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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YOU Mar 28. 2016

그놈이 그놈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정치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다 똑같은 놈들 아니냐는 결론을 내는 사람들을 흔하게 본다. 헌데, 정말 똑같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책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이다. 저자의 이력부터 흥미롭다. 저자 제임스 길리건은 정치나 사회학 전공자가 아닌 정신의학 전공자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34년을 지내고 책을 낼 당시에는 뉴욕대 정신과 교수를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정치문제를 연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미국 내 자살률과 타살률 증감의 원인(저자는 “생사의 문제”라고 표현)을 연구하고자 했던 것이 정치 문제를 제기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저자는 "생사의 문제"를 연구하고자 지난 100년간 미국의 자살률과 타살률 통계를 살폈다. 헌데, 이 둘이 100년간 일관되게 동시에 증가하고 동시에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증감한다는 것도 뜻밖이었지만 경제대공황이라던가 세계2차대전 등 여러 변수를 대입해 보아도 증감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몇 년간 헤맨 끝에 찾아낸 것은 정권교체 변수였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이 집권하면 자살률과 타살률이 “전염병 수준으로” 증가하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절반 이하로까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이 발견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지 검증을 시작했고, 그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이다.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읽을 시간이 없다면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가 쓴 추천사와 저자의 머리말만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요약하면 이러하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차이 중 하나는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다. 양쪽 모두 현실적으로 경쟁은 불가피하고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보수가 펴는 정책은 경쟁에서 진 원인을 전적으로 패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이들이 다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진보의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경쟁에서 탈락한 개인으로 하여금 열등감과 열패감을 느끼게 하는 정책의 문제를 짚고, 특히 취업 실패나 해고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버림받은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며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분위기의 사회에서는 폭력 치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통계 분석과 폭력의 매커니즘을 통해 설명한다. 즉, 공화당이 내세우는 정책의 방향이 여러 형태의 불평등을 조장하고 그것은 실업률, 수치심, 모욕감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며, 그러한 사회에선 필연적으로 나(자살)와 타인(타살)에 대한 폭력 발생률이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치 문제는 "생사의 문제"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위험한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좋은 일을 결코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설명한다. 자살과 살인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며, 그래서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후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또다시 그놈이 그놈이라는 이야기와 뭐가 달라지겠냐는 허무의 목소리가 들린다. 책 제목을 누가 ‘더’ 해로운가로 정한 것도 그러한 정서를 감안한 것 아닐까 싶다. 크게 기대할 수는 없더라도,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는데, 정책을 꼼꼼히 살펴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쪽에 투표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몇 배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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