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발달은 기존 시스템이 갖던 독점적 지위를 무장해제시키고 있다. 방송 영역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손쉽게 방송영상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몇몇 방송 종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콘텐츠 제작 기회는 일반 시청자층까지 넓어졌다. 나아가 일부는 광고 수익까지 거두고, 이들을 관리해주는 MCN 산업이 방송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도 MCN 산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큰 수확을 거두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으로 TV 시청자들을 뺏기는 상황에서 새롭게 뛰어든 영역의 성과도 신통치 않는 상황인 것이다.
MCN 산업에 있어 기존 방송사들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방송사들이 해온 업무가 MCN 사업과 연관이 적기 때문이다. MCN 산업은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 산업이다. 누리꾼들에게 인기가 있는 일부 제작자들을 관리해주고 광고주와 연결해주는 대가로 이익을 나눠갖는 것이 기본 구조다. 반면 방송사들은 콘텐츠들의 전파에 주력하는 구조다. 인터넷 확산 이전에 영상 콘텐츠를 일반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린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방송사와 MCN 산업의 생리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진출을 플랫폼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 한국방송 '예띠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방송 형식만 가져온 '예띠 TV'는 시청률 0.6%로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송 중 저속한 표현으로 방송통신심의위 심의까지 받아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차별화 등 남다른 고민 없이 새로운 유형의 방송만 도입하다 벌어진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방송사가 주력해야 할 분야는 오히려 기존 콘텐츠 강화다. 그리고 그 방향에서 뉴미디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MCN 산업이 갖기 어려운 특성인 '협업' 활동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MCN 산업은 철저히 개인 역량에 달려있다. 인기 유튜브 스타들이 화면 앞에서 방송을 하는 형식이다.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지만 하나의 주제를 연속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관찰하고 전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분야가 저널리즘이다. 사실을 파악하고 진실에 접근하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실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1인 미디어와는 다른 특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디어 수용자들도 기존 방송사에서 기대하는 콘텐츠와 유튜브 등 동영상 포털에서 기대하는 콘텐츠가 다르다.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사별로 가장 많이 공유되는 콘텐츠 형태가 다른 것이 파악됐다. 기존 방송사인 BBC에서 가장 많이 공유하는 콘텐츠는 정통 뉴스였다. 1인 미디어처럼 개인적 관점의 콘텐츠를 대체적으로 선호하지만 매체 특성별로 시청자들이 선별해 수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뉴미디어의 출연과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존 방송사들의 견고한 지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존의 제반 조건들이 갖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잘 살려 뉴미디어 환경에서 차별점을 찾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기존 방송 문법과 다른 MCN 산업에 무턱대고 진출해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는 것보단 기존 방송이 갖고 있는 협업을 무기로 시청자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 제공이 더욱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