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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안녕'과 '안녕'

의외로 뒷모습은 솔직해요

by 끼리
오, 안녕?


보통

앞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누군갈 만나면, 미소 지은 얼굴로 서로 안녕을 묻고는

손을 흔들고 자기 갈 길을 떠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반가운 만남은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지나간다.


반면에 한 번쯤은

뒷모습으로도 인사를 하는데

그때는 보통 마지막 인사로,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뒷모습으로 하는 인사는

복잡한 얼굴로 안녕을 도,

손을 흔들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은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고 나가고

남은, 한 사람은 손을 흔들고

등을 돌리지도 못하고 나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뒤로 돌아

발걸음을 떼보지만


한 번만,

딱 한 번만,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그 뒷모습에 마음을 걸어볼까.

그 한 번의 짧은 시간 동안,

쿵쿵거리는 마음이 백번은 갈팡거린다.


결국,

걸지 못해 남아있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발도 떼지 못하고,

입도 떼지 못하고,

그렇게 굳어버려 흐릿한 눈으로 보고만 있다.


그리고 이젠 멀어져 버린 뒷모습 또한

뭘 그렇게도 무거운 걸 메고 있은

작아져버린 어깨는 축 쳐져 떨리고 있고

무거운 발걸음은 한참이나 둔해져

겨우겨우 한 걸음을 내딛는 처럼 보인다.


그 뒷모습 기억에 새겨져

때론, 앞모습 보다도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뒷모습은 의외로 솔직하다.

별 말도 없이 떠난 그 뒷모습이

다 말해줬다.

하나의 숨김도 없이 모두.


부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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