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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Jan 02. 2017

싱크홀에 빠진 보수, 어두운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세력에게 지금의 상황은 싱크홀과 같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는 야당에게 1위를 빼앗겼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처음으로 보수세력 정당이 둘로 쪼개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싱크홀처럼 지지는 폭락했지만 탈출방법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수의 미래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큼 참혹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좌파시위에 드골 대통령이 쫓겨났지만 그 후계자 퐁피두가 다시 대통령이 된 프랑스 경우처럼 보수의 정권 재창출과 기반 확대가 일어날 수도 있다. 


 보수의 미래가 밝다고 보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보수세력이 민첩하고 유연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 관행과 기득권을 지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집권'에 있다는 것을 보수세력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에 시류에 맞는 정책과 기조를 받아들이면서도 집권을 통해 핵심적인 가치와 이득은 지켜내는데 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재벌들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정책을 받아들여 당시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의 차이를 없애버렸다. 이 같은 전략적인 유연함을 십분 발휘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같은 재벌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정책들을 막을 수 있었다. 


 민심이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 또한 약하다. 물론 지금의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세력이 불리하다. 그러나 단기적인 여론과 장기적인 민심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주요 주제인 대북 문제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민심이 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휴전선 남북 대치 상황 이후 대북지원 중단과 북한 인권 개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일관되게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사드 배치 필요'가 우세하게 집계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식 당론으로 사드 배치 거부를 선언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국사회 보혁갈등의 주요 쟁점인 북한 문제에 보수적인 민심이 우위인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고 외치는 보수신당이 국민의 지지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집권 연장을 위한 보수세력의 민첩하고 유연한 행동, 확실한 대북관을 통한 안정감 등은 이미 30년 전 효과가 입증됐다. 6·10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같은 해 우파인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당시 개헌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넣었으며, 안정에 대한 대중의 요구 등을 소화한 결과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30%를 넘어선다. 부동층도 30%를 넘어서고 있다. 기존 관행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에 대해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부정부패, 비민주적 의사결정 등 적폐를 해소하면 보수세력의 가능성은 더욱 열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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