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I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
하나의 부탁, 그리고 하나의 AI 영상
제가 AI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 자율주행자동차, 로봇의 사용자경험(UX/UI)디자인을 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AI에 대한 UX/UI 디자인 작업은 많이 했지만 사실 AI로 디자인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운명의 시작:
조연심 대표님의 부탁
토크쇼 중인 유훈식 교수(좌)와 조연심 대표(우)2023년 11월말에 ChatGPT 3.5 버전이 출시가 되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지도학생으로 있는 퍼스널브랜딩 전문가 조연심 대표님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조 대표님은 국내 최초 생성 AI영상과 음악이 만나는 '환대'라는 가곡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생성 AI 영상 전문가를 소개를 시켜줄 수 있냐고 하였습니다.
생성 AI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주변에서 관련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표님은 그러면 저라도 영상을 좀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셨습니다. 영상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고 UX/UI 디자인 전문가인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이 되었지만 대표님과 친분이 있기에 한 번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미지와 영상 생성 AI들을 탐색하며 Midjourney, StableDiffusion 사용법을 정리하여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테스트 해볼 수 있었습니다. 콘서트 주최측에서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한민국의 지난 70년간의 역사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1950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을 아우르며,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대한민국이 이루어낸 엄청난 발전을 조명하는 작업이 되어야 했습니다.
가능한 인간의 개입이 없는 디자인 작업
이 프로젝트의 접근하며 저는 'Generative Design(생성 디자인)'의 철학을 접목해보았습니다. Generative Design은 주로 산업디자인에서 AI 도구를 활용하며 사용이 되었던 방법인데, 디자이너의 의도를 넘어 AI에게 작업 결과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 받는 방법입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가능한 인간의 개입이 없는 디자인'을 해보자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영상 콘텐츠의 기획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모든 과정에서 생성 AI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가능한 자동화된 형태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우선, 대한민국의 70년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ChatGPT를 활용했고, 그 다음 각 사건에 대해 AIPRM 프롬프트 제너레이터를 이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 디퓨전에 적합한 프롬프트를 생성하고, Midjourney를 사용해 영상의 첫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스테이블 디퓨전 디포럼을 사용해 영상 제작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은 아까 언급한대로 대부분 AI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가능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했습니다.
AI PRM을 활용 장면
AI PRM을 통해서 자동 생성한 SD 프롬프트들
미드저니에서 생성한 영상의 첫번째 이미지
영상 생성에 활용된 Stable Diffusion 인터페이스 화면 예시제작 과정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제가 사용한 컴퓨터의 그래픽카드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청받은 작업은 대략 4분 길이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고, 영상이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최소 25프레임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분 영상은 총 240초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생성해야 할 이미지는 총 6000장이었습니다.
이미지 생성 작업은 그렇게 약 3박 4일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별도의 조작 없이, 미리 준비한 프롬프트를 입력해둔 채 컴퓨터 혼자 알아서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가곡 공연에 성공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결정한 일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는 혼자서 열심히 이미지를 생성했고, 저는 그 과정을 간섭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멋진 결과,
그리고 그 이후 찾아온 고민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각보다 멋진 영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장 중 하나에서 한국가곡 콘서트가 열렸고 제가 AI로 만든 영상이 중간에 대한민국의 70년의 역사를 보여주며 상영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였고 행사에 참석했던 문화체육관공부 장관님도 행사 후 인사를 나누며 영상에 대한 격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에 설치된 이미지 보드와 유교수 사진
당시 공연장 모습* 공연에 상영된 영상 링크:
https://youtu.be/d_HBGwninnI?si=jtP02JSz5vjZZ-eV
이 작업을 끝낸 후 저는 새로운 고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영상 디자이너도 아닌 내가 AI를 활용했더니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디자이너의 개입이 거의 없이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 변화는 디자인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큰 변화가 될거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이후 저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 방법들을 탐색하고 시도해보고 있고, 이에 대해서 제가 정리한 내용들을 교육하며 학생들이 AI를 통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의 미래
과거에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과 같은 생성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손으로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전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저는 AI-Powered Design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대한 작업과 교육을 계속 해가려고 합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더 많은 가치를 인정 받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가능하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AX(AI Transformation)의 경험이 이 글을 읽는 분의 AX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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