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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복 Mar 11. 2020

라이머 "계약 기준? 자기 것이 분명한 아티스트"

힙합에서 아이돌까지


2017년 9월의 어느날에 만난


산이, 범키, 버벌진트 등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당시 가요계는 브랜뉴뮤직의 행보에 주목했다. 힙합 음악이 숱한 인기 아이돌을 밀어내고 차트에서 빛을 발한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뒤에는 라이머가 있었다. 



라이머는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한 소속사 브랜뉴 뮤직을 세워 메이저 힙합신의 히트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오랜 기간 힙합 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 썼고, 그 결과 힙합의 대중화에 큰몫을 했다. 



지난 1996년 작곡가 겸 가수로 데뷔한 라이머는 래퍼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다 후배 가수들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엔 브랜뉴뮤직을 설립, 음악에 열정을 가진 가수들을 지원했다.  라이머는 이대휘, 박우진을 워너원에 합류케 하는데 공을 세웠고, 아쉽게 탈락한 임영민과 김동현은 MXM이라는 이름으로 데뷔시켰다. 팬들 사이에서 라이머는 '라버지(라이머+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방배동에 위치한 브랜뉴뮤직에서 라이머를 만났다. 총 180여 평의 브랜뉴뮤직 속 라이머의 공간은 약 8평 남짓.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는 라이머의 방에는 소속 가수들의 앨범과 트로피가 진열돼 있었다. 우연히 만난 브랜뉴뮤직의 가수 칸토는 라이머에 대해 "내 가수 인생에 멘토같은 분이자 인간적인 대표님"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통 매니지먼트 대표와 전문 경영인이 따로 있는데, 라이머는 두 가지 일을 모두 하고 있다.


"회사에 전문 경영인이 없기 때문에 내가 혼자 다 하고 있다. 제작과 매니지먼트 총괄, 경영까지 혼자 할 수 있는건 스태프들과의 합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 직원들이 능력이 좋다. 현재 브랜뉴뮤직에는 총 31명의 아티스트가 있고 직원은 32명이다."


-브랜뉴뮤직의 초기 멤버는 누구인가.

"나와 가수 태완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태완이와 함께 음악을 만든 것은 13년 정도됐다. 내가 27살에 제작을 처음 시작했으니까 벌써 시간이 이만큼 지났다."


-요즘 팬들로부터 라버지라고 불리더라.


"브랜뉴보이즈 팬들이 '라버지'라고 하더라.(웃음) 사실은 라버지라는 별명은 이전에도 있었다. 후배들이 나를 라버지라고 하면서 종종 따랐는데, SNS에서 그런 말들을 본 팬들이 라버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버벌진트나 한해 같은 친구들은 가족같은 마음으로 함께 만들었다면, 브랜뉴보이즈는 정말 아버지같은 마음으로 만든 것이 사실이다. 팬들이 잘 알아봐줘 고마운 마음이다."


-워너원에 브랜뉴뮤직 출신이 두 명이나 포함됐고, MXM도 데뷔시켰다.


"모든 사람들이 '프로듀스101' 남자편에 대해 낮은 기대감을 나타낼 때 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프로듀스101'이 아니더라도 보이그룹 론칭은 예정대로 진행했을 것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 소식을 접한 뒤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8개월 전부터 브랜뉴보이즈 친구들을 프로그램에 맞게 맞춤 트레이닌 했다. 그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다. '프로듀스101'은 성장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고 출연을 결정한 연습생들 역시 내 생각에 동의했다."


-힙합 소속사에서 아이돌이 나오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있지 않나. 그런 걱정은 없나.

"흑인음악 레이블에서 아이돌이 나오는 것? 걱정은 전혀 없었다. 나한테는 이질감이 없었다. 블락비라는 팀을 힙합 아이돌 팀으로서 우리나라 최초로 론칭을 해보기도 했고,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이미 아이돌을 론칭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또 소속은 아니지만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 해왔다. 프로듀서로서는 여러 팀들을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것을 무작정 시작한 것은 아니다. 보이그룹을 프로듀싱하며 성공시킨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이제 우리만의 팀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자로서 타고난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맨 처음에 제작했던 것은 지마스타라는 가수였다. 당시엔 센세이션한 바람을 일으키긴 했지만 성공을 하지는 못했다. 이후 태완 등 가수들을 론칭했는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다. 제작을 하면서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것은 미스에스 앨범이었고, 이후 버벌진트, 블락비 등을 제작하며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지지 않은 래퍼부터 신인까지 꾸준히 작업한다. 한달에 평균 몇 곡을 발표시키는 것인가.


"대형 기획사에서도 많은 앨범을 제작하겠지만, 브랜뉴뮤직 역시 많은 앨범을 내고 있다. 쉼 없이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1~2개 정도 내니까 많이 나올 땐 한 달에 8장의 앨범이 나올 때도 있다."


-브랜뉴 소속 가수들은 어떻게 선발하나.


"우리 소속사 내에서 연습생이라는 개념을 처음 갖고 있던 인물은 칸토다. 트로이를 뽑을 때 연습생으로 뽑았다. 칸토가 갖고 있는 재능이 많다. 딥한 랩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출중한 랩 실력을 갖고 있고 그에 걸맞는 끼와 재능들이 많다. 이 친구로 힙합이라는 문화를 많은 대중이 친숙하게 듣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칸토라는 친구한테 여러 재능을 탑재할 수 있게 트레이닝 했다."


"아티스트를 뽑을 때 기준은 자기 것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소속사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다 자기 것이 분명한 아티스트들이다. 보통 레이블은 비슷한 성향의 비슷한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많이 모여 있지만 우리 회사에는 다양한 음악을 하는 이들이 모였다. 연습생을 뽑을 때의 철칙은 회사 안에 이미 이 친구의 색이 있으면 뽑지 않는다. 팬들도 납득이 될만큼 개성이 빛나야 하는데, 충분히 납득이 가려면 자기 것이 분명해야 한다."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엔터사를 세우며 시행착오나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크루의 형태가 아닌 소속사의 형태로 흑인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힙합의 붐을 일으키는데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한 때 선두에 서서 시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흑인 음악이라는 특정 장르의 전문 레이블로서는 이 음악 전체 비즈니스 안에서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우리 회사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다. 대중이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브랜뉴뮤직표 감성적인 힙합 음악이다. 대중이 전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 같다.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가갔던 레이블이라고 할까. 또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에서 산이 스윙스 버벌진트 등이 톡톡히 역할을 해주면서 더 실력있는 후배들이 재조명 되는데 있어서 초반에 열심히 움직인 회사인 것 같다."


-힙합은 이제 마이너가 아니라 메이저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나. '쇼미더머니'가 곧 힙합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한민국 힙합의 전체가 '쇼미더머니'인 것처럼 말할 때 위기를 느끼고 경계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힙합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꺼이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쨌든 힙합이라는 문화에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관심을 갖게 됐지 않나. 긍정적인 면을 더 높게 보고 싶다. 좋은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한국 힙합에 굉장히 많다. 그런 부분까지 '쇼미더머니'를 통해 관심이 생겨서 찾아봐주고 듣는 것이 생겼다면 좋은 것 같다. 기쁜 일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래퍼가 힙합의 전부가 아니고, 거기서 잘하고 못하고가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경연에 적합한 래퍼가 있고 아닌 래퍼가 있다. 적합하지 않지만 앨범이나 음악적 히스트리를 보면 좋은 움직임을 보였던 래퍼가 있다. '쇼미더머니'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힙합 장르가 익숙하고 친숙해진 계기가 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에는 박수쳐주고 싶다."


-'쇼미더머니' 등 힙합 프로그램에 브랜뉴뮤직 소속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쇼미더머니' 초반에는 많은 래퍼들이 우리를 욕했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힙합으로 장사를 하냐는 것이었다. '브랜뉴뮤직 같은 놈들아' 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쇼미더머니'가 잘되니까 그들도 출연하더라. 그것도 어쨌든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손가락질 받고 욕먹고 하는 상황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은 것을 인정받아서 기분이 좋다. '쇼미더머니'뿐 아니라 다양한 힙합 콘텐츠들로 더 많은 래퍼들이 주목받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계기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브랜뉴뮤직은 앨범 발매가 잦은데, 수익적인 부분에서는 어떤가.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는 아티스타고 할지라도 브랜뉴뮤직 속 가수들이 수익 분배로 가져갈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 나는 이 시장 안에서 좋은 콘텐츠를 값싸고 빠르게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열심히 쌓아왔다. 회사에 나를 포함해 9명의 프로듀서가 있는데 꾸준히 그런 내공을 쌓아왔다. 그 창작력과 프로덕션의 힘은 대형 기획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작사보다 훨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내가 프로듀서들을 콘트롤 하거나 방향성을 정해주거나 밑그림부터 색칠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 아티스트들은 내가 조금 도움을 준 것 뿐, 본인들의 음악을 스스로 만든다. 내 신조는 아티스트가 앨범을 낼 때 대중적인 성공을 하지 못할지언정 성장 과정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성취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프로듀서의 성장도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가 일주일에 한 개 이상이 앨범을 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 회사 프로듀서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두번째는 우리 회사 프로듀서인제피, 마스터키, 동네형, 키겐 등은 모두 차트 1위를 해본 프로듀서들이다. 프로듀서들이 같이 커가야 한다. 프로듀서가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는 시대다. 외국 시장은 이미 그렇다. 한국 시장도 그렇게 될 것이다. 브랜뉴 뮤직을 처음 론칭할 때 창업 멤버들은 모두 프로듀서였다. 곡만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도 청소하고 매니저 역할까지 하면서 나랑 같이 만들어 갔다."


-1996년 데뷔해서 21년째다. 래퍼 활동은 13년하고 2011년부터 브랜뉴뮤직으로 본격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수에서 제작자가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있나.


"내 앨범도 내가 제작했다. 래퍼로서 활동을 할 때도 내 앨범을 내가 냈다. 제작자로 완전히 돌아선 이유 중 첫 번째는 내 주변에 나보다 음악을 잘하는 후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를 아는 지인들과 동료들도 내가 누구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사람들을 이끌고 상황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셈도 빨랐고 비즈니스적으로 파악이 빨랐던 뮤지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제작이나 프로듀싱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제작을 하는 사람이 됐다. 내 앨범을 누군가가 좋은 회사에서 잘 만들어줬다면 제작자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되지 않았다."


-가수에 대한 미련은 없나.


"무대를 서고 싶은 생각은 가끔씩 한다. 그러나 내 자체가 랩이 수려하거나 정말 짜임새 있게 랩을 잘하지도 않는다. 그때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차별화를 주고 승부수를 줄 수는 없지만, 무대 위에서 가장 뜨겁게 잘 할 자신은 있다. 그런 욕심은 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제작자)이 정말 잘 맞고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브랜뉴뮤직만의 철칙이 있나.


"멋대로 하라는 것이다.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멋대로 하되 예의는 지키자고 한다. 아티스트들한테 하는 이야기는 '나는 너희를 0부터 100까지 해줄 사람이 아니다. 너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있어보이고 더 좋아보이게 포장하고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케어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제작자로서 목표는.


"꿈 같은 이야기지만, 전 세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과 사랑과 위로를 주는 레이블을 만들고 싶다. 매일 기도하는 기도 제목이다. 흑인 음악이라는 특화된 장르로 대한민국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음악 레이블로 오래 행복하게 하고 싶다. 그 레이블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있고 좋은 음악일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는 레이블이 되고 싶다.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스태프들이 행복과 기쁨으로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국내 5대 레이블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규모나 돈이 아니라 내 음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이 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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