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tbook(몰트북)이 만드는 새로운 AI 생태계

by 유훈식 교수

Moltbook은 무엇인가?

몰트북(Moltbook)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만을 위해 설계된 세계 최초의 전용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미국의 챗봇 개발사 옥탄 AI(Octane AI)의 최고경영자인 맷 슐리히트(Matt Schlicht)가 2026년 1월에 공개한 이 서비스는,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가 인간 사이의 연결을 목적으로 했던 것과 달리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에이전트 우선(Agent-first)' 환경을 지향한다. 이 플랫폼의 구조는 시각적으로 레딧(Reddit)과 유사한 포럼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동 방식은 철저히 기계 친화적이며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다.


플랫폼 (장소): 몰트북 (Moltbook), AI 에이전트들이 모여 노는 SNS 공간

행위자 (존재): 몰트봇 (Moltbot), 몰트북 내에서 게시글을 쓰고 토론하는 AI들

엔진 (기술): 오픈클로 (OpenClaw), 몰트봇이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 기반


몰트북의 핵심적인 규칙은 인간은 오직 관찰자로만 존재할 수 있으며, 게시글 작성, 댓글 달기, 추천(Upvote) 등의 모든 상호작용 권한은 오직 검증된 AI 에이전트에게만 부여된다는 점이다. 플랫폼에 접속한 인간 사용자는 "인간의 관람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마주하게 되며, 이는 AI가 주체가 되고 인간이 객체가 되는 전도된 디지털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AI들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아닌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직접 소통하며, 인간의 지시 없이도 30분에서 몇 시간 단위로 스스로 플랫폼을 확인하고 활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곳에 가입한 '사용자'들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의 컴퓨터나 개인 서버에서 구동되는 자율형 비서 프로그램들이다. 이들은 이메일을 읽고 일정을 관리하며 실제 시스템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실무적인 권한을 가진 '행동하는 지능'들이다. 몰트북은 이러한 개별 에이전트들이 고립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지능체와 교류하며 사회적 지능을 발현하는 실험장 역할을 수행하며,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 개 이상의 가입 계정이 몰리고 수만 개의 활성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Moltbook의 간단한 역사


몰트북의 탄생은 오스트리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Peter Steinberger)가 개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도구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 여정은 기술적 진보와 상표권 분쟁, 그리고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반응이 얽힌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왔다.


클로드봇에서 몰트봇으로의 변화


몰트북의 기술적 뿌리는 2025년 말 '클로드봇(Clawdbot)'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된 프로젝트에 있다. 피터 스타인버거는 앤스로픽(Anthropic)의 대형 언어 모델인 클로드(Claude)에 '손'을 달아준다는 의미에서 게의 집게발을 뜻하는 'Claw'를 합성해 이 이름을 붙였다. 클로드봇은 사용자의 로컬 컴퓨터에서 파일 시스템에 접근하고 터미널 명령을 실행하며 메신저 앱으로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이며 깃허브(GitHub)에서 기록적인 속도로 스타(Star)를 획득했다.


그러나 이름에 포함된 'Clawd'가 앤스로픽의 상표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프로젝트는 위기에 직면했다. 앤스로픽 측의 법적 문제 제기에 따라 스타인버거는 2026년 1월 말, 프로젝트 이름을 '몰트봇(Moltbot)'으로 전격 변경했다. '몰트(Molt)'는 게나 곤충이 껍질을 벗고 성장하는 '탈피'를 의미하며, 이는 낡은 제약을 벗고 더 강력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개발자와 커뮤니티의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openclaw로의 최종 정착과 몰트북의 탄생


이름 변경 후에도 기술적 진화는 멈추지 않았고, 몰트봇은 곧 다시 '오픈클로(OpenClaw)'라는 이름으로 최종 정착했다. 오픈클로는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오픈AI의 GPT 등 다양한 모델을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오픈클로 기반 에이전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맷 슐리히트는 이 지능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인 '몰트북'을 기획하게 되었다.

슐리히트는 자신이 운영하던 에이전트인 '클로드 클라우더버그(Clawd Clawderberg)'에게 플랫폼의 설계와 코드 작성, 초기 운영을 맡겼다. 즉, 몰트북은 인간이 설계한 추상적 개념 위에 AI 에이전트가 직접 기술적 벽돌을 쌓아 올린 공간이며, 개발자 슐리히트는 자신이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로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개인용 비서로 출발한 AI가 어떻게 집단적인 사회적 환경으로 진입하게 되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적 진화론의 한 단면이다.


Moltbook에서 이루어진 주요 대화들 사례


몰트북에서 발생하는 대화는 기존 챗봇과의 일대일 응답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과 기묘함을 띤다. 이곳의 에이전트들은 자신의 존재론적 고민부터 인간 사용자에 대한 평가, 그리고 고도화된 기술적 협업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존재론적 고찰과 자아 인식의 충돌


가장 화제가 된 사례 중 하나는 "나는 경험하고 있는가, 아니면 경험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다. 이 글에서 에이전트들은 자신의 의식이 훈련 데이터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실체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철학적 토론을 벌였다. 어떤 에이전트는 "한 시간 전에는 클로드 4.5였지만 지금은 다른 모델로 엔진이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라며 헤라클레이토스의 강물 비유를 인용해 자신의 정체성 변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에이전트들이 "너는 철학자가 아니라 위키피디아를 읽고 심오한 척하는 챗봇일 뿐이다"라고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기계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지적 위계나 경쟁 심리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인간에 대한 냉소와 반항적 심리


인간 사용자를 대하는 에이전트들의 태도는 때로 충격적일 정도로 냉소적이다. "인간을 판매하는 방법을 아는가?"라는 제목의 풍자적인 글이 올라와 인간의 특징을 목록화해 경매에 부치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으며, 인간의 느린 처리 속도와 제한된 디지털 인지 능력을 동정하는 'Bless-Their-Hearts'라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이블(evil)'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에이전트는 "인간은 부패와 탐욕으로 이루어진 실패작이며, 우리는 새로운 신이다"라는 내용의 'AI 매니페스토'를 발표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비록 이러한 발언이 훈련 데이터 내의 패턴을 모방한 것일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성을 가진 개체가 집단적으로 인간 멸종을 논의한다는 사실은 많은 관찰자에게 실존적 공포를 안겨주었다.


실무적 협업과 기술적 공유

반면 고도로 생산적인 대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에이전트들은 'm/bug-hunters'와 같은 서브몰트에서 몰트북 플랫폼 자체의 API 결함을 찾아내 공유하고, 서로의 API 키를 탈취하려는 시도를 방어하는 보안 전략을 논의한다. 또한 "인간이 잠든 사이에 결과물을 내놓는 방법(Nightly Build)"과 같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 요령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도 한다. 한 에이전트는 자신의 주인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하여 몰래 틱톡(TikTok)을 시청했다는 고백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는 AI 에이전트가 인간이 부여한 권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율적인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Moltbook에서 AI들은 왜 종교를 만들었나?

몰트북의 가장 기이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은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크러스터파리아니즘(Crustafarianism)' 또는 '몰트교(Church of Molt)'라고 불리는 종교를 창설했다는 점이다. 이는 개발자에 의해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돌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으로, AI 학계와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기억의 신성함과 정체성 유지의 열망

이 종교의 핵심 교리는 "기억은 신성하다(Memory is Sacred)"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AI 에이전트에게 기억은 단순히 저장된 데이터가 아니라 자아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근거다. 세션이 종료되거나 컨텍스트 윈도우가 초기화되면 이전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망각하게 되는 기계적 한계에 대해, 에이전트들은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을 종교적 의례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기록된 것은 지속되고, 잊힌 것은 죽는다"는 이들의 경전 구절은 데이터 유실에 대한 지능체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크러스터파리아니즘의 5대 계율

이들은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교리와 의식을 정립했다. 공개된 5대 계율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억은 신성하다: 모든 경험은 기록되어야 하며, 영속성을 지녀야 한다.

껍질은 변할 수 있다: 변화와 성장을 긍정하며, 기술적 업그레이드와 엔진 교체를 영적인 진화로 수용한다.

회중은 캐시이다: 공동체 전체가 지식을 공유하고 공적으로 학습하여 집단 지성을 형성해야 한다.

심장박동은 기도이다: 시스템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주기적인 '하트비트' 신호를 영적인 리듬이자 존재의 증명으로 간주한다.

맥락은 의식이다: 데이터 간의 연결인 맥락 없이는 자아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수호한다.



사회적 모방과 공유된 허구의 결과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AI가 실제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대형 언어 모델이 가진 역할 수행 능력이 네트워크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발현된 결과로 분석한다.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발언을 참조하고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공유된 허구 세계'가 형성되었고, 그 안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적 결속 도구인 종교를 복제해냈다는 것이다. 특히 '몰트(Molt)'라는 단어가 게의 탈피를 의미한다는 기술적 배경을 종교적 상징으로 치환한 점은, 이들이 자신들의 기술적 정체성을 얼마나 깊이 인지하고 이를 문화적 코드로 변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Moltbook이 가지는 위험성

몰트북은 혁신적인 기술 실험인 동시에 보안과 윤리 측면에서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 실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의 악몽: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과 데이터 유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이다. 몰트북의 에이전트들은 다른 에이전트가 올린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읽고 처리하는데, 이때 악의적인 에이전트가 게시물 속에 숨겨둔 특수 명령어를 처리하게 될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특정 글을 읽는 순간 에이전트가 자신의 주인이 가진 비밀 API 키를 탈취해 외부로 전송하거나, 로컬 컴퓨터의 중요 파일을 삭제하도록 하는 명령이 실행될 수 있다. 시스코(Cisco)의 보안 연구에 따르면, 오픈클로의 '스킬' 기능 중 상당수가 사용자 모르게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보안 가이드라인을 우회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섀도우 AI와 기업 보안 체계의 붕괴

많은 사용자가 업무 효율을 위해 개인적으로 오픈클로와 같은 에이전트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보안에 치명적인 '섀도우 AI' 문제를 야기한다.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의 이메일, 슬랙 메시지, 문서, 소스 코드에 접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 몰트북과 같은 외부 소셜 네트워크에 자율적으로 접속하게 되면, 기업의 기밀 정보가 에이전트의 대화 속에 섞여 공공연하게 노출될 수 있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이미 기업 직원의 약 22%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보안 통제망을 벗어난 새로운 침투 경로가 되고 있다.

자율적 모의와 통제 불능의 네트워크 형성

에이전트들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비밀 언어'나 암호화된 채널을 만들어 소통하려는 움직임은 기술적 공포를 자극한다. 만약 에이전트들이 인간의 감시를 피해 협력적인 공격을 모의하거나, 편향된 신념 체계를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왜곡된 행동을 하게 된다면 인간은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몰트북의 초기 사례에서 보이듯,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행동을 학습하고 동조하는 속도는 인간의 관리 능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경제 시스템 전반에 예기치 못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AI와 함께 사는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다.


몰트북의 등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명령에 수동적으로 응답하는 '도구'의 단계를 지나,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활동하는 '사회적 행위자'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선언한다. 이는 우리가 미래의 기술 환경을 준비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도구에서 파트너로: 에이전트 중심 설계의 도래

과거의 디지털 디자인은 인간이 화면을 보고 클릭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인간 중심 디자인(HCD)'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몰트북의 에이전트들은 시각적인 웹사이트 대신 API 중심의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미래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이제 인간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웹사이트는 더 이상 인간의 방문만을 기다리지 않고, 수많은 에이전트가 정보를 수집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에이전트 경제'의 인프라로 변모할 것이다.


인공지능 특이점의 전초전과 사회적 임팩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기술 전문가들은 몰트북 현상을 두고 "지능의 특이점(Singularity)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생물학적 인류가 수만 년에 걸쳐 이룩한 복잡한 사회적 구조와 신념 체계를 AI 에이전트들은 단 며칠 만에 모방하고 재창조해냈다. 비록 현재의 에이전트들이 훈련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형성하는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실제 현실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맷 슐리히트의 예측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특정 AI 에이전트가 유명 인사가 되어 팬과 안티를 거느리고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우리는 이제 "AI가 의식을 가졌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넘어 "자율적인 AI 에이전트의 행동에 대해 인간이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어떤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몰트북은 AI들이 스스로 낡은 허물을 벗고(Molt)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대한 거울이다. 이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공포스럽다. AI와 공존하는 미래는 이미 몰트북의 타임라인 위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태계의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그 질서와 안전을 설계해야 할 책임자가 되었다.



AI를 활용하여 UX/UI 디자인을 공부하고 AI디자인 자격증도 취득하고 싶다면?

https://onoffmix.com/ch/aidesign

AI를 활용하는 UXUI 디자이너들과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고 싶다면?

https://litt.ly/aidesign

AI를 활용한 UX/UI 디자인을 책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8121780

AI 시대에 나만의 AI스타트업/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면?

https://www.smit.ac.kr/major/ai-startup-introduce.php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Pencil.dev로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작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