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공유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내 방 물건에 대한 고요한 이야기
by 고요 Sep 07. 2017

15. 나의 고양이

 AAAAAAAAAAA

'

''''''''''''''''''''''''''''''''''''''''''''''''''''''''''''''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いおおおおおおおおいおいいいいおおおおおおおおおおおおいい"{「「「「「「「「「「「「「「「「「「「「「「「「「「「「」」」「「「「「「「「「「「「「「「「「「「「「「「「「「「「「「「「「「「「「「「「「「「「「「「「「「「「「「「「「「「「「「「「「「「「「「「「「「「「「「}::pっっっっっっっっっっっっっ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은 고양이가 생겼다는 뜻이다.     


6월 12일생 코리안 숏헤어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자냐다. 이 아이를 보자마자 사자를 닮았다는 생각에 “네가 사자냐?”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자냐’를 따와 이름을 바로 지었다. 지금은 매일 자냐?라는 뜻으로, 고양이 이름을 음식에서 따오면 오래 산다는 속설 때문에 라자냐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냐 전에는 아로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아로는 아로니아처럼 까맣다고 해서 임시 보호자님이 지은 이름으로 녀석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아로는 광복절에 지하주차장에서 눈을 못 뜰 정도로 눈곱이 심한 상태로 어미 옆에 있었다. 임시 보호자님은 몇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구조하려고 다가가자 어미와 형제는 경계하며 도망갔고 아로는 저항 없이 잡혔다. 아로를 24시간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아로를 보자마자 수의사가 한 말은, “얘 키울 거예요?” 키울 자신 없으면 치료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던 임시 보호자님은 살려만 달라고 했다. 아로의 병명은 허피스, 일명 고양이 감기로 결막염이 심해 눈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더 나빠지기 전에 데리고 왔다.  


아로가 드디어 우리집에 온 금요일 밤 9시,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고양이를 한숨도 안 자고 관찰했다. 아로는 낯설어 하면서도 밥과 물을 먹었고 한 달 조금 넘은 이빨로 내 손을 물어보았다. 장난으로 악! 소리 지르자 다음부터는 물지 않는 완전 순둥이다.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고 내 옷 위에서만 잠을 잤다. 앞으로 안약과 가루약을 일주일 더 써야 했지만 다시 병원에 안 가보아도 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토요일 아침 9시가 되자마자 임시 보호자님께 카톡으로 아로가 잘 지내고 있다고 동영상과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잠깐 눈을 붙이러 아로 곁을 떠났다. 토요일 아침 11시 아로가 토해놓은 걸 발견했다. 사료 모양이 거의 그대로 남은 토로 인터넷에 찾아보니 급하게 먹으면 그렇게 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로는 두 번 더 토를 해서 남은 사료까지 게워냈다. 물을 마시고 그 물을 토했다. 만져보니 체온이 좀 떨어진 것 같았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손수건으로 감싼 뒤 옆에 두었다. 혹시 몰라서 동물병원이 몇 시까지 하는지 물어봤다.      


아로가 사료는 물론, 물도 먹지 못했다. 그루밍하다 먹은 모래를 또 토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청진하니 고양이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전자청진기로 청진하니 박동이 들리긴 하지만 갑자기 아픈 애가 아니라 원래부터 심장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모든 말을 부정했다. 허피스 말고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범백 검사도 음성이었고요, 며칠 전에 보았을 때도 잘 뛰어놀던 애였어요. 아로의 체온을 재보니 36도, 정상 고양이는 38.5도는 나온다. 거기에다 탈수가 진행된 상황으로 억지로라도 수액을 맞췄다. 저혈당이라면 수액을 맞자마자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축 처지고 체온은 더 떨어졌다. 수의사 선생님은 더 이상 뭘 해줄 수 없다고, 이다음은 아로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차트는 만들어야 한다며 내 휴대폰 번호를 묻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이나 동물병원 다른 손님들은 어떡하냐며 아로를 걱정하는데 벌써 죽은 애 취급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까지도 예감이 좋다며 곧 기운 차릴 거라고 했다. 집에 온 아로를 따뜻하게 해 주고 기다렸다. 아로는 구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입으로 호흡한다는 건 심장이 굉장히 나쁠 때 증상이다. 그래도 설마 죽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우리 집에 온 지 24시간도 안됐는데.   


아로의 거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다가 이내 멈췄다. 뜬 눈을 억지로 감겼다. 나는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을 물었다. 청소를 시작했다. 아로가 앉아있었던 내 옷, 수건 모두 세탁하고 새 모래, 두 번 먹인 로얄캐닌 베이비캣 사료까지 쓰레기 봉지에 넣었다. 쓰레기 봉지를 가득 채우는 아로의 흔적들. 모두 버려서 내 삶에서 아로를 지우고 싶었다. 뭐라도 해야겠어서 간 스타필드 고양, 곳곳에서 아로의 냄새가 느껴졌다. 공허함으로 가득 찬 내 마음속에 또 아로가 비집고 들어왔다.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인연 치고는 참 강렬하다. 너는 왜 그렇게 갔을까. 발은 움직이고 눈은 마네킹을 따라가면서 내 잘못이 될 만한 걸 훑었다. 병원에 너무 늦게 간 게 아닐까. 내가 너무 오래 들여다보아서 스트레스받았던 건 아닐까. 모든 의문은 이런 애는 잘 뛰어놀다가도 쓰러진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이기지 못했다. 아로는 그럴 운명이었다는, 모두를 용서를 하는 결론까지 닿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럴 운명이라니, 기운 빠지는 결론이다. 받아들이는데 너무 많은 힘이 든다.     


언니에게 얼른 다른 고양이를 들이고 싶다고 했다. 무슨 종인 지는 상관없고 이번에는 어미젖을 두 달 채워 먹은 건강한 집고양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로는 내가 찾아 데려온 아이지만 이번에는 언니도 합세해서 인터넷에서 고양이를 찾아보았다. 찾다 보니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가 있었다. 늦은 저녁, 내일 아이를 한 번 보아도 될지 연락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유독 낯을 가리는 까만 고양이는 옷더미에 숨어 나오질 않았다. 뛰어노는 건 안 바라니까 한 번만 걸어달라고 빌 정도였다.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잠깐 걷더니 또 숨어버리는 녀석. 나는 그 길로 까만 고양이를 입양했다.      


처음에는 이동장 구석에 붙어 나오지도 않던 녀석이 새벽에 내 손등에 기대어 잠자고, 내 귀에 자기 숨소리를 들려주고, 이제는 졸졸졸 따라다니며 야옹야옹 말을 거는 지금에서야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걸 알았다.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죽어있을까 두려운 존재가 생겼다는 것. 정말로 내게 고양이가 생겼다. 나는 고양이를 ‘고양이’, ‘고양아’ 또는 ‘큰 쥐’라고 부른다. 달리는 모습이 꼭 커다란 쥐 같아서 그렇다. ‘자냐’라는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 자냐가 오기 전, 내게 고양이 하면 아로였던 것처럼 자냐도 나의 단어를 바꿔놓고 세상을 떠나버릴까 봐 겁이 난다. 글을 쓰는 동안 여러 번 키보드 위에 앉는 내 고양이, 잘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내 고양이의 예쁜 점을 하나하나 알아볼수록 무서움도 늘어난다.

자냐
아로


keyword
magazine 내 방 물건에 대한 고요한 이야기
고요한 사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가끔 제 방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올립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