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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YOU Feb 01. 2017

취업 성공의 비결, 세상에 그런 게 있을까...

대학 졸업 예정자들 대상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이 있다. 내가 맡은 테이블에서 한 학생이 묻는다. 


“사실, 저희들 스펙 다 비슷하거든요. 나이, 학점, 토익점수, 해외 경험, 인턴 경험, 봉사활동 경험, 다 거기서 거기예요. 근데, 서류심사에서 어떤 차이를 찾아내고 구별하는 거죠?”      


내가 아는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구분 못해요…” 학생들은 의외로 놀라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미 있는 말 없는 말 쥐어 짜내는 취업설명에 지친 것도 같았다.


직장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변별력이 있겠는데 완전 신입의 경우에는 구분이 쉽지 않다. 관리자급을 채용하는 게 아닌 이상 시간 투자도 거의 못한다. 특히, 서류 심사는 인사담당자 손에서 80% 이상 결정된다. 바쁜 관리자들을 위해 인사담당자는 두툼한 지원서류에 태그를 붙여 브리핑을 해준다. 첨부서류 미비 등으로 서류 통과가 불가한 지원자, 직무 연관성 면에서 유리한 이력을 가진 지원자, 눈여겨 볼만한 경험이나 사연이 있는 지원자를 나름대로 구분하고 심지어는 “다 좋은데 집이 너무 멀어서 어떨지 모르겠다.”는 것까지 세심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일의 보고와 모레의 행사와 글피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실무자들의 보고를 챙기고 두 시간은 꼬박 잡아먹는 업무 회의에 참석하면서 전체 지원자 서류를 꼼꼼히 살피자면 정말이지 특별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러한 관리자는 없었다.


면접은 그나마 변별력이 있다. 그렇다고 항상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이사급까지 1순위에 지명됐던 지원자를 보고 대표는 “괜찮기는 한데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에 오래 붙어 있으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예상은 적중해 열흘 만에 채용 공고를 다시 내야 했다. 똑 부러지게 일 잘 할 것 같은데 그 똑 부러진 성격이 현재의 상급자와 갈등을 빚을 것 같아 선발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하필 채용부서 관리자가 기피하는 경력을 갖고 있어 선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처지는 경력을 갖고 있는데 엄청난 적극성을 보여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황 변수는 너무나 다양하다. 이런 것을 어찌 다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정이 이러해도, 그러니 취업 준비는 이러저러하게 해야 한다며 의미와 공략법을 찾아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틀리다 할 수도 없겠다. 그러나, 그건 내 몫이 아닌 것 같다.


첫 직장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 집단 면접에 함께 들어간 사람들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나보다 월등한 학벌과 경력을 갖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끼어 있는 게 스스로 이상할 정도였다. 면접 마지막에 대표는 수고했다며 “혹시 떨어지더라도 인연이 닿지 않은 것뿐이니 너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합격도 마찬가지였다. 합격 통지를 받고 ‘이것도 인연이 닿아서 된 거’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마주친 학생의 질문에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어서 미안한데, 그냥 인연이 닿는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다. 너무나 교과서적이라 짜증이 날 판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 찾다 보면 인연이 닿는 곳이 있을 거예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 근사한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오래도록 찜찜했다. 헌데, 미래를 살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10여 년 전, 내 옆자리 동료는 북한이탈 청소년 몇 명을 후원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얼마간 체류하다 온 탓에 대학 전공을 익숙한 중국어로 하려 드는데, 중국어 해서 어디에 쓰냐며 제과제빵이나 간호조무 같은 전문 기술을 배우는 쪽으로 전공을 선택하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헌데 불과 5~6년도 안 돼 중국어 능통자를 찾는 곳이 자주 눈에 띄더니 지금은 중국이 대세다.


그날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학생들에게, 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내가 59학번인데, 이런 내가 08학번들의 20년 후 삶에 대해 멘토링 할 수 있겠어요? 멘토는 크게 보면 과거 경험으로 미래의 자유로운 경험을 제액(提掖·도와서 인도)하는 경향이 있죠. 부딪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2008. 여성신문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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