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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27. 2023

하루 동안 누구에게도 연락이 안온다면

'백수'가 '히키코모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지인 중 한 명이 나에게 "너는 사람이 진입장벽이 높아서 가까워지기가 진-짜 힘들어"라는 말을 해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그 때부터는 한없이 챙기고 잘해주지만, 그 바운더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경계가 많아서 굉장히 차갑게 대하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편이고, 대학교 졸업 후 어딘가 단체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 그 단체에서 나오게 되는 경우에도 이후 그 사람과 말을 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냥 서로 존대를 하는게 예의를 갖추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위에 가볍게 연락을 이어나가는 지인이 많이 없는 편이다.


요즘처럼 백수가 되어 혼자 있게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경우에, 물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애인도 아니고, 매일같이 연락을 이어나가기도 애매하기에 하루에 지인의 카톡이 울리지 않는 날도 있다. 광고성 메시지나 단체 채팅방 외에 사람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정말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해지는게 백수 생활이다. 점점,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다행히 누워만 있지는 않다


외롭지는 않은데, 가끔은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느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그 시간을 알차게 잘 보아야 한다. 게임하고, 놀고, 자는 시간으로 보내는 건 몸은 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일들이 지겨워지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누군가와 만나고 싶고, 이야깋고 싶은 생각. 그래서 그럴수록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일들을 해야하는 것 같다. 나도 20대 때에는 혼자 놀러다니는 것만 좋아했는데, 30대가 되니 나의 미래를 위해 지식과 지혜를 채우는 일이 더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직무 관련 인강도 듣고, 자격증 준비도 하고, 글도 쓰게 되었다. 물론 머리가 아프고 힘들긴 하지만, 지금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기에 무리하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카톡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보며 내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본다. 나는 사람들을 단호하게 쳐내는 편이고, 연락이 안되는 연락처 및 카톡을 정리하는 편인데, 가끔은 이렇게 사람들을 정리하는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맥이 넓은' 사람들은 도대체 그 사람들을 어떻게 챙기길래 그렇게 '인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걸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외출을 3일 정도 하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과정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외로움과 고독함이 함께 생기는 느낌이랄까.

일부러 밖에 나가는 것도 필요하긴 해


먼저 연락을 하는 게 '용기'라더라


근데 사실 이런 고민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고 있길래 그렇게 인싸인거죠?'ㄹ고 물어보는 것도 웃기고, 나이 서른 넘어서 뭔가 할 고민도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근데 최근에 백수가 되고난 후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 중 하나가, '내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나는 내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은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서 연락하는건데, 나에게서 그런 연락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만 쉽사리 연락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나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오면, 나를 생각하고 연락해준 것 자체가 감사해서 반갑게 맞아준다. 몇 년 동안 서로 연락하지 못해 어색한 사이가 되어간다고 해도, 누군가 용기 있게 먼저 연락한다면 그 관계가 더 이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

만나면 즐겁다. 연락하길 잘했다 싶다.


역시나, 비교하지 말자


인싸든, 아싸든 비교하지 않는게 답이다. '개츠비' 같은 삶이 장점만 있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건 꽤나 리소스가 들어간다. 물론 사람을 마치 '업무'처럼 대하는 건 아니지만, 멀어질 사람은 어떻게드 멀어지고, 가까워질 사람은 어떻게든 가까워진다. 나는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만 챙기면 된다. 내가 만나자고 할 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면 내가 더 다가가도 되고, 불편해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두면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관계 대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면 된다. 나에 집중하는 시간도 꽤 필요하기에, 외롭다는 생각에 너무 빠지지 말자.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다. 나를 채워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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