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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큐레이터 Aug 02. 2024

이별과 이별하기

20대 끝자락에 만나 3년을 사귀며 결혼을 생각했던 이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지 3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사랑, 지난 사람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기보단 원망, 허탈감, 배신감, 서글픔 등 다양한 감정들이 응축되었다가 서서히 거품처럼 사라진다.

 이별의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어머님에게 이별을 말씀드릴 때였다. 안타까워 하셨지만 10년 가량 웨딩 업체에 계셨던,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보아온 어머님은 안타까움 뒤에 다 큰 아들에게 응원을 다시 보내셨다.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한번 이별을 하였다. 다시 만나긴 했지만, 내 마음에 힘듦이 덜 한건 그 겨울이 너무 아팠기 때문인 것 같다. 애석하지만 그때부터 이별과 이별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 애썼던 것 같다. 술이 한잔 들어가야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만 애써 묻어두는 이별의 과정과 내 감정 덩어리는 어느덧 중화되고 마음 속 바다 깊이 가라앉아 간다.

 이번 여름은 일에 몰두한 덕분에 나는 제법 좋은 전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며 내 앞으로의 30대를 위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채비를 바지런히 하고 있다. 책을 사고, 자격증 공부나 전문가용 강의를 찾아보고, 이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전시를 보러 오라며 과거 인연들에게 연락을 하였다. 친구, 동료, 스승, 제자, 옛 사랑, 스쳐지나간 이들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아마도 이렇게 연락을 한건 "나 잘해나가고 있다. 나 괜찮다. 나 더 멋지게 성장하고 그늘이든 땔감이든 그대들의 자랑과 위로와 안식처, 혹은 삶의 영감이 될 나무처럼 성장하고 있다." 말하고 싶었나보다. (혹은 내 스스로에게 그러리라 다짐하고 있다.)

 지나고 보면 가장 외롭거나, 변화의 시작 전에, 천재지변부터 감정의 나락까지.그런 힘겨운 순간마다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일들이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운동을 시작해보고, 글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사람이 있고, 단순한 대화에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으며, 내 새로운 시작이 곧 올것이라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다.

 이젠 이별을 받아들이는 기간과도 이별하고 있나보다.

 두려움과 자신감이 공존한다.

이별과 이별한 뒤에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좋은 결혼 상대는 상대를 보기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희생이나 노력 그리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그 척도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나는 다음 만나고 싶은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두렵기도 하다. 이는 어쩜 불같이 그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내 성향을 알기에 두려운가보다. 20대에는 몇 백 km의 물리적 거리나, 상대의 꿈과 성장을 위한 기다림, 때론 사랑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취해 내 마음의 구멍이나 결핍이 견디고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나를 알아가는만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기에는 애석하게도, 나는 돈보다 명예를 추구하고, 우정보단 사랑이 먼저이며, 낭만과 꿈이 중요한 가치고, 안정보다 꾸준한 발전과 성장을 우선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새로운 시작이 자리를 잡고 나면, 이제 지난 10년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남기고자 한다. 어떤 사람을 보다 어떻게 사랑할지를 스스로에게 말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한동안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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