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DO YOU Jan 07. 2016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지..

어디서든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중요하다. 쉽게 말해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협의와 설득에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그랬는데도 일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도 비용이라며 ‘커뮤니케이션 코스트(cost)'를 관리하라는 말들을 하는 것일 터다.


내 경우 가장 못 참겠는 것이 분명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해맑은 얼굴로 ‘지금 우리 둘 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할 때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던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도 소용없다. 너무나 따뜻한 표정으로 ‘그러니까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하는 대답만 돌아온다.


갑자기 떨어진 일회성 행사를 진행하게 됐는데 며칠 후 상담팀장 A가 미팅을 청한다. 한 달이면 끝날 행사에 고객 문의에 대한 답변 매뉴얼 만들고 상담원들에게 숙지시키고 하느니 이번 행사 문의에 대한 답변은 사업팀에서 처리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한다. 일반 문의도 많은데 갑자기 행사 문의까지 소화하려니 어려움이 크단다. 나는 갑자기 떨어진 행사로 사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게 우리팀 몫이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소화하는 게 상담팀 몫 아니겠냐고 거절했다. 그러나, A는 이런저런 사례들을 들며 사업팀에서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어느덧 15분의 실랑이가 이어지자 점차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어떡하죠?”, ‘이렇게 답하시면 되죠’, “저럴 땐 어떡해요?”, ‘저렇게 처리하시면 되죠’ 하는 추궁에 답하는 식의 대화에도 지쳐갔다. 결국 나는 상담팀에서 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문의가 너무 많거나 내용이 복잡한 경우에 한해 우리 팀으로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그러자 A는 “제 말이 그 말이었는데요? 제가 처음부터 한 얘기가 그 얘기였어요. 오해가 있어서 짜증을 내셨구나~” 한다. 졸지에 말귀 못 알아듣고 짜증낸 사람이 됐다. 치솟는 화를 눌러 참고 내가 오해했나 보다 마무리하고는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건 오해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팀의 편의를 위한 업무조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는 접어두고라도, A와 나의 의견은 사업팀으로 전화를 돌리는 데 있어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할지 아니면 이번 행사의 경우 상담팀은 교환원 역할만 하고 무조건 돌릴지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A는 ‘전화를 돌린’다는 점에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 입에서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하죠’라는 말이 나온 순간 A는 앞서 나눈 이야기가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이 관철됐다고 판단하는 거다. A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자면 지구 종말이 와도 전화는 돌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대화할 생각이 없는 내가 접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누구나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자 하고 그런 만큼 팁도 넘쳐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어떤 한 문장을 두고도 그 문장이 나오게 된 취지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앞서의 것들을 종합해 쟁점을 파악하고 협의와 결정을 해야 하는 복잡한 행위이다. (거창하다!)


옆자리에 미국인 인턴이 새로 왔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 모두 한국인이라 한자어에만 약간 취약할 뿐 일상에서의 대화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하루는 잔뜩 화가 나서 들어온다. 문 앞에서 출입카드를 찾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더라며 못 올 데 온 것도 아닌데 이상한 사람 취급당했다고 투덜댄다. 며칠 후 다른 팀 동료가 ‘이러저러하게 생긴 사람, 너네 팀 직원이야?’ 하더니 문 앞에서 헤매고 있어서 (상냥한 어투로) ‘어떻게 오셨어요?’ 했는데 완전  불쾌해하면서 퉁명스럽게 직원이라고 하고 가더라는 얘길 한다.


‘어떻게 오셨어요?’ 한 문장을 두고 이렇게 해석이 다르다. 나의 동료는 ‘도와드릴까요?’쯤의 뜻이었을 텐데, 인턴은 ‘당신 뭔데 여기서 얼쩡거려?’ 하는 뜻으로 해석한 것 같았다. 이렇게 쉬운 문장을 두고도 취지와 맥락, 말하는 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어긋나는 일이 흔하다. 나 역시 ‘전화를 돌리겠다’는 한 문장을 두고 15분 넘게 씨름을 하고 결국은 이번 행사랑 걸쳐만 있으면 회사 위치가 어디냐는 문의까지 족족 연결되는 전화를 받으며 행사 준비를 하고 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획을 잘 하고 싶은가 vs 기획서를 잘 쓰고 싶은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