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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 직장인 VS 월 1000 자영업

일하는 것에 중요한 것들

by 홍그리

최근 친한 친구가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딱히 심했던 것도 아니란다.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냥 기세등등하다. 알고 보니 자영업을 한다고 한다. 본인이 영국 어학연수 당시 배워온 도넛 만드는 게 힙하고 멋져 보여 부모도움을 조금 빌려 가게를 연다고 한다. 물론 이 친구는 그냥 가벼운 결심으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하는 친구가 아니기에 나는 그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줬다. 진지하게 그의 성공을 빌면서.


자영업 및 창업을 하는 이들이 갈수록 는다. 유튜브 ‘휴먼스토리’ 채널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는데 자영업으로 대박 난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평범해 보이는 고깃집을 해 몇십억 매출을 낸다거나, 프랜차이즈화를 한다거나, 좋은 집에, 차에 그런 호화스러운 삶을 볼 때면 관심도는 당연히 많을 수밖에. 특히나 사람은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현실과 다른 환상을 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래서 청년세대도 불경기에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인생의 진로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는 중 자영업을 도전하는 이들이 많은 거다. 반대로 직장인, 공무원은 평생 노예처럼 살다가 그냥 적당한 자산 모아서 그냥 꿈 없이, 개성 없이, 좋아하는 것 하나 없이 사는 사람들처럼 인식되며 또 그렇게 실제로 비친다. 딱 봐도 뭔가 멋있어 보이지 않잖아. 공무원이든, 소방관이든, 경찰관이든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든, 어쨌든 내가 아닌 남 배불러주는 꼴이니까. 아무리 돈 많이 주는 대기업이라도 그 뽕은 딱 3개월이면족하다. 온갖 복지에, 연봉에, 휴양시설에, 의료비, 자기 계발비 등은 마치 내가 진짜 그 정도는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처럼 여기게 만든다. 그래서 더 회사를 놓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자영업이나 새로운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본인은 유리천장, 즉 한계를 정해놓지 않은 마치 깨시민인 양 자의식 과잉에 젖어 마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무리해서 사업을 펼친다. 대개 20대, 30대에 이런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집안에서 받쳐주는 경우도 좀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당연히 부러움과 동경이 될 수밖에. 내가 못하는 거니까,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세상에 맞부딪혀보는 게 멋있잖아.

물론, 이런 현실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40대에서 50대, 전혀 회사에서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이 나이대들의 과장님, 부장님들을 보자. 임원으로는 결국 승진하지 못했고, 일을 신입사원처럼 빠릿빠릿하게 할 체력은 없다. 회사는 돈만 축내는 본인을 언제 나가나 늘 감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본인의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그리고 치킨집이나, 남들이 하는 프랜차이즈에 도전했다 퇴직금을 날리기도 한다. 조금 더 일찍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처음 자리 잡기가 매우 힘든 것이, 본인이 가진 협력사, 주변 고객들, 시스템이 그 회사를 퇴사해도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어서다. 그건 다 본인이 ‘00 회사’에 다닌다는 명함 때문에 본인이 성과를 내 승진을 하고, 여태껏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삼성에 다니는 부장이 있다고 하자. 누가 그와 일하기를 꺼려할까? 삼성과 사업을 한 것 자체가 본인에겐 스펙이고,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텐데. 그저 굽신굽신 따라다니며 접대하면서 어떻게든 추켜세워준다. 근데 나오면? 아무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본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없다.(설령 본인이 능력이 출중하다 할지라도), 관계나, 시스템이나 이 사회는 그만큼 냉정하기 때문에 아무도기회를 주지 않는다. 왜? 돈이 안 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자영업 도전을 나는 늘만류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영업으로 월 천만 원을 버는 것보다 직장인 오백만 원 버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다. 그 이유는 뭘까.

일단 회사가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이 사회는 진짜 말 그대로 정글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매일 밤 자영업 새벽의 문을 여는 것이 단순히 그 사장이 성실해서가 아니다. 집안의 가장이어서가 아니다. 그냥 ‘생존’의 영역이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 7일 문을 여는 것이다. 안 열면 전기세에, 임대료에 다 손해니까. 주말 마음대로 쉬는 직장인? 그런 것 없다. 직장인은 일주일에 주 40시간, 5일밖에 일을 안 하는데도 주변에서 치켜세워준다. 특히 대기업을 다닌다거나 고위공무원, S급 공공기관을 다닌다 치면 더 그렇다. 이들에게 은행에서는 자영업보다 훨씬 더 신용도가 높다고 판단해 돈도 잘 빌려준다. 왜? 안정적이거든. 돈 잘 갚을 수 있거든. 실제로 월 일정금액을 안정적으로 버는 돈의 가치는 실질 금액의 3배 이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퇴직금에, 자녀 학자금에, 자기 계발비에, 휴양시설에, 삼시세끼 식비에, 의료비에, 우리 사주에, 배당금에, 출산 장려금에, 교육비에, 보육비에, 심지어 난임이면 난임시술비까지. 그냥 월급만이 아닌 거다. 그걸 통상적으로 환산을 해보면 자영업 천만 원과는 사실상 비교가 안된다.


반면, 자영업은 그 흥망성쇠의 굴레가 빠르다. 지금 잘 나간다 할지라도 언제 고꾸라질지 모른다. 잘 나가도 늘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자리한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한 달만 지나면 새로운 간판이 걸린다. 인테리어업계가 오히려 더 호황이다. 맨날천날 망하니까. 한번 망하면 권리금에, 인테리어비에 최소 1억~2억 날아간다. 어떻게 복구할래.

사촌은 가게를 여태껏 4개나 냈다. 요리에 없는 자격증이 없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요리에만 올인을 했던 친구였다. 그만큼 열정도 대단하고 실력도 출중했다. 일본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야심 차게 서울로 홀로 올라와 요리를 배워 드디어 본인의 일식집을 차린 거다. 정확히 4번 했다 4번. 근데 어떻게 됐을까.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고, 그 누구도 그의 요리에 대해 욕하거나, 비아냥대는 사람이 없었다. 근데 다 망했다. 누가 회사가 잔인하다고 하는가. 자영업은 진짜 본연의 실력으로만 살아남는 현대판 전쟁터다. 흑백요리사에 나올만한 실력을 갖춰야 그나마 이 바닥에서 매월 일정 수입의 평타는 칠 수 있다는 거다. 결국은 능력.


우리는 자본주의의 실사판 대한민국에서 현재를 살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미국대통령 한 명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의 이익만 우선시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은 굴욕 그 이상이었다. 양복을 입지 않았다는 조롱, 인신공격, 그 모든 걸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견뎌야 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 자체는 미국이 힘이 있어서다. 즉, 이 세상은 국가나 사람이나 이제 힘 있는 이들만 살아남는다. 그 힘은 돈과 권력으로 말할 수 있겠다. 대기업채용에 몇만 명이 몰리고, 공무원시험에 줄을 서는 게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소득을 벌면서 결국은 본인의 힘을 키우기 위함인 거다. 그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목표 없이 바보라서 그렇게 몇 년 동안 준비하는 게 아니다. 모든 리스크를 본인이 안으며, 불확실한 변수 앞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을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만 나는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여긴다. 왜냐고? 남들이 본인을 어떻게 보든, 본인 스스로가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바로 그 삶은 무너지거든. 결국 그 시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힘이 있는 사람인 것. 이런 신념이 없는 이 외에는 모두가 힘든 소리 하는 지금,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젊음은 무조건 도전이고, 무작정 덤벼보겠다, 깊은 고민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 그들은 훗날 후회를 거듭하면서 직장을 몇십 년 다닌 아버지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 그때 이 자본주의를 본인이 이제 조금은 이해해 간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요즘은 패러다임이 좀 바뀌었다 생각이 드는 것이 자영업이든 직장인이든 모두가 견디기 어려운 한계점에 봉착했다. 도저히 못 참아 퇴사하고 도저히 생활이 안돼 폐업한다. 죽기 일보직전까지 버티다 포기한다. 그 포기한 자리가 나면 이제 죽기 직전까지 절박했던 이들이 자리를 꿰찬다. 이렇게나 버텨내는 게 다들 힘들다. 벼랑 끝에 본인이 몰리면 그게 벼랑인지 모르거든.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고민하기보다 우리가 사실오늘 하루를 살아낸 이 자체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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