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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Jan 31. 2023

겨울 강원도 여행

- 친숙하고, 낯선 -

역대급 한파가 왔던 지난 설연휴, 무계획으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3박 4일간의 일정동안 평창, 동해, 삼척, 태백, 정선까지 5개 도시를 내키는 대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추운 겨울과 정면으로 대적하고 살아서 돌아왔다. 강원도는 영월, 춘천, 속초, 강릉, 양양 등등 셀 수없이 여러 번 가본 탓에 갈 때마다 친숙하지만, 매번 낯선 매력을 툭하니 던져준다. 그래서 항상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여행지가 강원도가 아닐까?


강원도 여행의 첫 시작은 '평창'이었다. 언니네 가족이 평창에 스키를 타러 가서 저녁에 잠깐 들러 술 한잔 기울이며 소소하게 가족모임을 하고, 어두워진 스키장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다. 슬로프의 아찔한 높이에 절로 몸이 으스스 떨리는 기분이었다.  

다음날 언니네 가족과 점심을 같이 먹고, 근처 카페에 가서 남은 수다를 끝으로 평창을 떠나 동해로 향했다.

(좌) 평창 숙소에서 포장음식으로 저녁 만찬(육회&막국수 : 미가연, 송어회 : 메밀꽃사랑)

(우) 봉평차이나(해물갈비짬뽕)

카페 트리고


동해는 삼척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거라,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논골담길' 산책만 간단히 하고 동해일정을 마무리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 보다 관광객으로 제법 붐비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예전보다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스카이밸리 같은 명소와 액티비티들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지 추측해 본다. 과거에 동해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바다를 품은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다녀온 동해는 바다를 앞세운 관광지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박한 느낌을 잃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활기차고 북적대는 분위기에서 동해시와 주민들의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논골담길'


늦은 오후 동해를 떠나 삼척으로 이동했다. 저녁장소를 검색하다 난생처음 들어본 '시오야끼'라는 메뉴에 꽂혀서 숙소 근처 유명한 시오야끼 식당으로 갔다. 쉽게 말해 대패삼겹살에 양념된 파절이를 같이 볶아주는 음식인데, 예상되는 맛이었지만, 역시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시오야끼 2인분과 볶음밥을 만족스럽게 해치우고, 나중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소화시킬 겸 근처에 있는 성내동 성당으로 향했다. 6시가 넘어 이미 어두워진 골목길을 10여분 올라가 성당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오래된 성당은 너무 조용했고, 고양이 몇 마리가 우리를 반겼다. 긴 역사를 품은듯한 성당에서는 삼척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야경과 함께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좌) 장군시오야끼, (우) 성내동 성당


다음날 아침, 역대급 한파 소식에 긴장하며 숙소를 나섰다. 추운 날씨에 밖에 돌아다니기는 무리일 것 같아 삼척에 유명한 동굴을 관광하기로 했다. 대금굴과 환선굴, 두 곳을 다 둘러보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사전예약이 필요한 '대금굴'만 가기로 했다. 대금굴은 사전예약이 필요한 만큼 제한된 인원만 갈 수 있고, 동굴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분이 동행한다고 했다. 방문 전날 미리 예약을 하고, 대금굴을 찾았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모노레일을 7분 정도 타고 대금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내부를 둘러보는 데는 40~50분 정도 소요되고 설명해 주는 분이 계셔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학창 시절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동굴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의 모양에 놀랐고, 동굴 내부의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영롱한 물색깔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짧았지만,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대금굴 입구(온라인 사전예약 필요, 내부 사진촬영 금지)


동굴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말로만 듣던 물(닭)갈비를 먹어보려고 근처 맛집을 찾아 방문했다. 처음 보는 물에 빠진 닭갈비에 대한 생소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감탄이 절로 나는 손가락에 꼽히는 맛집이었다. 닭갈비와 닭볶음탕의 중간이라고 해야 할지, 국물이 많은 닭갈비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그냥 너무 맛있다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리고 이 요물 같은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졌다. 아! 삼척을 또 와야 할 이유가 이 물갈비와 시오야끼 때문일 수도 있겠다.

텃밭에노는닭(물닭갈비, 3단 변신하는 요물 같은 맛)


점심을 먹고 근처 '미인폭포'로 향했다. SNS에서 삼척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아름답게 얼어붙은 미인폭포사진을 보고 반해버렸다. 추운 날씨였지만, 폭포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도전해 봤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폭포까지 걸어가는데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너무 추운 날씨와 눈이 내린 탓에 발이 시려 힘들었다. 힘든 것도 잠시, 웅장하게 얼어붙은 폭포를 보면서 그래도 잘 참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겨울의 폭포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과 위압감을 느끼게 했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광경이기도 했다.

미인폭포가 여름에는 환상적인 물색깔(일명 밀키스폭포, 뽕따폭포)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 여름을 기약했다.

한 겨울의 미인폭포


정선에 숙소를 잡아 이동하는 중에 태백에 잠깐 들러 목장에 있는 카페에 갔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목장에서는 태백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밖은 차갑고 바람이 쌩쌩 부는데, 따뜻한 카페 안에서 옹기종기 마치 장난감 모형 같은 태백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걱정도 추위도 딴 세상 얘기 같다.

몽토랑산양목장(까페)


정선에서 마지막 숙소를 잡은 것은 추운 겨울 스파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하이원 워터월드'를 끝으로 강원도 여행은 마무리했다. 무계획여행이었는데 제법 많은 곳을 둘러본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좀 더 오래 있었으면 좋았을 도시들도 있어 아쉬웠다. 추운 겨울에 다녀온 강원도는 맛있었고, 아름다웠으며, 춥지만 또 한편 따스했다.


따뜻해진 봄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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