과 이벤트들이 정확한 시간에 흐름에 따라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글을 쓸 때에도 쓸 말은 정말 많고 설명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질 까 봐 걱정이 든다. 부디 이 점은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최대한 솔직히 그리고 꾸밈없이 쓰고 싶지만 여러 가지 제한도 있기 때문에 부연 설명을 많이 못하는 점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담들을 쓰고 싶은데 궁금한 것들이 있으시다면 다음화에 더 추가로 넣어보겠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내가 대학원을 들어가기 전 공부한 것들, 대학원에서 공부한 것들,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 그리고 인터뷰 보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해 많이 메시지를 주셨는데 대부분 나의 Medium에 노하우들이 많이 적혀있다. 하지만 영어로 쓰여있기 때문에 와 닿으실지 않으실 수도 있어서 조만간에 한국말로 적어볼 예정이다. 정말로 자세하게 그리고 실제로 경험하고 아직도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내 조지아텍 친구들도 취업에 대해서는 나에게 조언을 구할 만큼 이 쪽에는 뭔가 끓어오르는 자신감과 나만의 노하우(?)가 있긴 있는 것 같다. 


부족하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뵙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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