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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YOU Nov 09. 2016

핵심 파악을 못하는 이유 - 자기주장 편

“나는 왜 이렇게 핵심 파악이 안 될까?”

맡은 일 잘 하고 자기주장도 똑 부러지게 하는데 의외로 핵심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본다. 이유가 뭘까? 마지막 한 발짝에 소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에만 정성을 쏟는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논리 정연하고 합리적인 이야기라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쉽다. 양측 모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 온갖 자료를 인용하며 때로는 몇 시간을 넘겨 주장을 펴지만 조금의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끝나기 일쑤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주장이 아니라 설득인데, 설득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할 때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하려는 주장이 명확한 근거와 논리적 완결성을 갖추면 물론 좋지만, 상대를 설득시킬 때는 전혀 다른 요소들이 작동하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내 주장을 다듬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관심사나 이해관계, 주변 여건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팀원 A는 팀장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수시로 사람들을 만나서 팀장의 만행을 이야기하곤 했다. 들을 때는 팀장이 너무 과하다 싶다. 하지만 돌아서면 “그 팀장 정말 못 됐네!”라고 생각하기보다 “팀장이랑 A랑 잘 안 맞나 봐. 뭐 불만이 많던데 자세히는 모르겠어.”라고 하게 된다. 나중에는 ‘어휴. 힘든 건 알겠는데 그만 좀 하지.’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A는 팀장이 얼마나 못 된 사람인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에만 열중했다.


팀원 B는 달랐다. 역시 팀장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만나는 사람에 따라 험담의 내용을 달리했다. 하위 직급이라는 점에 불만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우리 팀장은 하위 직급들을 무시한다’며 사례를 언급하고, 여성 차별을 못 참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 팀장은 담배 피우면서 남자 직원들과 업무 결정을 다 한다’며 성차별적 면모를 성토하고, 온정적인 남자 직원을 만나면 ‘팀장님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피해자인 양 구는 식이다. 이도 저도 안 통한다 싶으면 ‘너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남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얼마나 대단한가! 목표도 명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파악도 너무나 잘 돼 있다. B는 앞서의 A에 비해 팀장에 대한 부정적 평판을 만들어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


자기주장을 할 때의 목적은 결국 설득이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이다. 어떤 이야기에 상대가 반응할지를 놓고 내 주장을 정리해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인터넷 서비스 개발 회의에서의 일이다. 새로운 기능 하나를 놓고 기획자와 개발자가 대립하는 중이다. 기획자는 이 기능이 얼마나 새롭고 편리한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고, 개발자는 유사한 기능이 있는데다 개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는 끝이 안 난다. 그때 매니저가 묻는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면 매출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그러자 회의의 내용이 달라졌다. 매출에 영향이 없다면 기획자가 포기해야 할 것이고, 매출증가가 예상된다면 개발자가 주장을 접어야 할 일이 된다. 기능의 편리함이나 개발 소요시간은 핵심이 아니었다.


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말주변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고 실속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면, 너무 내 입장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자. 핵심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에 있다. 상대방에 집중할 때 내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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