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재 Jun 09. 2023

시간(詩間) 있으세요?

낡은 안녕

# 낡은 안녕


세상이  인치짜리 흑백텔레비전되어가

마동 장성슈퍼 입구엔

벌레 먹은 탁자가 길가에 앉아있고 덩그러니

녹슨 양철의자가 가끔 헛기침을


탁자엔 쇠주 세 병과

노가리 한 마리 누워 공양 중이다

누런 시멘트가루 다닥다닥 훈장처럼 달고

돈 된 하루일 마친 초로의 두 남자

잔을 부딪치며 땀에 절은 안주를 삼킨


이야기 궁금해 다가가다가

철의자 둘 만이 사명처럼

그 정겨운 밀담 죄다 받아 적고 있어

차마,  건네지 못한다


안녕이란 말

마시기엔 너무나 싱겁고 낯설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詩間) 있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