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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okenpier Dec 31. 2016

인간다운 덕목을 갖춘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평범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머리 손질에 1시간 이상 쓰고, 자신이 내려야 할 여러 결정들을 남에게 부탁하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도 한참 동떨어진 인간군상이다. 대통령과 그 후보들에게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통령만이 갖춰야 할 특수한 자질을 요구하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위태롭고 허망한 것이다. 전무후무한 국정농단 스캔들을 맞이하면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인간이 되는 것이며, 예로부터 내려오는 맹자의 사상에서 발췌해 대입할 수 있다. 


 대통령의 업무인 국정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수오지심'을 발현하는 것이다.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미워하는 인간의 심성이 대통령 개인에게도 있어야 국정운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국가는 합법적으로 폭력적인 힘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집단이다. 만약 의롭게 국가 권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일반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공권력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집회에 참석한 농민 2명이 경찰의 집회 진압과정에서 숨졌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려 깊지 못한 경찰의 행동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한 개인과 비교해 국가 권력은 그 위력이 크다. 대통령은 이런 점을 깊이 성찰하고 사용에 주의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끄러워하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부패를 막아낼 청빈함도 대통령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맹자의 4단에서 '사양지심'에 해당한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도 하락은 모두 부패와 연관돼 있다. 대통령 본인과 친인척의 비리로 인해 국민의 지지가 하락했다. 국가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정치체제에서는 특히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부정부패 요소를 차단하고 공정한 국정운영을 통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부강함을 추진할 수 있다. 그 시작점은 대통령 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청빈한 삶으로 재임 중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정 지지도는 64%로 임기를 마쳤고, 우루과이는 부패지수와 1인당 국민소득이 모두 올라가는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민감한 외교 국방 문제를 풀어가는 '시비지심'도 한국 대통령에게 더욱 필요한 자질이다. 한국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 또한 휴전선 너머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 운명과 직결된 통일과 북한 문제에 있어 어떤 결정이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비지심' 부족으로 인한 결정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은 국익 손상을 가져왔다. '통일 대박'이라고 외치던 대통령이 2년 만에 북한 붕괴를 염원하고, 심도 있는 논의 없이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를 결정해 국민들은 안보위기와 경제적 손해를 모두 보고 있다. 국가의 주요 결정들이 비선 실세 최순실이 결정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력 부족은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무능한 대통령, 부패한 대통령 등 여러 유형의 대통령을 만나봤지만, 대통령 아닌 대통령은 처음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대통령의 업무를 소홀히 한 대통령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었다. 기본적인 덕목이 부족한 상태로 여러 대립이 있는 한국사회를 제대로 운영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정의, 절차, 상식을 붕괴시켰다. 맹자는 군주가 국민을 평안하게 하지 못할 경우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볍기 때문에 백성들이 언제든지 가벼운 군주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최소한 인간의 덕목을 지키고 나라를 평안하게 이끌어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것을 촛불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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