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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Feb 11. 2017

최순실 사태 이후, 다시 시작되는 진보와 보수

 컵에 담긴 물의 양을 놓고도 서로 정반대의 해석을 하곤 한다.  '겨우 절반밖에 없나'라는 의견과 '반이나 남아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인식차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도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해법에서도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반대를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포괄적 인식과 추구하는 가치 차이에서 출발한다. 


 진보는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국가 시스템 전반의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는 '대청소'라는 언급까지 하면서 부패하고 기본이 무너진 취약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큰 변화를 원하는 이유는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에서 비롯된다. 진보는 국가라는 것을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맺어진 계약으로 본다. 따라서 개인의 이해관계가 모인 '민의'를 권력자가 거스르면 그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인식한다. 이는 프랑스혁명 사상적 배경을 제공한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맞닿아 있다. 


 반면 보수는 기존 절차를 따르는 것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기존 정치질서와의 '대연정'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해진 기존 절차를 준수해 사회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뜻은 언제나 모호하기 때문에 기존 질서를 지키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국정농단과 각종 이권개입 파문에 대한 수습도 기존 질서와의 합의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절차 준수와 이로 인한 안정성을 추구한 전체주의 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시각이 이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진보와 보수의 모습이 모두 야당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는 구조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청산작업을 강조하는 문재인 후보와 지금의 여당과도 손을 잡고 연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희정 후보 모두 민주당의 대선후보들이다. 반면 보수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현재 여당은 기본적인 보수의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허위·왜곡 정보에 의지해 국민을 선동하고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로 전락한 기존 보수세력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모습이 어떻게 재편되고 전개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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