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아앙 – 덜커덩 덜커덩..
2년 전, 자양동은 내게 단지 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 한잔 마시는 공간에 불과했다.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양꼬치거리나 젊은 학생들의 기운이 넘치는 건대 맛의 거리에서 일주일간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올해 들어서는 밤의 화려한 거리와는 정반대인 출근길의 분주한 모습을 구경하게 됐다.
건대입구역과 어린이대공원역 사이에 위치한 이재철도예공방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매일 아침 사람들로 붐비는 2호선과 7호선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나도 출근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위해 바쁘게 걸어가는 인파를 헤치고 한적한 작업실로 들어오면, 마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 사이를 지나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옷장 속 다른 세상인 4층의 작은 나의 작업 공간, 이 곳에 도착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한다.
고요한 적막 속, 작업실을 잔잔하게 울리는 낮은 음성을 들으며 출근길의 번잡했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흙을 꺼내와 치대고, 형태를 다듬는 일을 반복하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카톡 –‘
작업에 열중하던 중, 경쾌한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나은 씨, 메일 확인 부탁드려요.’
작업실 건물 3층에서 이재철 선생님이 보내신 메시지이다. 선생님은 도예공방을 운영하시면서 건대프리마켓 대표로 활동하고 계신다. 나 또한 이곳에서 도예작가 생활과 건대프리마켓 스태프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에 불과했던 프리마켓 현장을, 이제는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이 겹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마켓 일과 전시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주로 3층과 4층 계단을 바쁘게 오가게 되는데, 주로 3층으로 내려갈 때는 프리마켓 일을 생각하고 4층으로 오를 때는 작업을 머릿속에 정리해야 한다.
3층과 4층 사이,
몇 걸음 되지 않는 계단이지만 유난히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지치는 날이 있곤 하다.
이리저리 바쁜 일들을 마치고,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게 되는 공간.
마치 현실과 이상의 경계인 3과 4분의 3지점에 서서 복잡한 머릿속을 잠깐 정리하고 다시 나의 작업세계로 들어간다.
어느새 바쁘게 하루를 정리하고 고요한 저녁 시간이 되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마무리하지 못한 작업을 차근차근 정리한다.
창문 너머로 시끌벅적한 건대의 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이른 오전, 바쁜 출근길의 발걸음과는 사뭇 다른,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유쾌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출근길에는 차갑게만 보이던 사람들에게서 왠지 모를 따뜻한 위로를 느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최나은 작가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산호를 소재로 하여 도예 작업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건대프리마켓 스태프로 프리마켓 운영을 함께하며,
매일 부지런히 3과 4분의 3지점을 오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